며칠 전, <나의 영어사춘기>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기사가 화제가 됐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프로그램 내에서 그동안 높은 학습력을 보여준) 정시아가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이 많은 엄마들에게 공감을 받았던 것 같다. 실제로 이 기사 하나로 <나의 영어사춘기>라는 책은 하루아침에 베스트 셀러 자리에 올랐다.
정시아가 우는 장면이 이렇게 공감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많은 엄마들이 공부(나의 발전)에 대한 욕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육아에 지쳐 공부할 여유는 없는 상황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엄마가 되면 공부와의 거리가 안드로메다처럼 멀어진다.
불과 1년 전, 나도 그랬다.
지인이 나에게 <완벽한 공부법>을 추천했을 때, 입으로는 읽어보겠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생각했다.
'내가 왠 공부?!'
안 그래도 일하면서 세 아이들 키우고 살림하느라 늘 시간에 쫒겨 사는데 공부라니..
무엇보다 공부를 할 목적이 없없다.
공부는 '학생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공부는 '시험이 닥쳤을 때' 하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다가 <완벽한 공부법>을 읽은 것은 체인지그라운드라는 회사에 입사 지원을 하면서 (전략적으로) 독후감을 쓰기 위해서였다. 물론 데드라인이 있어서 책을 빨리 읽긴 했지만, 나와는 전혀 관계 없다고 생각했던 이 책이 의외로 술술 읽혔다.
읽으면서 아쉬웠고, ('아! 더 일찍 알았더라면!!')
다행이라 생각했고, (아이들에게 내가 검증된 조언을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나의 발전을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정말로 하고 싶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에게는 더욱 "공부는 남의 일이 아니었다."
엄마들의 공부는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내가 공부를 통해 결론을 낸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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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스마트 폰이나 티비를 계속 보는 것이 왜 아이들에게 좋지 않을까?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유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드물다. <완벽한 공부법>에 이 이유가 있었다.
'집중하거나 각성 혹은 긴장이 되어 있을 때 교감신경계는 활성화된다. 다시 말해 교감 신경계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은 뇌가 뭔가 적극적으로 일한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반대로 교감신견계의 활성 상태가 약하면 뇌가 집중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지 않을 때는 TV시청과 수업시간이다.
다시 말해 강의를 들을 때 뇌가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는 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자고 있을 때도 뇌는 열심히 활동하는데 말이다.'
*출처: <완벽한 공부법> P.102
'티비를 볼 때, 잠 잘 때보다도 뇌 활동량이 적다고?'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노출은 아이들의 뇌를 수동적으로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세상에 티비로부터 아이들을 완전히 차단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아이의 뇌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안다면 최소한의 노력은 하지 않을까?
나의 경우, 시댁에만 가면 아이들의 친할아버지는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데도 티비를 보라며 독려하신다. 자연히 아이들은 티비에 무제한으로 노출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주고 싶은 할아버지의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매일 오는 것도 아니니 나도 방관했었다. 하지만 내가 이유를 정확히 알고 난 이후로 나는 시어머니 앞에서 말씀을 드렸다. 티비를 너무 많이 보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Q2. 요즘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타블렛을 통한 교육 컨텐츠들이 쏟아진다. 아이들이 이렇게 기기에 노출되는 것이 과연 아이들에게 좋을까? 과연 교육에 도움은 될까?
그 효과가 0%라고 할 수는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나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크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타블렛의 교육 컨텐츠들은 재미 위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학습보다는 버튼을 눌렀을 때 뭐가 튀어 나오고 움직이고 하는 재미의 대상, 오락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반복 노출되어 익숙해진 다면, 반응이 바로바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는 쉽게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특히, 이러한 학습 과정은 위에서 언급한 티비처럼 교감신경계가 활성화 되지 않는 사실... 아웃풋이 아니라 인풋의 과정이기 때문에 아무리 교육 컨텐츠라도 스마트폰이나 타블렛을 가지고 노는 시간이 공부시간과 비례하다고 생각하면 정말 착각이다.
