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7. 2. 5. 01:22

연말이면 항상 그랬던 것처럼, 지난 12월도 참 바빴다.

이사를 하고, 집 정리도 했고, 영어동화책 인터넷 강의 편집도 쌓여있었고, 막판에 종무식 영상까지... 


<한국*소년연맹> 종무식 영상 

(영상제작문의는 imkimberly.com으로)


너무 바빴다.

가장 큰 원인은 지난 10월부터 하고 있던 영어 동화책 인강 편집 때문이었다. 전임자가 그만두고 내가 일을 시작하기 전에 삼개월 정도 공백이 있었는데, 편집이 하나도 안 된 상태로 촬영분이 쌓여있었다. 편집이 완료되어야 완성본 시간에 따라 선생님들의 페이가 지급되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나만 바라보고 있었던 상황... 촬영하고도 6개월 정도 급여가 밀려있었던 상황이었으니 선생님들 입장도 이해가 갔다.

매월 초에 지결을 올리기 때문에 11월 초에 한 분 해결하고, 12월 초에 한 분 해결하고... 이런 식이었는데, 12월에는 이삿짐 정리와 종무식 영상 편집도 해야 했고, 수현이는 A형 독감에 걸려 일주일간 어린이집 등원을 못했고... 이 일에만 집중하지 못 한 내 상황 탓도 있다. 

그래서 (내 잘못이 아니었고,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어떤 사명감에 죽도록 일했다. 1월 초에 지급해 드리기로 약속한 선생님과의 약속도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 

막판에는 새벽에도, 주말은 물론 크리스마스도 반납하고 일만 했다. 


내가 일에 올인하면서 가장 크게 피해를 본 건 남편과 아이들이었다.

남편은 나름 연말에 휴가도 많이 냈는데, 나랑 한번 데이트도 못하고 영화관은 커녕 밤에 VOD로도 영화 한번을 못 봤다. 아이들과도 제대로 못 놀아줬다. 저녁마다 나에게 매달려 있는 아이들을 떼내느라 미안하고 힘들었다. 

수민이에게는 나의 상황을 설명하며 이번 주까지만 봐달라고 했더니, 나중에 수민이가 누군가에게 "엄마는 2016년까지는 못 놀아준대." 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리도 거의 못 하고 집 근처 반찬가게를 이용했다. 그러면서 마음 한편으로 주부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 한다는 죄책감이 얼마나 들었던가.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5시반에 저녁을 준다는 것! 

그리고 어머니도 오셨고, 양수와 하린이도 집에 놀러와서 1박을 하며 아이들과 놀아줬고, 남편의 휴가기간동안 남편이 아이들의 등하원도 맡아서 해 주었다는 것...


우여곡절 끝에 1월 초에도 선생님께 급여 지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주위에서 이해해주고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해서 그런지, 기존에 촬영되어 있던 영상들의 편집이 모두 끝난 이후에는 나의 급여에 대한 인상 요구도 모두 받아들여졌고, 설날에는 회장님이 특별히(?) 새해 선물도 보내주셨다. 

사실 100%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나 감사한 일인데, 뭔가 인정받는 느낌이라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나의 특별했던 보리굴비... (내가 회사에서 명절 선물을 받게 되다니)


그리고 매 주 1일 강의 촬영도 시작했다.


(이렇게 찍어서, 이렇게 편집한다)


혼자 촬영을 다 해야 하는데, 첫 날은 장비도 익숙하지 않았고 모든 게 다 처음이라 정신없이 하는 바람에 실수도 했다. 하지만 그 뒤로는 금새 익숙해져서 어려움 없이 하고 있다.

판교까지 가야하는 게 처음에는 부담이었는데, 이것도 아침에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 나서서 삼성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갔더니 수월하다. 매일 집에서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가 사람들도 만나고 바람 쐬는 느낌이라 오히려 좋기도 하다.


매일 아침, 아이들과 남편이 정신없이 나가면 나는 다시 집으로 출근하는 이 느낌이 참 좋다. 

일한다는 명목하에 우리집 밥상은 나의 손길이 덜 가게 되었지만 (이게 나의 가장 큰 딜레마) 그래도 너무 완벽하려고 애쓰지 않으련다. 다만 지난 연말처럼 모든 걸 다 뒤로하고 일만 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 

우선순위는 우리 가족이라는 것,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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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