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 3. 2. 22:08

작년에 학교 선배한테 인스타 DM이 왔다. 물어볼 게 있어서 연락을 해야한다고 했다. 너무 오랫만이라 무슨일일까싶어 전화를 했더니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봉준호 감독님이 내 동생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1) 다운증후군인 내 동생이 아주 우연한 기회에 2008년 봉준호 감독님의 <마더>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2) <마더>가 개봉한지 10주년을 맞아 봉준호 감독님은 배우와 스텝들을 초청해 상영회를 열려고 한다. 그런데 그 때 출연했던 내 동생을 초대하고 싶은데 연락처를 몰라서 수소문하고 있었다고 했다. 


내동생을 수소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연도 재미있다. 나에게 연락했던 선배의 남편은 <마더>와 <설국열차>의 PD셨고, 집에 돌아와 한숨을 내쉬면서 '홍집씨를 찾아야 하는데 찾을 수가 없다'며 넋두리를 했는데, 선배가 "어?! 홍집씨 내 대학 후배 동생이야!"라며 반가워 했던 것이다. 남편은 장난치는 거냐며 웃었는데... 정말 그 홍집씨가 내 동생이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연결되는 것이 재밌고 봉준호 감독님과 이렇게 건너 건너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다. (우리는 결국 누군가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다!) 


하지만 내가 (나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 정말 감동을 받았던 것은 봉준호 감독님이 이렇게 작은 역할을 했던 내 동생을 찾으려고 애를 쓰셨다는 것이다. PD님이 집에 돌아와 한숨을 쉴 정도로... 기억하기도 힘든 10년 전의 작은 역할까지 기억해 내었을 뿐 아니라 배우들과 함께 하는 화려한 자리를 함께 축하하기 위해 장애인인 내 동생을 불렀다는 것은 그가 평소 얼마나 약자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아! 그러고보니 봉준호 감독님은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있엇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느꼈던 봉준호 감독님의 이런 따뜻한 챙김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그런 느낌을 넘어선 어떤 것이었다. 그에게는 10주년 행사니까 당연히 그 때 함께 했던 모든 배우들을 초청하는 것이 마땅했고, 홍집이를 수소문해서 부르는 것이 너무당연했던 것이다. 11년 전, <마더> 촬영장에 홍집이를 따라 놀러갔을 때도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촬영장에서 홍집이를 장애인이 아니라 보통의 어른처럼 대하며 직접 소통하시는 모습을 봤을 때도 그랬다. 최고의 감독이 장애인 배우를 배려해주는 (부담스러운) 느낌이 아니었다. 



내가 가족으로서 홍집이를 보면서 씁쓸했던 것은 이런 인싸들의 모임에 그들은 초청받지 못하는 것이 너무 당연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초청받거나 환영 받는 곳은 '장애인들을 위한' 일시적인 행사가 거의 유일했다. 그래서 이런 초대는 너무 놀랍고 신기하다. 높은 자리에 있으면 승자 효과에 취해서 낮은 곳을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그렇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월의 봄  (2) 2017.05.08
썰매장이 된 앞마당~  (0) 2017.02.15
업그레이드 된 프리랜서의 일상  (0) 2017.02.05
헤어질 때 인사는 더 잘 하자  (2) 2017.01.23
드디어 이사를 하다  (4) 2017.01.05
Posted by kimberly
일상/특별한 날2018. 10. 4. 00:46

"어떻게 저렇게 카리스마있게 말을 빨리, 조리있게 잘 할까?"

항상 말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나는 경이로움에 속으로 감탄을 연발했다.


제시카 차스테인은 나의 워너비...

영화, <미스슬로운>


늘 나는 내가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사람들 앞에서는 더 그랬다.

피치 못하게 발표를 해야할 때는 목소리는 물론, 입술 근육도 파르르 떨렸다.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을 최대한 피했지만, 피치 못하는 상황은 어쩄든 생겼다. 그나마 있던 기회 속에서 반복적인 실패의 경험 (떨던 기억)은 나를 점 점 더 우물 안으로 들어가게 만들었다. 잘 못하는 현실과 잘 하고 싶은 욕심 사이의 차이는 너무 컸다.


그런데, 그 피하고만 싶던 발표를 내가 하겠다고 했다. 

내가 가둔 나의 경계를 깨고 싶은 욕구가 있었고, 지난 5월 '빡독'(빡세게 독서하자) 행사에서 강렬한 동기부여를 받았고,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내가 하려고 한 발표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행사 중에 있는 스피치 시간이다. 매 회마다 발표 주제가 바뀌는데, 이번 기회에 내가 나섰다. 도전되는 일이었지만, 한 번 해보기로 했다.

내가 100명이나 되는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잘 할 수 있을까?

잘 해내야만 했고, 잘 하고 싶었다.


마침 3회 빡독의 스피치 주제는 "나의 성장 스토리".


'성장'하면 또 할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에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쉽지 않았다. 문제는 할 말이 너무 많았다는 거다. 이야기는 자꾸만 장황해지거나, 옆길로 새거나, 사람들을 가르치려고 하고 있었다...

몇 번을 뒤집은 후에야 가닥을 잡았다. 제목은, '나의 치열했던 취업성공기'


새까매진 종이가 몇 장이나 있었는지...ㅎㅎ


일단 내용을 정하고 흐름을 잡고 나니 그 다음 문제는 '말하기'였다. 


다행히(?) 빡독 스피치가 있기 일주일 전에 예방주사를 맞을 기회가 있었다.

연 초에 웅이사님이 뉴미디어 관련해서 의뢰받은 강연을 나와 연피디님에게 배정해주었었는데 공교롭게도 빡독 행사 일주일 전에 강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발표도 걱정이었는데 강연이라니...!?

강연이 다가오던 일주일 동안 나는 불안과 초조함에 살았던 것 같다. 


예정된 강연 3시간 중 나는 마지막 한 시간을 맡았다. 강연 제목은 '무엇을 만들까 보다 "어떻게 전달할까!"

나는 같은 달 회사 내에서 독서토론으로 진행했던 책, <콘텐츠의 미래>의 내용을 우리가 회사에서 직접 적용하면서 배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선일보 청세담 강연 (2018. 7. 29)


이 날은 하루종일 얼마나 긴장했는지, 강연 전에 우황청심환까지 먹었는데 효과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강연 초반 내 목소리는 떨렸고, 초보 강연자의 느낌이 풀풀 났던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초반이 지나자 떨리는 게 점차 안정이 되었고, 내가 할 이야기는 다 하고 내려왔다는 거다. 질의응답시간도 꽤 길게 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진이 다 빠졌는데, 한편으로는 계단을 한 칸 넘어 선 것 같아서 뿌듯했다. 

강연은 도움이 되었을까? 


-강연 후, 메일로 받은 피드백 하나-


아쉬움은 있었다. 어떻게 하면 목소리를 덜 떨 수 있을까?

연습을 많이하면 괜찮아질까 싶어서 입에 단내가 나도록 연습했다. 남편 앞에서, 친정 엄마 앞에서, 운전을 하면서, 길을 걸어가면서, 거울 앞에서, 산책을 하면서 중얼거리며 다녔다. 내용을 고치고, 또 고치고 다듬었다.

아... 초심자에게 발표는 에너지가 너무나 많이 든다. ㅠㅠ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발표를 마쳤다. 


