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2016. 5. 16. 23:47

친정 부모님은 현재 살고 계신 집에 세를 주고 계신데, 3층의 두 집이 비슷한 시기에 나간다고 했다.

이런 경우 두 집 전세금을 한꺼번에 빼줘야 하기 때문에 집이 빨리 나가지 않을 경우 문제가 된다 .


요즘은 초저금리 시대라 전세금을 많이 받아도 은행 이자가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예전에 전세 1000만원당 월세가 10만원으로 계산하던 것이 5만원으로 낮춰졌다. 그 바람에 몇 년 전만해도 시세에 비해 훨씬 저렴했던 친정집 의 보증금은 체감상 비싸져서 엄마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 미국의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고객이 원하는 셋집을 찾아준 뒤, 저비용으로 인테리어까지 해주는 내용이었다. 나는 이 아이디어에 영감을 받아 나는 예전부터 친정집 셋집들을 깔끔하게 인테리어를 하고 싶은 바램이 있었다. 나아가 이런 직업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나의 가능성을 테스트해 볼 겸, 부모님께 집 수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사람들은 예쁜 집에 살고 싶은 로망이 있어서 집을 깨끗하게 수리를 하고 보증금을 약간 더 올려 받더라도 이번처럼 집이 안 나갈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역설했다... 

그랬더니 엄마가 나에게 맡아서 한 번 해보라고 하셨다. 마침 교회의 집사님 한 분이 오래된 집을 사서 이사하기 전에 전체를 수리하기로 해셨는데, 세 집을 묶어서 견적을 받으면 훨씬 저렴할 것 같았다. 


나는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신나게(?) 발품을 팔면서 업체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는 투룸 전체를 바꾸는데 약 500만원 정도 견적이 들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아빠는 너무 비싸다며... 못마땅해 하시더니.... 

결국에는 그냥 알아서 하시겠다고... 

이렇게 김이 빠질 수가...! ㅠㅠ


그래도 아빠가 집 전체를 수리를 하겠다고 결심하시는 계기가 되었는데, 손재주가 많은 아빠는 싱크와 벽지, 장판을 제외하고 모두 직접 고치셨다. 

문과 물딩 페인트칠을 하고, 전등도 LED로, 문고리와 콘센트 커버, 변기와 세면대까지 하나하나 재료를 사다가 직접 바꾸셨다. 총 비용 약 150만원!


수리하는데 부모님과 나와 남편까지 총동원 되었다.


내가 뽑아온 견적 500만원은 물론 화장실이 250만원 포함이 되어 있었지만, 그걸 제외하더라도 아빠의 시공비가 훨씬 저렴했다. 이 차이가 뭐냐하면 내가 금액과 상관없이 괜찮은 자재와 동선과 생활하기 편의를 고려해서 디자인한 것에 비해 아빠는 꼭 필요한 부분만 선택해서 최소 금액으로 고치셨다는 데 있었다.

나는 내가 돈을 내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금액과 상관없이 한 거고, 아빠는 본인 돈을 내셔야 되기 때문에 초 절약 모드로 재료비만 들여서 하신 거다.


인테리어에 관해서는 내가 더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빠가 고객이었다면 나는 아주 중대한 실수를 한 거다. 

금액과 상관없이 내 취향대로 진행을 한 것이 첫 번째 문제였고,


또 하나는 앞에서 언급했던 집사님과 같이 업체를 돌아다면서 느낀 건데, 나의 취향과 이 집사님의 취향이 전혀 다르다는 데 있었다. 나와 집사님이 예쁘다고 느낀 게 모두 달랐다. 이것 또한 중대한 문제였다. 나는 내 취향만 고집하고 있었지 가장 중요한 집 주인이 원하는 스타일을 무시하고 있었다는 것...


인테리어를 너무 쉽게 보았다. 

작은 해프닝이었지만 나는 이번 일로 많은 것을 느꼈다. 만약 이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면 많은 취향을 아우를 수 있도록 공부를 많이 해야할 것이고, 또 고객의 금전문제도 소홀히 여겨서는 안된다는 것.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일은 얼마나 복잡할 것인가...하면서 오지랖 넓게 걱정을 했다.ㅋㅋ


어쨌든 2주 정도 온 가족이 열심히 매달린 결과, 두 집 모두 깨끗하게 마무리 되었다.

그 중에 한집... 150만원의 놀라운 변신...


<before & After>


그런데 내가 수리하자고 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시세에 비해 많이 저렴한 편이었던 셋집의 가격을 정당하게 올리고자 함이었는데.... 두 집 모두 이사가기도 전에 계약이 되었고, 심지어 엄마는 안 나갈까봐 조바심에 오히려 깍아주었다는 사실...ㅋㅎ  

사람들은 계약이 되었는데 왜 고치냐고 하고, 부동산 아저씨는 몇 번이나 사실확인을 했고, 계약된 뒤로 집이 나갔냐는 문의가 빗발쳤다는... ㅋ


그래도 헌 집을 보고 계약을 했고, 계약서에 수리를 하기로 적어둔 것도 아니었으니 세입자들이 변신한 집을 보고 너무 좋아할 거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아빠가 물 튀겨서 썩지 않도록 한쪽 면에 고무판을 대 놓은 화장실 문이 이상하다고 불평을 했다.


모든 것이 다 아빠 말이 옳았다. 내가 말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ㅋ

그래도 지저분하던 집이 깨끗해져 속이 다 시원하다. 어쨌든 두 집 행복하게 잘 살면 다행이지 뭐.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