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여행, 나들이2017. 5. 9. 17:56

4년전, 1박으로 캠핑을 갔었는데 그 때 초대해주신 분이 이번에도 우리 가족을 초대해 주셨다. 사실 우리같은 캠핑 초보자가 아이들 데리고 나서기 쉽지 않은데 이렇게 전문가를 따라가면 마음의 부담이 별로 없다.


첫 캠핑( 수현이가 2살, 수민이가 4살)


이게 벌써 4년이 지났다니... 지난 캠핑은 큰 아이가 4살이었는데, 이번에는 막내가 4살!


하지만 남편은 대담하게도 이번에는 남자끼리 캠핑을 가겠다며 나에게 2박의 휴가를 주었다. 분명 그날 보다 분명 수월해 보이긴 하지만 잘 다녀 오라고 좋아하기에는... 아직 너무 아이들이 어리지 않나?


그래도 이 기회는 너무 달콤했다. 남편 전시까지 몇 달 동안 지속되었던 독박 육아에서 해방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따라갈 것인가, 말 것인가!?

2박 3일의 혼자만의 자유로운 시간과 온 가족 함께하는 캠핑의 추억 사이에서 2주 동안 갈팡질팡했다. 


하지만...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남자 아이들 셋을 남편 혼자 돌보기에는 무리다. 같이가는 가족(아빠와 형,누나)이 있었지만 부담 주기도 싫었다. 무엇보다 내가 혼자 시간을 보내봤자 뭘 하겠는가. 이 남자들이 도대체 뭘 하고 있을까 궁금해할 게 뻔하고 내 걱정과는 달리 남편은 항상 애들끼리 잘 논다고 대답하겠지? 3일 동안 나는 계속 혼밥을 먹을 꺼고, 나 집에 혼자 있어봤자 일만 할 게 뻔했다.


오랜 고민 끝에 나는 출발 전날 저녁이 되어서야 가기로 마음 먹었다. 사실 이미 나의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 같지만... 


첫째날 

옆집 해먹을 우리 것처럼 쓰고 옴... ㅋ

여유롭게 텐트를 치고 아이들은 놀이 삼매경...

아직 들어가기에는 너무 차가운 계곡 물...

수빈이의 트레이드 마크- 장난꾸러기 표정


둘째날


막 딴 두릅으로 바로 먹는 두릅 전!

               추운데도 막 들어가는 수현 수빈...            수현이가 발을 헛디뎌서 팬티 젖었다고 울고 있음

저녁에는 캠핑장 옆집 할머니가 산에 풀어놓고 키우는 닭 두마리로 백숙을...


셋째날

옆집 텐트 아이들까지 다같이 모여서 잘 논다

삼일 내내 붙어다니며 딱지만 했던 영우 형과 수민이

가기 전 축구도 한번


결론부터 말하면 가길 잘했다.

아이들은 너무나 자기들끼리 잘 놀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엄마의 디테일이 필요했다. 특히 우리 애들은 화장실을 왜 그리 자주 가는지 남편은 애들 번갈아가며 화장실 가기 바빴기 때문에 일 손이 하나 더 있으니 훨씬 나았다. (이거야 말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

두 아빠들이 나는 그냥 가만히 쉬다가 가라고 배려도 많이 해 주셔서 특별히 한 일도 없다. 그냥 나는 보조자 역할만 했을 뿐이라 일에서 강제로 벗어난 나의 힐링타임이 되었다.


캠핑에 대해서 말하자면 귀찮은 것 싫어하는 나와 맞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씩 가볼만 한 것 같다. 

밤과 새벽에는 추워서 바닥에 깔 패드와 전기장판, 이불과 오리털 잠바까지 챙겨가야 했기 때문에 다섯식구 짐도 어마어마했고(2박 3일동안 4계절 옷을 다 챙겨가야 했다),

아이들이 옷과 신발까지 다 젖고, 흙투성이가 되는 바람에 충분히 많이 가져간 옷이 부족할 정도였고,

밤마다 멀리 있는 화장실을 가려고 한번 나서기는 것도 너무 귀찮았지만,

그래도 그 모든 불편함을 감수할 묘미가 있었다. 아, 이것은 편안함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에게 불편함이 주는 신선함였달까?!


특히 수현이는 집에 가는 날 너무 아쉬워 했다. 옆에 새로 텐트를 치는 집을 보며 더 있을 수 있겠다며 "좋겠다"를 연발했을 정도.


마지막 날, 오랜만에 가족 사진 한장도 남겼다...

남편은 캠핑을 끝내고 정말 초췌해 보인다... 고생했어~~


수빈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는 4년 뒤에는 정말로 남자들끼리 캠핑을 갈 수 있을까?!