3회 빡독 스피치 (2018. 7. 7)

"구조적인 문제는 항상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무대 정 중앙에서 조명을 받고 있었고, 사람들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렇게 연습을 했는데도 대본을 들고 있떤 왼손이 수전증에 걸린 듯 떨어서 아예 대본 보기를 포기하고 손을 내려 놓았다. 이 때는 정말 연습의 힘이 컸던 것 같다. 긴장했지만 할 이야기는 빼놓지 않고 다 하고 내려왔다. 


오글거리긴 하지만 역시 하길 잘 했다. 나를 드러내고 진솔하게 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좋은 타이밍이었고, 좋은 기회였다.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듣고 힘을 얻는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유튜브 댓글에 달린 피드백 둘,-


내가 내 모습을 보기가 너무나 오글거려서, 나중에야 정말 용기를 내서 영상을 봤다. 조금 더 자신감이 필요하다. 조금 더 천천히 말하더라도 단어를 명확하게 발음해보자.


이 발표가 무려 3달 전 이야기다. 


그리고 한 달 전에는 4회 빡독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사회를 맡았다. 상황 상 할 사람이 나 밖에 없어서 이것도 내가 자원한 일이다.


자꾸 내가 자원해서 하겠다고 하니 회사 사람들은 내가 발표를 얼마나 싫어하는 지 모를꺼다. ㅎㅎ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말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나의 다짐의 결과로.. 이번에도 역시 도전해보기로 했다. 


빡독이 있던 그 주에는 유난히 일이 많아서 당일 새벽 12시가 되서야 발표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더 효과적으로 시간을 활용해야 했다. 이번에 특이한 점은 지난 행사 때, 연피디님이 사회봤던 영상을 따로 출력해서 반복해서 보고 들으면서 시뮬레이션을 한 것인데, 이게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사회는 사실 설명만 잘 하면 되었다. 스피치가 일기였다면, 사회는 설명문 느낌이랄까? 내용 구성에 대한 부담은 없었지만, 사회는 하루종일 행사를 이끌어야 했고, 행사을 대표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를 하면 안되었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부담이 있었다.

특히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의 스피치 후에 그 분들의 내용을 정리하는 간단한 멘트를 해야했는데, 나는 임기응변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표자들의 스크립트를 보고 미리 말할 내용을 정리해 두었다. 


4회 빡독 (2018. 9. 8)


세번 째 경험이라서 그런지, 준비를 한 것이 잘 통해서 그런지, 스피치가 아니라 행사 진행이라서 그런건지 이번에는 거의 떨지 않았고 임기응변도 하면서 행사를 이끌었다. 특히 이번에는 우황청심환을 안 먹었는데도!! ㅎㅎ


물론 부족한 부분이 있었겠지만, 내 자신을 평가했을 때 어떻게 이렇게 많이 성장했는지 너무나 기특하다...ㅠ 


-4회 빡독 참가자의 피드백-


'하다보면 무조건 나아진다'는 말은 진실이다. 다만 "의식적인" 노력은 필요하다.


"인간의 능력이 유전적으로 규정된 특성에 의해 제한된다는 오랜 믿음은

"나는 못해." "나는 아니야."가 들어가는 온갖 문장들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올바른 연습을 한다면,

거의 모든 사람이 자신이 선택하고 집중하는 어떤 영역에서든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말하자면 우리는 자신의 잠재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책, <1만 시간의 재발견> 중에서)

 

세 번의 경험은 완벽한 환경설정이 되었고, 실수해도 괜찮다는 마음의 여유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것이 내가 이렇게까지 컴포트 존을 깨고 나오려고 애를 쓰는 이유다.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감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특히 나의 자존감은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이상을 아이들에게 잣대로 들이밀 것이 아니라 내가 보여줄 수 있도록, 대단해 보이는 것도 사실 별 것이 아니라고 느낄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아이들이 따라하고 싶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노력할 것인가!? 


"막연하게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두려움의 안개를 걷어 낼 수 있는 구체적인 각론을 이야기해 보자.

어떤 개인 역량을 확보해야 위기 상황에서 구명조끼나 낙하산이 되어 줄까?

다양한 능력을 많이 쌓으면 좋겠지만, 시간과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나는 모든 문제 해결을 위한 공통분모 같은 능력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라고 생각한다."

(책, <뼈 있는 아무 말 대잔치> 중에서)


내가 초등학교 때 배웠던 교과서의 이름,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이 네가지의 마스터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더 나의 컴포트 존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려고 한다.



일단은 블로그 글을 더 자주 써야겠다....

바쁘다는 핑계로 이 글이 무려 5달 만에 쓰는 거라는.. ㅋㅋㅋ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7. 7. 26. 02:28

수민이 학교 1학년이 평균 38명씩 9반이다.

그래서 학교는 과밀학급을 해결하고자 건물 위로 한 층씩 증축공사를 하기로 했다. 여름방학 안에 공사를 최대한 끝내기 위해서 교장재량 휴일 등 모든 휴일을 여름방학으로 몰았다. 덕분에 수민이는 다른 학교보다 2주 일찍 방학을 시작했다. 안전을 이유로 돌봄교실도 문을 닫고 학교는 폐쇄되었다.


덕분에 나는 8월말까지 수민이와 함께 있어야 한다. 

다른 엄마들은 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그나마 나는 재택근무이고, 시간 활용이 가능하지만, 다른 맞벌이 엄마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 할까? 


처음 시작은 좋았다. 수민이가  원했다고 하더라도 학교-방과후수업-돌봄교실-태권도와 바둑학원으로 하루 종일 밖에서 생활했던 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에 이왕 이렇게 된거 방학동안 집에서 엄마랑 시간을 잘 지내보기로 했다. 그나마 2시에 태권도를 가니 오전 시간만 같이 보내고 학원에서 오면 동생들을 같이 데리러 가면 된다.


시원한 커피숍에 가서 같이 바둑도 두고,

(이제 바둑이론이 빠삭해진 수민이)

주중에 캐릭터 페어도 갔다왔고,


8월 국기원 승품심사를 앞두고 나랑 동영상을 보며 품새 연습을 하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수민이 건강검진도 다녀왔다. 지루하면 수민이는 티비보고 싶다고 조르기 때문에 심심할 틈이 없게 하고는 싶지만, 사실 대부분의 시간은 평범하게 돌아간다. 돌아보니 아직 여름방학은 1/3만 지났을 뿐...ㅠ


수민이가 너무 심심해 해서 친구도 초대했다. 돌봄교실에서 베스트 프랜드라는 우림이를 초대하기 위해 한번도 본 적은 없는데 우림엄마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아이 방학을 어떻게 보내냐고 물었더니, 직장맘이라 오전에 할머니가 집에 오셔서 아이들을 데려가신다고 했다. 할머니 집에서 오전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는 학원을 간다고... 우림이와 만나 방학동한 뭐했냐고 물었더니 하는 말, "집에서 갇혀서 지냈어요." 