거기에 전자파 노출까지 더해진다고 생각해보자...
<완벽한 공부법>에서도 말하듯이 공부는 받아들인 것을 '인출'할 때 장기기억이 될 수 있다. (인출이란? 시험, 암송, 토론, 요약, 글쓰기, 발표) 어렵게 외우고 공부해야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Q3. 한글은 언제 가르쳐야 할까?
<낭독혁명>의 저자 고영성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조기 한글 교육, 아이를 망칠 수 있다고. 6세 이전의 아이들에게는 한글 조기교육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5~6세에는 듣기 능력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이때는 한글, 문자 공부보다 부모가 읽어주는 것, 즉 듣기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독서학자 우샤 고스와미(Usha Goswami)의 연구에 의하면, 7세에 독서를 시작한 아이들이 5세에 시작한 아이들보다 대체로 독서 능력이 더 출중했다고.
사실 첫 아이는 나의 무지로 3살 때 학습지를 시작했다. 너무 잘 한다고, 너무 똑똑하다는 학습지 선생님의 칭찬도 달콤했다. 그렇게 수민이는 4살에 한글을 뗐지만 (지금 4살인 막내는 말도 잘 못함...ㅋ), 그게 과연 좋았던 건지는 모르겠다. 답이 이미 정해져 있는 학습지를 너무 일찍 접했던 것이 오히려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금은? 둘째 수현이(6세) 에게 한글 공부를 시키지 않는다. 어린이집 친구들이 다 한글을 알고 자기는 모른다고 했는데도 전혀 동요되지 않았다. (그런데 둘째는 한글을 모르는데도 어휘력이 큰 아이보다 좋다)
공부를 하면 좋은 점이 바로 이것이다. 팔랑귀가 되지 않고, 소신이 생긴다.
Q4. 좋은 대학에 가야할까? 아니면 요즘 세상에 혹자가 말하는 것처럼 대학은 갈 필요가 없는 걸까?
책 <일취월장>에서는 말한다. 스펙보다 실력이라고.
구글은 여느 기업들보다도 어떤 업무보다도 인재 채용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들의 HR분야에서 통계적 사고로 얻어낸 결과 중의 하나.
'아이비리그를 중상위권 성적으로 졸업한 직원보다
주립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직원이 더 생산성이 높은 편이다.'
*출처: <일취월장> P103.
이 말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1. 대학은 수단일 뿐이지 목적이 되면 안된다는 것. (명문대에 가기 위해 재수, 삼수를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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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커피숍에 가면 엄마들 모임이 자주 눈에 띄인다. 머리 너머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아이들 공부 이야기에 관한 것이다. 학원 정보, 영어 공부 걱정, 학습지, 선생님....
나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껏 책을 읽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전에 살던 동네도 비슷했다. 책을 읽는 엄마를 찾으면 친구가 되고 싶지만, 일단 책을 가까이 하는 엄마를 찾기가 힘들다.
이미 명문대의 신화는 사라졌고, 많은 청년들은 실업난에 허덕이고, 시대는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부모님 시절의 성공 신화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왜!?
공부를 안 하기 때문이다.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난한 나라에서 부자 나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 세대의 성공신화)
부자 나라에서 부자 나라로 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전략과는 완전히 달라야 합니다."
-<일취월장>의 저자 신영준 박사
*출처: 유튜브 I 체인지그라운드 (https://youtu.be/jaJmVluL7xM)
우리가 지금 실패를 경험하고 있는 당사자인데도,
이것이 내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내 아이는 다를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면서 그 경험을 그대로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무서운 현실이지만 모두가 외면하고 있다.
우리 인생의 목적은 내 아이를 특목고나 서울대에 보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고민을 하는 내 아이에게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한다.
아이의 진로에 관해서 현실적으로 조언해줄 수 있어야 한다.
내 생각이나 남의 생각이 아닌 통계를 가지고 확실한 조언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 세상 모든 엄마아빠에게 고한다.
우리, 공부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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