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6. 10. 29. 00:06

이사를 가기로 했으니 이제 집을 내놓아야 할 차례.

이런 상황의 나에게 <괴짜경제학>에서 말했다.


"... 집을 판매하는 행위가 인생에 몇 번 있을까 말까 한 상당히 규모가 큰 재정 거래라는 점은 우선 차지하고라도, 당신은 아마 부동산 분야에 대해 경험이 거의 없을 것이며 이제껏 살아온 집에 대해 애착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근다. 여기에는 적어도 두 가지 유형의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제값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어쩌면 아예 집이 팔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다.... (<- 특히 이 부분...)

...연구에 따르면 부동산 중개없자가 자신의 주택을 매매할 때는 더욱 유리한 조건이 제시될 때까지 평균 10일 이상 더 오랫동안 시장에 물건을 내놓으며 대개 당신의 집보다 3% 이상 비싼가격을 받는다... 부동산 중개업자가 당신의 집을 1만달러 더 비싸게 팔아봤자 그가 얻을 수 있는 돈은 겨우 150달러라는 점이다. 노동에 대한 대가치고는 너무나도 보잘것없는 결과다. 따라서 대부분의 부동사업자는 30만 달러가 상당히 괜찮은 제안, 아니, 매우 후한편이니 바보가 아니고서야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당신을 설득하는 것이다.

-<괴짜경제학>,97~98p


이 글을 읽고 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부동산에 내놓지 않고, 내가 직접 우리 집을 홍보해보기로 했다.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인터넷 세상이 아니던가. 부동산비도 절약할 겸... 

홍보할 내용은 많다. 입지와 인테리어, 교통과 저렴한 물가(싸다고 소문난 재래시장과 마트), 저렴한 유지비와 관리비 등...


일단 전세로 올리기로 했다. 요즘엔 부동산 앱도 많으니 처음에는 '직방', '다방'에 올려봤는데, 여기는 실수요자보다는 부동산업자들이 많이 찾는 것 같았다. 내 글을 본 부동산에서만 연락이 온다. 


약간 마음이 조급해져 며칠 후에 피터팬 네이버 카페에도 글을 올렸다. 

그러자, 갑자기 반응이 마구 오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초심을 잃었다. ㅠㅠ 

나의 초심은 책 내용처럼 기간 안에 팔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공포로 인해 시간에 쫒겨 우리집을 헐값에 팔지 않도록 인내심을 갖고 해보자고 시작한 것이었는데, 그 마음을 잃었다. 


그동안 너무 연락이 안 안 와서 조바심이 났었는데, 나중에야 알고보니 그동안 부동산에서 연락이 오지 않은 이유는 내가 너무 일찍 집을 내놓았기 떄문이었다. 보통 집을 이사하기 1~2달 전부터 알아본다고 하는데, 우리는 거의 6~8개월 전에 집을 내놓았던 것. 

네이버 카페에 올린 것이 7월이었는데, 일주일동안 피터팬에서 세 부부가 집을 보러 왔다. 7월이면 두 달 후에 이사할 사람들이 집을 많이 알아보기 때문에 온 세 부부 모두 10월에 이사를 원했다. 


나는 내가 손해를 보면서도 상대방에게 모든 것을 맞춰주는 (아는 사람은 모두 아는) 최악의 협상가~! 명성에 걸맞게 상대방의 날짜에 맞춰주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내년 2월까지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사갈 집을 정해놓지 않은 채...


이유는 있었다. 미사에 지금 집을 엄청 짓고 있기 때문에, 우리집만 나가면 그 날짜에 맞는 집을 골라서 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번째 실수. 

미사에 우리가 찜해놓은 집에 대한 집착이 날로 커졌고, 결국 그 집이 완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덜컥! 가계약을 하고 말았던 것...


결과적으로 집을 빼고, 들어가는 날짜가 맞지 않게 되었다. 9일 간 보관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이사비용은 두배!... ㅠㅠ 아낀 부동산비 보다 손해가 크다. 안그래도 찜찜한데, 이후로 친정엄마에게 가슴에 못이 박히도록 잔소리를 들었다. 조언을 안 듣고 혼자 결정했다고... 인정하니 마음이 더 아프다.ㅋ


더 가슴아픈 사실은 이사갈 집이 생각보다 작고 어두운 느낌이다... 다른 집이 더 좋아보인다... 

자꾸 우리가 너무 계약을 성급했다는 생각이 맴돈다.

혼자 고심하며 똑똑한 척은 다 했지만, 완벽하게 만족할만한 실속있는 결과가 아니라서 아쉽다.