그래.. 수민이는 그나마 나은 거구나...ㅋ


위층 사는 율이와 돌봄교실 베프 우림이


수민이 학원을 다녀오는 오후 시간에는 동생들을 데리러 어린이집에 가야 한다. 광역버스를 타고 가느라 아이에게는 꽤 먼 길과 더운 날씨... 걱정했지만 역시 예상대로 가는 길 내내 목마르다고 짜증, 덥다고 짜증, 같이 뛰어가다 넘어졌는데 엄마 때문이라고 징징 거린다. 시간과 에너지가 배로 걸린다. 도저히 같이 다닐 수는 없겠구나... 수민이도 안 가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타협점을 찾은 것은, 바둑 학원을 가는 날(월,수)에는 돌아와서 혼자 집 앞 커피숍에 가서 샌드위치를 먹고 집에가서 티비보고 기다리기로. 바둑학원을 안 가는 날 (화,목)은 동생들 데리러 같이 가고, 금요일 오후에는 친구 집에 가서 놀기로 했다.


가장 문제는 내가 촬영이 있는 날이다. 이런 날은 하루 전 날, 미리 수민이를 외갓집이나 친가에 데려다 놓고 왔다.  벌써 세 번째... 외갓집은 자동차로 1시간, 친가는 2시간이 걸리는 거리지만 한편으로는 그나마 이렇게 맡길 데가 있으니 다행인거다. 정말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집은 그냥 아이 혼자 집에 있고 많은 시간을 학원에서 보낸다고 들었다.


엄마들이 개학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는 말로만 듣던 초등학교 방학을 실제로 겪어보니 정말 전쟁이다. 

그런데 충격적인 건 학교는 예산과 시공사 선정 문제로 아직 공사를 시작도 안했다는 사실... 이럴꺼면 돌봄교실을 초기 몇 주라도 운영을 했어야했다... 학부모들은 바로 착공하는 줄 알고 이런 감수를 하고 있는데... 

실제로 초등학교 학부모회에서는 하남교육지원청에 공문을 보냈다. 


"... 지난 증축준비 기간 동안 교육청에 협조하였고, 학교의 학사일정을 신뢰하고 따랐던 학부모들은 교육청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고 분노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돌봄 교실의 경우 긴 방학으로 인해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조부모와 친척집, 돌보미 등을 개인적으로 알아보며 증축공사에 협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축 공사 지연은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나중에 세 아이들 다 초등학교 다닐 때가 문제다. 그때도 일할 수 있을까...? 


이 와중에 막내 수빈이는 구내염이 걸렸다. 직장어린이집이다 보니 전염병에 굉장히 예민하다. 

어제 오후 일찍부터 아이를 데려와 가정보육 중이다.ㅠ 특히 이번주에 어린이집에서 물놀이를 하는데, 혹시 (동생에게 옮아 잠복기일 지 모르는) 둘째가 다른 아이들에게 옮기는 재앙이 닥치지 않도록 수현이까지. 이번주 내내 세 아이를 데리고 있어야 한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현재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 모색 중이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7. 7. 3. 21:13

수현이네 반에서 학부모 재능기부 신청을 받길래 6월에 신청했다. 

세 아이 최대한 공평하게 해주고 싶은데 나도 한계가 있어서 나름 기준을 세웠다. 재능기부 수업은 6살부터 하기로.. (그런데 수현이가 왜 수민이형만 엄마 선생님을 해주냐고 하길래 작년에 수현이도 한 번 하긴 했다)


수업 내용은 그동안 했던 장수풍뎅이로. 이미 세 번이나 수업한 내용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많이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 나름 노하우도 생겨서 별로 긴장도 안됐다.


마침 같은 달에 수현이네 반 학습 주제가 곤충이라 아이들이 전 주에 곤충박물관도 다녀와서 타이밍도 좋았다.

선생님께 장수풍뎅이에 대해서 할껀데, 집에 키우던 장수풍뎅이들이 다 죽어서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안그래도 장수풍뎅이를 살까 하고 있었다며 며리 한 쌍을 사서 준비해 주셨다. 너무 좋은 어린이집이다!


인사를 하고,

집에서 장수풍뎅이를 키우던 키우던 사진으로 장수풍뎅이 알->성충으로 변하는 실물사진 보여주기

장수풍뎅이 책 읽어주기


이번에는 시간이 길지 않아서 만들기나 그림그리기는 하지 않고 설명하고 관찰만 했다. 전 수업이랑 달라진 것은 이번에는 우리집에 새로 들인 사슴벌레를 가져갔다는 것!


장수풍뎅이 책을 보면 항상 장수풍뎅이가 곤충 중에서 가장 힘이 세다며 사슴벌레와 만나는 사진이 있는데, 그장면을 연출해보고 싶었다.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의 만남!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것처럼 장수풍뎅이가 사슴벌레를 뿔로 번쩍 들어올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곤충도 성향이 있나보다. 장수풍뎅이는 자꾸 도망다녔고, 사슴벌레는 용감하게 장수풍뎅이의 배 밑으로 자꾸 들어가서 싸움을 걸었다.

장수풍뎅이가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 오래 하지는 않고 곧 분리를 했지만, 아이들에게는 정말 흥미로운 사건이었을 것 같다. 물론 나에게도.

 

40분가량의 수업을 마치고 가려는데, 수현이가 엄마 가지 말라며 닭똥같은 눈물을 주르륵 흘린다. 너무 슬퍼하는 그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렇다고 매번 수현이 말대로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슬퍼하는 수현이를 두고 돌아 나오는데 마음이 너무 미안했다. 이러려고 엄마선생님을 한 건 아닌데... ㅠㅠ

그래도 엄마랑 어린이집에서 함께한 시간이 너무 좋았으니 그랬겠지?

나중에는 엄마가 수업을 해줘서 정말 좋았다는 기억만 남았으면 좋겠다.



'일상 > 육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큰 아이의 첫 여름방학  (0) 2017.07.26
수민이와의 시간, 엄마와의 시간  (0) 2017.06.12
큰 아이의 학교생활  (2) 2017.05.31
잔소리 헐크  (6) 2017.04.18
정신없던 적응기를 보내고...  (0) 2017.03.31
Posted by kimberly
일상/특별한 날2017. 6. 22. 17:17

에이미와 일주일만에야 다시 만났다.

서울 가이드도 해주고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우리집과 에이미 호텔이 있는 종로는 너무 멀었다. 아이들이 셋에 몸이 매여 있는데다 같은 주에 여러가지 일들이 겹쳐서 넘 바빴다. 

궁금해서 카톡으로 매일 연락을 했는데, 다행히 에이미 가족도 바쁘고 알차게 보낸 것 같다. 매딕스 병원도 가고, 남대문에 가서 매딕스 한복도 사고.. 한옥마을, 경복궁도 갔다고~ 


잠실역에서 만나 하남 조정경기장 공원에 가는 길... 우리 차로 한번에 갈 수 없어서 나만 에이미 가족이랑 택시를 타고 갔는데, 그때까지 수민이를 만나지 못한 매딕스는 애가 탔다. 그동안 수민이 만날 생각만 하며 손꼽아 기다렸다며... 매딕스에게 첫 한국인 친구가 너무 특별했나보다. (사실 매딕스가 수민이보다 한살 형)


우리는 펜팔친구~

공항에서 만났을 때 매딕스가 수민이는 뭘 좋아하냐고 하길래, 요즘 우리 아이들이 애청하는 '도라애몽'이라고 했더니, 이 날 매딕스가 수민이를 만나자마자 도라애몽 인형을 주었다. "How come Soo-min doesn't like the Pororo?"를 몇 번이나 말했는지.. ㅎㅎ


이 날 우리는 (곧 다가올) 매딕스의 생일 파티를 하기로 했었다. 매딕스가 그토록 좋아하는 뽀로로 케이크를 공수하기 위해서 나는 며칠 전에 파리바게트 뽀로로 케이크를 예약해 두었었는데, 기대했던대로 매딕스가 너무 좋아했다.




