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밤마다 미드를 봤다.
로스트, 그레이아나토미, 덱스터, 미디엄, 슈퍼내추럴, 배틀스타갤랙티카, 빅뱅이론, 트루블러드, 스파르타쿠스, 위기의 주부들, 튜더스, 24시, 히어로즈, 굿와이프, 닙턱, 데드셋, 워킹데드, The 4400... 셀 수 없이 많은 시리즈 중에 몇 개를 고르라면, 덱스터, 미디엄, 오피스, 로스트, 배틀스타갤랙티카, 소프라노스, 오피스... (최근 본 미드는 제외)
2005년 부터 미드에 빠져 2006-7년에 정점을 찍었다. 특히 20대 대학생 시절 영화학도였던 나는 이것이 공부의 일환이라는 아주 좋은 핑계를 가지고 있었다. 가끔 새벽에 일어나 내 방문을 열어보고 아직도 안 자냐고 엄마가 타박을 하면 나는 '이것이 바로 공부'라는 논리로 엄마를 설득했다.
나에게는 미드는 신세계였다. 보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새벽 4시가 넘어서 잠들기 일쑤였다. 학교 수업을 끝내고 돌아오는 지하철에서는 그렇게 꾸벅거리며 졸았다. 내가 미드에 쏟아부은 시간들은 낭비였을까 투자였을까?
아주 다행인 것은 내가 영상제작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상 내가 엄마에게 설득한 논리가 맞았다.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에 나오는 '소비'를 했다고 생각하니 그 시간이 아깝지 않다. 장르를 넘나들며 매니아를 양산했던 미드들을 찾아서 봤던 그 기억들은 내 취향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소비를 좀 더 전문가답게 기록해놓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결국 쓸모있는 실제 자산이 아니라 희미한 기억으로 남겨두었다는 것은 문제다.
내 시간을 자산으로 만드는 방법은 결국 인풋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웃풋으로 끝내야 한다. 무엇이든 써야한다. 그러면 이 시간 도둑을 완전하게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30일 글쓰기] #20. 이걸 하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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