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여행, 나들이2016. 9. 13. 14:28

오늘은 오전부터 작정하고 아쿠아월드에서 놀기로 했다. 

나는 사실 물과 친하지 않다. 여기서 하루종일 노는 건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니지만, 아이들은 여기에 열광하고, 남편 혼자 남자 아이들 셋을 돌볼 수 없기 때문에 같이 들어갔다. 이건 뭐랄까... 소가 코뚜레에 잡혀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ㅠ


요즘 예쁜 여자 래쉬가드도 많던데 나도 입고 싶었지만 일년에 한 번 갈까말까 한 이 행사에 사기는 너무나 아까웠다. 호주에 있을 때 입었던 비키니 위에 망사 옷과 짧은 바지를 걸쳐입고 들어갔다. 옷이 수영복이 아니라 계속 젖은 느낌으로 있자니 짜증도 났다. 이게 뭐야... 어헝헝


나와는 반대로 아이들은 물론! 당연히! 너무 좋아했다.



수빈이는 계속 이렇게 물에 띄워달라고 하고...

이 미끄럼틀에 재미들린 수민, 수현이는 타고 또 타고 또 타고...


둘이서 재밌게 타면 좋으련만, 특히 수민이는 미끄럽틀의 이 재밌는 느낌을 엄마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어했다. 정말 재밌을 꺼라며... 나에게 타보라고 강요한 덕분에 나도 몇 번이나 탔다. 엄마, 재밌지? 재밌지? 하면 응 정말 재밌다~! 하면서... 


한 번은 이벤트를 하는데, 물 위에 뜬 네모, 세모 모양의 스티로폼??을 건너가는 거였다. 런닝맨 같은 데서 많이 보던 그런 것... 어린이나 남자어른들은 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는데, 여자 어른들이 선뜻 나서지 않았다. 수민이는 나더러 하라며 나를 질질 끌고 갔다. 이런데 서면 막 섹시댄스 시키고 그러잖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거... 결국 한 자리가 남았는데도 내가 안 나갔더니 수민이가 너무나 실망을 많이 했다. 아들을 위해서라도 내 몸 던져 웃겨주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질 못했다. 아흑...ㅠㅠ


집에 있는 튜브랑 구명조끼도 다 안 가져와서 하나씩 빌리고, 짐 놓을 썬베드도 빌리고... 이게 2만5천원이었나? (애들 따라다니느라 한 번 앉아보지도 못함) 점심도 사먹었고... 입장료도 비싼데 여기는 정말 돈 잡아먹는 귀신이다. 완전 내가 싫어하는 것은 다 갖춤... ㅋㅋㅋ 여기 아쿠아월드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내 스타일이 아니었을 뿐... ㅋㅋ

한 가지 좋았던 것은 물이 따뜻하게 유지되서 아이들이 계속 물 놀이를 해도 입술이 퍼래지지 않았다는 거?


아이들의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시간이 갈수록 수빈이는 졸리고 피곤하면서도 밖에 안 나가겠다고 버텼다. 대신 찡찡대고 울었다. 수영모자도 안 쓰겠다고 하고, 구명조끼도 안 하겠다고 하고... 벗어주자니 안전요원이 규정상 물 밖으로 나가라고 하고.. 나는 이도 저도 못하는 상태로 있었다.

 

수빈이가 정말 졸리게 된 오후 3~4시쯤 수빈이를 안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씻는 것도 싫고, 응가 닦는 것도 싫고... 옷 갈아입는 것도 싫다고 운다.. 아 왜 이렇게 엄마를 힘들게 하니..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 혼을 내가며 억지로 겨우 씻겨 옷을 갈아입히고 유모차에 태워 밖으로 나왔다. 

아... 힘들다.....


입구에서 형들을 기다리는데, 나올 생각을 안 했다. 하도 안 나와서 커피숍에서 책읽으면서 잠깐 휴식시간을 가졌다. 잠깐이었지만 너무 좋았다. 그냥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그 상태가 행복했다...

아이들과 남편은 저녁 7시가 다 되서 겨우 나왔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서 남편은 완전 뻗었는데, 아이들은 한참을 또 놀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오늘은 기대하던 휴가의 마지막 날!

친정 아빠가 병원에 계신 할머니를 뵈러 내려오신다기에 서천역에서 아빠를 만나기로 했다. 아빠 오시기 전에 시간이 남아서 가던 길에 있던 새만금홍보관에 가봤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새만금이 이렇게 된다면 나중에 남편이 여기 와서 살자는 이야기를 잠시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기가 이렇게 매립이 되면 여기에 살고 있던 생물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4대강처럼 되진 않을까 무섭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개발은 정말 끝없이 진행이 된다...


한참 뛰어 놀더니 덥다고 찡찡대는 수현이.. 사진 안 찍겠다고 뒤로 가서 시위중...ㅋ


이렇게 휴가가 끝나기를 기다린 적이 없었는데 휴가 중에 휴가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이 느낌이 참 특이하다. 피곤이 쌓일 대로 쌓였다. 아이들 셋과 함께하는 휴가는 역시 길어야 2~3일 정도가 딱 좋다. 일주일은 너무 길다... 남편이랑 서로 빨리 월요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남편은 빨리 회사에 가고 싶다며... ㅋㅋㅋㅋㅋ

특히 여행 둘째날 부터 수빈이가 내 소중한 안경다리를 부러뜨리는 바람에 일단은 테이프와 고무줄로 감고다녔는데, 삐뚤어진 안경을 쓰고 다닌 것이 나의 스트레스를 가중시켰던 것 같다.


어쩄든 7일 동안의 대장정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한편, 마지막 날 친정 아빠와 할머니께 다시 가보니 며칠 전보다 상태가 급속히 안 좋아지셨다. 말씀은 커녕 사람도 못 알아보시고, 숨을 겨우겨우 몰아 쉬시는 모습에 아빠는 곧 돌아가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드셨나보다. 점심도 안 드시러 가겠다고 하시는데, 당장 돌아가실 것 같지는 않고 뭘 드셔야 임종을 지킬 수 있다고 겨루 설득해해서 점심을 먹으러 갔을 정도... 아빠는 나에게 서울에 올라가자마자 영정사진을 준비하라고 당부하셨다.

결국 우리가 서울로 올라온 날 자정,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새벽에 남편은 친정엄마를 모시고 서천으로 먼저 내려갔다....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