하남 조정경기장


조정경기장에 갔다가 근처에 있는 유니온 타워에도 갔다. 이번에도 역시 차 한대로 이동할 수 없어서 남편이 아이들을 태우고 먼저 가고, 나랑 에이미, 앤디는 걸어서 갔다. 

가면서 조심스럽게 궁금했던 것도 물어봤다. 매딕스에게 입양한 사실은 어떻게 말했냐고. 그랬더니 비밀로 했다가 나중에 알려주는 건 너무 충격적이고 받아들이기 힘든 일일 거라고... 그래서 step by step으로 교육을 받는다고 했다. 입양관련 단체에서 단계별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자세하게 알려주는 것 같다.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에이미는 오랜 친구처럼 편안했고, 앤디는 굉장히 예의바른 느낌이었다. 



이렇게 하남투어를 마치고, 우리집으로 왔다. 매딕스 생일 상을 한국식으로 차려주기로 했는데, 특별한 건 없고 미역국을 준비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에이미를 비롯한 가족 모두가 채식주의자라는 사실~! 외국인 대접하기에는 불고기가 무난하지만 고기를 전혀 넣지 못하니 생각을 여러번 해야 했다. 지인의 조언으로 미역국에는 소고기 대신 황태를 넣었고, 잡채는 성희가 알려준 레시피로 했다. 특히 잡채는 남편이 나중에도 몇 번이나 맛있었다고 할 정도로 정말 맛있었다... ㅎㅎ


우리 부부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에이미와 앤디에게 아이들과 밖에서 놀아달라고 부탁했는데, 고맙게도 아이들과 놀이터도 가고 자전거도 타고 시간을 잘 보내주었다. 이렇게 저녁식사도 성공적으로! 



이틀 뒤인 화요일에는 매딕스랑 롯데월드 가려고 수민이 학교도 쉬었다. (사전에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면 일년에 10일이 가능하다) 원래 수민이만 데리고 갈 예정이었는데, 수현이도 따라 가고 싶어해서 같이 갔다. 수빈이만 어린이집으로.. 


수빈이한테 미안했지만, 수빈이를 안 데려가기는 너무 잘했다. 6살인 수현이만해도 탈 수 있는 게 제한되어 있는데다가 괜찮을 거라고 같이 탄 놀이기구를 몇 번이나 무섭다며 울었다. 일단 깜깜하고 무서운 소리가 나면 울었다. 정글보트도, 3D 입체영화관도 무섭다며 엉엉 울거나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ㅋ


                                                                                         매딕스 형아 발을 간질간질~~

어드벤처에 있는 이 평화로운 기차는 세 아이 모두 좋아했다.

특히 매딕스가 좋아해서 세번이나 탔다. ㅋㅋㅋ


아이 둘을 데리고 가도 괜찮을까 싶었는데, 그래도 어른 둘이 더 있어서 너무 수월했다. 수현이가 못 타는 놀이기구는 앤디가 수현이를 데리고 밖에서 놀아주기도 했고, 둘씩 타는 놀이기구는 어른 하나에 아이 하나씩 짝을 지어 탔다. 에이미랑 내가 롤러코스터를 탈 때 앤디는 아이들을 데리고 기구를 타기도 했다. (롤러코스터는 정말 얼마만에 타는지... 잊어버리고 있던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ㅋㅋ)


매딕스랑 수민이는 금방 친해져서 서로 말이 안 통해도 잘 놀았다. 처음 만났을 때 수민이는 부끄러워 한국말도 못했는데, 지금은 매딕스에게 "NO!" "Run!" 등 눈치로 배운 영어로 한마디씩 했다.

인형을 좋아하는 매딕스는 인형뽑기기계와 선물코너만 보이면 달려갔다. 덩달아 수민 수현이도 인형뽑기를 했는데, 앤디가 지하철 탈 때마다 모두 동전으로 거스름을 받아둔 터라 그걸로 정말 원없이 했다. 하지만 인형은 안 뽑히고 아이들은 계속 원했다... 이게 돈 먹는 기계구나... 


수빈이를 데리러 가야해서 원래 4시에 헤어질 예정이었는데, 그렇게 놀다보니 벌써 6시. 

모레 아침 비행기로 떠나는 에이미 가족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짧은 만남이라 아쉬웠고, 한편으로는 더 좋은 곳을 구경시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바다도 가고 싶어했었는데...

그래도 언젠간 또 만날 거라는 느낌은 확실히 든다. 에이미 가족도 우리 가족을 꼭 초대 하고 싶어 했고, 나도 가고 싶다. 겨울에 에이미와 앤디가 스키캠프 강사로 있는 캠프에 가면 너무 좋을 것 같다.


나는 에이미가 선물로 줬던 티셔츠를 입고 나갔다~


수현이가 밥을  먹다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갑자기 마음이 따뜻해져요."

옆에서 외할머니가 "따뜻한 국물을 먹으니까 그렇지." 했더니,

"아니, 그게 아니라 엄마를 생각하니까 그런 거에요." 했다. (어쩜! 이렇게 예쁘게 말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 생각했을 때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라니...

그런데 Ami의 가족을 생각하니 나도 따뜻해짐을 느낀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생면부지 사람들과 이렇게 마음을 나누다니 짧았지만 너무 따뜻한 만남이었다.



Posted by kimberly
일상/특별한 날2017. 6. 12. 15:06


올해 봄,  미국에 있는 성희가  에이미 가족을 소개했다. 에이미의 남편 앤디는 한국에서 입양되어 자랐는데, 이 부부가 다시 한국에서 남자아이를 입양해서 키우고 있는 아주 특별한 가족이다. 아들의 이름은  매딕스. 한국나이로 9살이다.

성희가 입양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에이미를 만났고, 에이미의 한국여행 계획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성희가 우리 가족을 소개해준 거다.

성희에게 이 가족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무조건 잘 해주겠다고 결심했다.


얼굴도 모르는 앤디와 매딕스에게 엄마의 마음이 생겼다. 나는 상상할 수도 없는 그 상실감을 잘 받아들였고, 또 아들을 입양하여 가족을 이뤘다는 것에 대해서 앤디에게 어떤 존경심도 생겼다.

하지만 마음 깊숙히 한국을 그리워 하는 마음이 있을 것 같았다. 특히 매딕스는 그 그리움이 한국에서 온 뽀로로에 대한 애정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와서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이  뽀로로파크에 방문하는 것이고, 제일 사고 싶은 것이 뽀로로 인형들(stuffed animals)을 사고 싶은 거라고 했다. 매딕스는 1살 이후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거라 기대가 더 커 보였다. 미국에서 한국문화를 접할 기회조차 거의 없는 그들에게 한국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다.


에이미에게 첫 메일을 받은 뒤로 우리는 약 스무통의 메일을 주고 받았다. 의욕이 넘치던 나와 달리, 에이미에게 한국은 전쟁위험국가였고, 미국에는 김정일이 미국인을 납치하겠다는 기사도 뜬 상황이라 처음에는 여행도 무산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5월만 해도 여행이 무기한 연기될 것 같은 뉘앙스였는데, 갑작스럽게 에이미에게 메일이 왔다. 6월 초에 덜컥 비행기를 예약했다고.


6월4일부터 약 10일간의 서울 여행. 어디를 추천해줘야 할까? 길을 어떻게 알려줘야 할까? 고민을 많이하며 열심히 정보를 전달했다. 매번 메일을 보낼 때마다 영어로 긴 글을 작문했다.


에이미 가족이 인천에 도착하는 날, 우리는 에이미에게 공항으로 마중을 나가겠다고 했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마음의 고향에 오는 느낌이 어떨까. 그래도 누군가 기다리고 있으면 좀 더 한국이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딸만 생각하는 우리 엄마는 고생을 사서 한다며 만류했고, 남편도 갈 필요까지는 없지 않냐고 했고, 에이미도 택시를 타고 가면 된다고 괜찮다고 했지만 내가 가겠다고 했다. 내 오지랖이 너무 넓은 걸까? 


겸사겸사 인천 시댁에 들러 아이들을 어머니께 맡기고 공항으로 갔다. 

그런데, 이게 왠 일? 


게이트에서 3시간을 기다렸는데도 나오질 않았다.  무슨 일이 생겼을 거라고 확신하고 에이미에게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우리는 항공사와 출임국심사장에도 전화를 했다. 호텔에 전화했을 때 우리는 에이미네 가족이 오늘 예약이 아니라 내일부터 숙박을 하기로 예약이 되어 있었다는 걸 알았다. 우리는 그때도 상황파악을 못하고 얘네가 예약을 잘못했구나. 오늘 밤은 어디서 자야하나 걱정을 했다.


그러다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안내데스크로 달려가 물어보니 에이미가 보내준 비행기 티켓에서 +1은 하루 다음날 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니까 도착하는 날은 6월 3일이 아니라 4일!!


우리가 완벽하게 속은(?) 이유는 비행기 번호, 출발지, 도착시간까지 같은 항공편이 있었다는 사실! ㅋ

헐..... 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황당해서 남편과 나는 웃을 뿐...


나중에 에이미에게 문자가 왔다.


허탈하게 시댁으로 왔는데 나는 며칠 전부터 왔던 열감기가 너무 심해져서 밤새 열이 펄펄 끓었다. 다음 날 교회도 가지 못하고 몸져 눕는 바람에 (너무나 감사하게도) 어머니와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을 다녀왔다. 나는 침대와 붙어 하루종일 잠만 잤다.

저녁이 되었을 때 조금 나아진 몸을 추스리고 어제와 같은 시간 또 공항에 갔다. 한 번 갔으니 안 갈 수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건 내 잘못이었으니까.


보통 짐 찾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비행기 도착시간보다 30분은 늦게 나오겠거니 여유롭게 갔더니 비행기가 일찍 도착해 있었다. 거의 우리가 도착하고 바로 에미이 가족이 나왔다. 이 날은 기다리지 않아서 좋았고, 늦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드디어 게이트에 모습을 드러낸 Andy, Ami와 Madix!


한번 허탕을 치고 나서 그런지 더 반가웠다. ㅎㅎ

환전소를 알려주고, 간단히 티타임을 갖고, 호텔까지 한번에 가는 고항리무진을 알려주었다.

이것이 우리 의 첫 만남.



시트콤 같은 해프닝이었지만, 오히려 우리를 끈끈하게 이어준 것 같다. 우리는 뭔가 실제적인 도움을 주지도 았음에도 불구하고 에이미 가족에게 우리의 마음이 전달된 것 같다.  어제 사건은 필연이 아니었을까? ㅎㅎ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7. 6. 12. 14:22

수민이는 지난 번  돌봄교실에서의 그 일 이후로 잘 지내고 있다. 잘 지내다가 또 잠깐 싸우기도 하는 것 같았지만, 문제가 있어 보일 때는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관찰을 부탁드렸다.

달라진 건 그것보다 나와 수민이의 변화다. 나도 수민이와 시간을 더 보내려고 하고 있고, 수민이도 엄마와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 


하루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기도 했다.

(내가 연락하는 유일한 반 친구 엄마 둘에게 미리 이야기를 하고- 모두 형제,남매가 셋이라는 공통점)



학교 친구들을 초대한 건 처음이었는데, 자기들끼리 잘 놀꺼라는 나의 예상은 조금 빗나갔다.

나는 보드게임을 다 좋아하겠거니 했는데, 한 명이 자기는 그런 거 싫어한다며... '그럼 뭘할까?' 하며 이것저것 제시했는데, "그거 시시해요" "그거 안 좋아해요" 하며 자꾸 퇴짜를 놓는다.ㅠ 둘이 하고 싶어도 한 명이 하기 싫다고 하면 다른 두 명도 못하게 되는 상황.. 특히 자꾸 시시하다고 하던 아이는 티비를 보고 싶다며 티비를 틀어달라고 했다. ㅋㅋㅋ 


처음에는 팽이를 하다가 나중에는 할리갈리라는 카드게임을 했다. 모두 재미있게 하기는 했지만, 끊임없이 나의 중재가 필요했다. 서로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속임수(카드를 미리 보는)를 쓰기도 했다. 나는 그 사이에서 공평하게 해야 한다며 규칙을 강조했는데 그러다보니 서로 카드를 빼앗다가 수민이가 울고 다른 친구는 "너 그러면 나 집에 갈꺼야"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휴... 이러려고 내가 초대했나? 


아이들과 놀다보니 규칙을 칼같이 중요시하는 것보다 "그냥 좀 봐주자~" "이번엔 그냥 넘어가자~" 이렇게 넘어가는 게 훨씬 평화롭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들도 그 상황을 이해했다.

3시간 정도 지나자 그제서야 서로에게 익숙해졌는지 평화롭게 잘 논다. 


늦게 발동이 걸린 게 아쉽긴 하지만, 수민이가 태권도에 갈 시간이 되서 (나도 수민이 동생들을 데리러 가야해서) 집을 나섰다. 그런데 수민이가 장난감으로 친구들이랑 계속 장난을 치며 온다. 태권도 사범님이 픽업하실 시간은 점점 가까워고, 나는 빨리오라고 몇 걸음 앞서가며 재촉을 하다가 나중에는 사범님 오시는 길목에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따라왔어야 할 아이들이 안 온다.. 다시 길을 되돌아가보니 아이들이 안 보인다. 그 주변을 뺑뺑 돌며 뛰어다녔다.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남자 아이들 셋 못봤냐고 물었는데도 아무도 못 봤다고 하고... 미칠 노릇이었다. 그 와중에 사범님께 전화가 왔다. 수민이가 없어서 그냥 가셨다고, 기다리다가 이미 출발 하셨다고...ㅠㅠ

결국 수민이와 친구들을 찾았는데, 후문 앞 갈림길에서 아이들이 길을 잘못 들었다고... 왜 뜬금없이 엉뚱한 길로 간거지?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결국 친구들 앞에서 수민이를 혼을 내고 말았다. 

이런...

이러려고 내가 친구들을 초대했나!!


수민이를 혼내고 있던 중에 마침 마중을 나온 수민이 친구 엄마를 만났다. 화와 민망함이 교체했다. 마침 태권도학원 앞에 있는 마트로 장을 보러가는 길이라며 수민이를 태권도장에 데려다 주시기로 했다. 수민이나 나에게는 천만다행이었다. 화가 쉽게 풀리지 않아 수민이를 얼마나 괴롭혔을지 모른다. 


늘 그렇지만 그래도 좀 참을껄... 후회가 된다. 당시에 내 마음이 조금 더 여유로웠다면 괜찮았을까?

수민이를 위해서 했던 나의 호의가 오히려 나에겐 스트레스가 된 것 같다. 


이 일의 휴유증으로 친구들을 초대하는 건 당분간은 미루기로 했다.

대신 일주일에 한 번은 시간을 내서 수민이랑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보통은 돌봄교실에 일찍 데리러 가서 태권도 가기 전까지 한 시간정도 데이트를 한다. 수민이가 좋아하는 블루베리 스무디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숙제를 하기도 하고, 바둑이나 체스를 둔다.


짧은 시간이지만, 동생들 없이 수민이랑 둘이 있는 시간은 참 평화롭다. 물론 수민이도 이 시간을 참 좋아한다. 본인도 그 일 이후로 뭔가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취학전에 어린이집이나 학기 초에 돌봄교실에 내가 일찍 데리러 갔을 때마다 '더 놀고싶은데 엄마가 일찍 데리러 왔다며' 울상을 짓던 수민이와는 많이 달라졌다. 


돌봄교실에서 뭔가 재밌는 활동을 하다가도 엄마가 오면 바로 가방을 챙겨 나오면서 "저건 매일 할 수 있지만, 엄마랑 데이트는 자주 하는게 아니니까" 하면서 엄마와의 시간이 소중한 걸 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맞벌이하던 엄마들도 회사를 그만둔다는 이야기가 실감이 난다. 수민이 입학이후로 내 블로그에는 온통 수민이 이야기 뿐인 것 같다. 


언제쯤이면 나의 마음의 굴곡이 조금 평탄해질까? 아이의 뭘 잘못해서라기보다는 뭐든지 잘 하고 싶은 나의 욕심이 문제인 것 같다.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 

태권도 차쯤이야, 놓쳐도 괜찮아~ 학원이야 하루쯤 안 가도 괜찮잖아~ 억지로라도 연습해야겠다...


'일상 > 육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큰 아이의 첫 여름방학  (0) 2017.07.26
수현이네반 재능기부수업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0) 2017.07.03
큰 아이의 학교생활  (2) 2017.05.31
잔소리 헐크  (6) 2017.04.18
정신없던 적응기를 보내고...  (0) 2017.03.31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7. 5. 31. 10:01

이 일의 아주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했다.

여느 때처럼 학원에서 돌아온 수민이를 샤워를 시키며 "오늘 하루 어땠어?" 라고 물었더니, 수민이가 오늘은 "슬픈 날"이었다고 대답했다. 왜~?!


이 날 돌봄교실에서 한 친구가 뒤에서 수민이를 배를 깍지낀 손으로 꽉 안았다고 했다. 수민이는 숨을 쉴 수가 없어서 '태권도 힘으로' 친구의 깍지낀 손가락을 풀었다고 했다. 친구들끼리 싸우다가 그럴 수도 있고 장난 일 수도 있는데 왜 슬펐을까? 슬펐던 이유는 그것 보다 (돌봄교실 남자아이들 7명 중 6명) 친구들이 다 자기를 놀렸다고 했다. 혼자 있는 애, 바보 멍청이 등등...

나의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고, 수민이가 두서없이 대답해서 순서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대략 정리해보면 이렇다.

 

1. 수민이가 마음에 들지 않은 친구A가 친구B에게 수민이랑 싸워달라고 했다. 그래서 친구B가 수민이에게 다가와서 뒤에서 배를 움켜잡았고 수민이가 그 친구의 손가락을 풀자 둘은 아무 말 없이 갔다고 했다. 

2. 놀이를 하는데 친구A팀과 수민이 팀으로 나눠서 수민이 팀 할 사람 손들으라고 했더니 아무도 손을 안 들고, 친구A팀 할 사람? 했더니 나머지가 손을 다 들었다는 것.. 그래서 그랬는지(?) 수민이가 울고 있었는데 친구 한 명이 다가와 '혼자있는 애'라고 놀렸다고 했다. 

3. 또 친구A는 돌봄교실 친구들에게 "이수민 싫지?"라고 물어봤고, 두 명은 친구니까 '친구니까 싫은 건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나중에는 다 같이 놀렸다고 했다. 또 친구A는 수민이에게 다가와 "지긋지긋해"라고 이야기 했다고 했다...


문제가 조금 심각한 것 같아서 다음 날 돌봄교실을 찾아갔다. 선생님께 어제 이런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평소 A군과 B군은 수민이 외에도 다른 친구들에게도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담임선생님과 어머니와도 이야기 하고 있다고... 특히 B라는 친구는 학기 초에 친구들을 자주 때렸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까지 하셨다...


나는 수민이만 괴롭힘을 당하는 건 아니겠거니 그냥 하루 있었던 해프닝으로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 날은 아이들 이모가 집에 놀러와 하룻밤을 자고 가기로 한 날인데, 이모가 와서 어제 내가 적어놓은 메모를 발견했다. 어제 내가 수민이와 이야기하며 친구들 이름이 헷갈려 종이에 적으면서 정리를 했었던 메모... 이모가 이게 뭐냐며 진지하게 수민이와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내가 간단하게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심각했다.


이야기를 하면 할 수록 A군의 이름이 자주 들렸다.  A는 무슨 이유인지 수민이를 예전부터 싫어하고 놀리며 괴롭혀 왔다고 했다. 특히 수민이에게 "바보 멍청이"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수민이가 듣기 싫어서 양 손으로 두 귀를 막고 있으면 옆에서 손을 뗄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바보멍청이 바보멍청이 바보 멍청이 바보멍청이..." 하며 계속 놀렸다고 했다. 하필 수민이는 A와 (보드게임을 하는) 방과후 교실도 같이 했는데, 거기에서도 수민이더러 게임을 못 한다고 짜증을 내고 놀렸다고 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 친구의 이름은 전에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방과후교실에서 수민이가 필통을 안 가져와서 연필을 빌리려고 했는데 싫어하며 굉장히 화를 냈다고... 그 때 나는 그 친구는 빌려주기 싫었나보지 그러니까 다음엔 필통을 잘 챙기라고 이야기 하고 지나갔었다. 또 예전에 B가 수민이 배를 주먹으로 때린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A와 같이 그랬다고 했던 것 같다.


물론 친구랑 사이가 안 좋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친구를 시켜 때리거나 다른 친구들에게 수민이가 싫지 않냐고 분위기를 몰아가고 다 같이 수민이를 놀리고, 지나가면서 발로 차고 가고... 이건 선을 넘은 게 아닌가. 이게 집단 따돌림의 시작!?

그냥 무시하라고 했더니 "그럼 물 마시러 가거나 식당에서 자주 만나는데 그럴 때는 어떻게 해?" 한다. 그럴 때도 너를 괴롭히냐고 했더니 그런 건 아니라고 했지만 그래도 신경은 쓰이나보다... 그래도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친구들 놀림을 쉽게 무시하기는 힘들겠지. 어른도 힘든데...


그 때 내 머리를 탁 치고 가는 생각이 있었다... 수민이는 약 한달 전쯤 부터 자꾸 머리가 어지럽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 태권도에서도 운동을 하다가 어지러워서 태권도에 안 가고 싶다고 하길래, 그럼 사범님께 말씀드릴테니 운동하다가 어지러우면 옆에 앉아서 쉬라고 했었다. 최근 병원에 가서 피를 뽑아 정밀검사까지 했는데 문제는 없다고 했었던 상황... 그런데 자꾸 어지럽다, 머리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해서 도대체 왜 그런걸까 걱정만 했었다. 혹시 그 원인이 이 친구의 괴롭힘 때문은 아니었을까? 


병원에서 의사선생님이 처음 하신 이야기가 아이가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었냐고 물었었다. 내가 없다고 했더니 혹시 엄마에게 크게 혼난 적이 있냐고, 학원은 몇 개를 다니고 있냐고... 수민이에게 직접 태권도 재미있냐고 묻기까지 하셨었는데... 

수민이의 어지러움이나 두통의 느낌은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었고 이게 지속적인 괴롭힘 떄문이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돌봄교실 선생님도 이 상황에 대해서 아실까? 당장 선생님께 전화하고 싶었지만 밤이 늦어 꾹 참았다. 당장 내일 찾아가서 상담을 해야겠는데, 하필 촬영이 있었다. "어떻게 하지?" 내가 고민하는 소리에 수민이가 "엄마는 내가 중요해? 일이 중요해?"라고 묻는다.

"당연히 니가 더 중요하지! 알았어. 촬영 취소할께." 급작스럽게 밤 11시에 다음날 촬영을 취소해야 할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친구들 좋아하고, 잘 사귀고 적응 잘하고, 자기 밥그릇 잘 챙겨먹을 거라고 믿은 수민이에게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이가 두통이 생길 정도로 괴롭힘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잠을 자려는데 자꾸 수민이의 말이 자꾸 머릿 속에서 맴돌았다. 

"엄마는 내가 중요해? 일이 중요해?" 

내가 그동한 일한답시고 아이를 돌봄교실과 학원으로 너무 방치한 게 아닐까 자책했다. 계속 눈물이 나서 새벽 5시쯤 겨우 잠에 든 것 같다. 


내 일이고 뭐고 안해도 좋으니 당장 돌봄교실 가지말고 엄마랑 있자고 했더니 수민이는 그건 싫다고 했다. 책읽는 친구랑 책 읽는게 너무 좋다고 했다. 돌봄교실에서 남자아이들 중 수민이를 놀리지 않은 유일한 남자친구 한 명은 하루종일 책만 읽는 친구였는데, 수민이가 그 친구랑 책을 읽으면 너무 재밌다고 했다. 책 읽는데 집중하면 나쁜 생각(바보멍청이)이 사라진다고 했다.... 

하긴 초등학교 6년을 같은 학교에서 보낼지도 모르는데, 피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돌봄선생님과 상담약속을 잡아서 12시까지 학교에 갔다.
첫 마디를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선생님은 이 정도까지 상황인지는 못하신 것 같았지만, 그래도 다행히 선생님이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고, 일단은 내가 A군의 엄마를 만나기 전에 선생님 선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해보시겠다고 하셨다.

돌봄선생님과의 상담 뒤에 수민이 담임선생님께도 찾아갔다. 만약 수민이가 문제라면 수민이 반에서도 어떤 문제가 있을까 싶어서... 무슨 일이시냐고 물으시는데 또 왜 눈물이 나는걸까. 담임선생님이 수민이의 고칠점(그림그리기에 약하다거나 팔을 휘두르다 여자친구들 신체에 접촉해서 여자아이들이 선생님께 이르던 일 등)에 대해서 이야기는 해주셨지만, 큰 문제점은 없다고 하셨다. A의 담임선생님과도 이야기보고 지켜보겠다고 하셨다.

다시 돌봄교실로 내려와 조금 지켜보는데 A군도 없고 해서(수민이와 같은 방과후교실을 하는 날이었는데, 이 날 수민이는 A군 때문에 방과후교실을 안 가겠다고 했다) 수민이에게 나는 집으로 가겠다고 했더니, 이따가 방과후 끝나고 와서 또 괴롭히면 어떻게 하냐며 가지말라고 했다. 


그래서 간단히 밥만 먹고 다시 돌봄교실로 왔다. 밖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A와 같은 교실에 있는 수민이의 모습은 어쩐지 주눅이 들어 보였다. 한마디도 안 하고 책 좋아한다는 친구와 책을 읽고 있는데, A군과 친구들이 활동적으로 로보트 놀이를 하는 모습을 자꾸 힐끔힐끔 쳐다봤다. 
수민이도 내심 끼고 싶었는지 나중에 자기가 조립한 로봇을 가지고 와서 (같이 놀자는 뜻으로) A의 장난감을 쳤는데, A가 화를 내며 왜 자기 장난감을 부시냐며 "난 이수민이 싫다고!!!" 하면서 방방 뛰며 소리를 지른다.
그 때 선생님이 A군을 불러 주의를 주었는데, 밖에 수민이 엄마도 있다고 하신 것 같다. 고개를 홱 돌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 뒤로 A는 얌전해졌고, 수민이도 로보트 놀이를 그만두고 선생님이 나눠주신 숨은그림찾기(?)를 시작했다. 수민이가 집중해서 하자 친구들이 몰려들어 같이 했고, A는 혼자서 로보트 놀이를 했다.

3시가 조금 넘어서 태권도 사범님이 A를 데리러 오셨다. 신발장에서 내 눈치를 살피는 것 같았는데 그냥 모른 척 하려다가 A군에게 다가가 '아주 다정히' "수민이랑 친하게 지내~" 라고 이야기 했는데 "네"라고 대답하고 갔다. 심성이 나쁜 아이는 아닌 것 같았다...


오후에 돌봄선생님이 A군의 엄마와 전화하셨다고 전화를 주셨다. 그 엄마는 A와 먼저 이야기해보고 맞으면 크게 혼내주겠다고 하셨다고 했다. 내가 직접 전화하거나 만났으면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러웠을 것 같다. 그 아이도 그 집에서는 귀한 아들일테니까... 이게 2주 전 금요일 이야기.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왜 수민이를 싫어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는데, 방과후교실에서 수민이가 연필을 빌려달라고 하는 게 싫었고, 수업중에 자꾸 밖으로 나가서 게임을 못 하게 되어서 그랬다고 (수민이에게 물어보니 1~2번 밖으로 나갔다고 근데 왜 나갔지?) 그리고 수민이가 장난감을 정리하는데 장남감통으로 던지면서 정리를 하다가 A군 손에 맞은 적이 있었다고... 내 생각에는 둘의 강한 성격이 자꾸 부딪혔던 것 같다.

다행히 월요일에 A이가 수민이에게 사과를 했고, 수민이도 잘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며 서로 사이좋게 지내기로 했다고 했다. 그 뒤로 일주일이 좀 지났는데, 그 뒤로는 특별한 괴롭힘 없이 잘 지내는 것 같다. 살짝 돌봄교실에 가서 지켜보았는데 예전의 쾌활한 수민이로 돌아온 것 같았다.

1학년이라 아직 어려서 행동 교정이 그나마 수월한 것 같다. 수민이도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성격이고... 
그 뒤로 틈만나면 수민이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했는데, 수민이가 "엄마 걱정하지 마" 라고 나를 안심시킨다.


이 사건은 무엇보다 내가 아이들에게 좀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각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동생들 데리러 가기 전에 조금 일찍 나서서 수민이랑 커피숍에서 스무디&체스 데이트도 하고, 
어느 날은 운동장 벤치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숙제도 하고...



휴... 아이들 키우는데 너무 에너지가 많이 든다.

이제 셋 중 하나 겨우 시작인데, 앞으로 얼마나 험난한 일을 헤쳐가야 할지 생각만해도 앞길이 천리 가시밭길 같다. 

수민이 입학식 다음날에 (선생님이 여자 이수민과 착각하는 바람에) 돌봄교실에 못 가고 밖에서 엄마를 기다리며 한시간 울고 있었던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때 울고있던 수민이를 도와주셨던 한 엄마가 '앞으로 놀랄 일 많을 거라고' 하신 문자가 마치 예언같다.


그래도... 지금 이렇게 소외되고 괴롭힘당했을 때의 감정을 통해서 나중에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면 이것도 좋은 경험이다. 좋은 예방접종 맞았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7. 5. 9. 17:56

4년전, 1박으로 캠핑을 갔었는데 그 때 초대해주신 분이 이번에도 우리 가족을 초대해 주셨다. 사실 우리같은 캠핑 초보자가 아이들 데리고 나서기 쉽지 않은데 이렇게 전문가를 따라가면 마음의 부담이 별로 없다.


첫 캠핑( 수현이가 2살, 수민이가 4살)


이게 벌써 4년이 지났다니... 지난 캠핑은 큰 아이가 4살이었는데, 이번에는 막내가 4살!


하지만 남편은 대담하게도 이번에는 남자끼리 캠핑을 가겠다며 나에게 2박의 휴가를 주었다. 분명 그날 보다 분명 수월해 보이긴 하지만 잘 다녀 오라고 좋아하기에는... 아직 너무 아이들이 어리지 않나?


그래도 이 기회는 너무 달콤했다. 남편 전시까지 몇 달 동안 지속되었던 독박 육아에서 해방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따라갈 것인가, 말 것인가!?

2박 3일의 혼자만의 자유로운 시간과 온 가족 함께하는 캠핑의 추억 사이에서 2주 동안 갈팡질팡했다. 


하지만...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남자 아이들 셋을 남편 혼자 돌보기에는 무리다. 같이가는 가족(아빠와 형,누나)이 있었지만 부담 주기도 싫었다. 무엇보다 내가 혼자 시간을 보내봤자 뭘 하겠는가. 이 남자들이 도대체 뭘 하고 있을까 궁금해할 게 뻔하고 내 걱정과는 달리 남편은 항상 애들끼리 잘 논다고 대답하겠지? 3일 동안 나는 계속 혼밥을 먹을 꺼고, 나 집에 혼자 있어봤자 일만 할 게 뻔했다.


오랜 고민 끝에 나는 출발 전날 저녁이 되어서야 가기로 마음 먹었다. 사실 이미 나의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 같지만... 


첫째날 

옆집 해먹을 우리 것처럼 쓰고 옴... ㅋ

여유롭게 텐트를 치고 아이들은 놀이 삼매경...

아직 들어가기에는 너무 차가운 계곡 물...

수빈이의 트레이드 마크- 장난꾸러기 표정


둘째날


막 딴 두릅으로 바로 먹는 두릅 전!

               추운데도 막 들어가는 수현 수빈...            수현이가 발을 헛디뎌서 팬티 젖었다고 울고 있음

저녁에는 캠핑장 옆집 할머니가 산에 풀어놓고 키우는 닭 두마리로 백숙을...


셋째날

옆집 텐트 아이들까지 다같이 모여서 잘 논다

삼일 내내 붙어다니며 딱지만 했던 영우 형과 수민이

가기 전 축구도 한번


결론부터 말하면 가길 잘했다.

아이들은 너무나 자기들끼리 잘 놀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엄마의 디테일이 필요했다. 특히 우리 애들은 화장실을 왜 그리 자주 가는지 남편은 애들 번갈아가며 화장실 가기 바빴기 때문에 일 손이 하나 더 있으니 훨씬 나았다. (이거야 말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

두 아빠들이 나는 그냥 가만히 쉬다가 가라고 배려도 많이 해 주셔서 특별히 한 일도 없다. 그냥 나는 보조자 역할만 했을 뿐이라 일에서 강제로 벗어난 나의 힐링타임이 되었다.


캠핑에 대해서 말하자면 귀찮은 것 싫어하는 나와 맞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씩 가볼만 한 것 같다. 

밤과 새벽에는 추워서 바닥에 깔 패드와 전기장판, 이불과 오리털 잠바까지 챙겨가야 했기 때문에 다섯식구 짐도 어마어마했고(2박 3일동안 4계절 옷을 다 챙겨가야 했다),

아이들이 옷과 신발까지 다 젖고, 흙투성이가 되는 바람에 충분히 많이 가져간 옷이 부족할 정도였고,

밤마다 멀리 있는 화장실을 가려고 한번 나서기는 것도 너무 귀찮았지만,

그래도 그 모든 불편함을 감수할 묘미가 있었다. 아, 이것은 편안함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에게 불편함이 주는 신선함였달까?!


특히 수현이는 집에 가는 날 너무 아쉬워 했다. 옆에 새로 텐트를 치는 집을 보며 더 있을 수 있겠다며 "좋겠다"를 연발했을 정도.


마지막 날, 오랜만에 가족 사진 한장도 남겼다...

남편은 캠핑을 끝내고 정말 초췌해 보인다... 고생했어~~


수빈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는 4년 뒤에는 정말로 남자들끼리 캠핑을 갈 수 있을까?!


Posted by kimberly
일상2017. 5. 8. 11:26

집 앞에 봄이 왔다.

 

창밖 풍경의 변화

 

앙상하게 뼈만 남아서 죽은게 아닐까 싶었던 나무들에서 새싹이 나더니, 벗꽃이 피고 또 지고..., 지금 창밖을 보면 초록색이 눈에 가득하다. 이렇게 계절의 변화를 눈 앞에서 매일 느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특히 봄이라고 공원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와서 꽃도 심고 나무도 심어주었는데, 우리는 우리집 마당 조경관리도 해준다며 좋아했다. ㅎㅎ

 

4/8- 동네 놀이터 순방

4/9- 동네 벼룩시장 구경.. (포켓몬카드 10장에 100원) 득템의 현장

4/23- 잠실에서 혼자 버스타고 집에 오는 길.. 얼마나 까불거리던지!!

버스장류장에서 어떤 할머니가 어떻게 혼자 아들 셋 데리고 버스 탈 생각을 하냐며.. ㅋㅋㅋ

4/20, 4/24, 4/26 형 오기 전에 동네 한바퀴 산책

4/29- 집앞 커피숍에서 체스 한 판

 

눈 앞에 아이들과 안전하게 산책할 공원이 있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다. 다시 생각해봐도 이사를 한 건 참 잘한 결정이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여러가지 꽃과 식물을 보며 이름이며 무슨 열매인지, 먹어도 되는 건지 궁금한 것은 많아졌는데, 궁금한 걸로 끝난 다는 것.... 어떻게 공부하지? 

아, 하나 더 안타까운 것은 날씨도 좋고 나가고 싶어도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에 참아야 한다는 현실...!!! ㅠ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한 리더십  (0) 2020.03.02
썰매장이 된 앞마당~  (0) 2017.02.15
업그레이드 된 프리랜서의 일상  (0) 2017.02.05
헤어질 때 인사는 더 잘 하자  (2) 2017.01.23
드디어 이사를 하다  (4) 2017.01.05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