하지만! 이미 다 결정난 일...


그마나 위안삼는다면,

우리 집에 들어올 세입자분들이 너무 괜찮은 부부라는 것,

이 부부와 협의가 잘 되어 이율이 낮은 집 담보 대출을 남겨놓는 대신(보통 전세계약 시에는 융자를 다 갚는다), 전세금을 낮추어 서로 윈윈하는 계약을 했다는 것.


이사갈 집 주인이 일찍 계약을 했다고 붙박이장을 우리집만 해주기로 했고,

우리가 덜컥 계약을 한 이유 중의 하나가 믿을 만한 시공사였기 때문인데, 자재들을 다 좋은 것으로 쓴다고 했고.. 또 가능성은 희박하다지만, 입주 허가가 일찍 떨어지게 되면 보관이사를 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사가면서 대출을 갚고 싶은 마음에 우리집을 바겐세일처럼 헐값에 넘기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다. 


집 관련된 일은 너무 크고 복잡하다.

실수는 했지만, 머리로 알고 있어도 마음이 따라주지 못했지만, 이번 일이 좋은 인생 경험이 된 것은 틀림없다.


이 와중에 <선대인의 빅픽처>의 챕터 6의 제목이 인상에 남는다.

<큰 흐름 속에서 보아야 할 것은 서로의 관계>

 

돈으로만 환산하지 말자. 계산하지 말자. 

이렇게 생각하면... 참 잘한 결정이다. 

그동안 고생했다. 


이제 집에 대한 고민 끝!

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6. 9. 13. 14:28

오늘은 오전부터 작정하고 아쿠아월드에서 놀기로 했다. 

나는 사실 물과 친하지 않다. 여기서 하루종일 노는 건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니지만, 아이들은 여기에 열광하고, 남편 혼자 남자 아이들 셋을 돌볼 수 없기 때문에 같이 들어갔다. 이건 뭐랄까... 소가 코뚜레에 잡혀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ㅠ


요즘 예쁜 여자 래쉬가드도 많던데 나도 입고 싶었지만 일년에 한 번 갈까말까 한 이 행사에 사기는 너무나 아까웠다. 호주에 있을 때 입었던 비키니 위에 망사 옷과 짧은 바지를 걸쳐입고 들어갔다. 옷이 수영복이 아니라 계속 젖은 느낌으로 있자니 짜증도 났다. 이게 뭐야... 어헝헝


나와는 반대로 아이들은 물론! 당연히! 너무 좋아했다.



수빈이는 계속 이렇게 물에 띄워달라고 하고...

이 미끄럼틀에 재미들린 수민, 수현이는 타고 또 타고 또 타고...


둘이서 재밌게 타면 좋으련만, 특히 수민이는 미끄럽틀의 이 재밌는 느낌을 엄마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어했다. 정말 재밌을 꺼라며... 나에게 타보라고 강요한 덕분에 나도 몇 번이나 탔다. 엄마, 재밌지? 재밌지? 하면 응 정말 재밌다~! 하면서... 


한 번은 이벤트를 하는데, 물 위에 뜬 네모, 세모 모양의 스티로폼??을 건너가는 거였다. 런닝맨 같은 데서 많이 보던 그런 것... 어린이나 남자어른들은 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는데, 여자 어른들이 선뜻 나서지 않았다. 수민이는 나더러 하라며 나를 질질 끌고 갔다. 이런데 서면 막 섹시댄스 시키고 그러잖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거... 결국 한 자리가 남았는데도 내가 안 나갔더니 수민이가 너무나 실망을 많이 했다. 아들을 위해서라도 내 몸 던져 웃겨주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질 못했다. 아흑...ㅠㅠ


집에 있는 튜브랑 구명조끼도 다 안 가져와서 하나씩 빌리고, 짐 놓을 썬베드도 빌리고... 이게 2만5천원이었나? (애들 따라다니느라 한 번 앉아보지도 못함) 점심도 사먹었고... 입장료도 비싼데 여기는 정말 돈 잡아먹는 귀신이다. 완전 내가 싫어하는 것은 다 갖춤... ㅋㅋㅋ 여기 아쿠아월드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내 스타일이 아니었을 뿐... ㅋㅋ

한 가지 좋았던 것은 물이 따뜻하게 유지되서 아이들이 계속 물 놀이를 해도 입술이 퍼래지지 않았다는 거?


아이들의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시간이 갈수록 수빈이는 졸리고 피곤하면서도 밖에 안 나가겠다고 버텼다. 대신 찡찡대고 울었다. 수영모자도 안 쓰겠다고 하고, 구명조끼도 안 하겠다고 하고... 벗어주자니 안전요원이 규정상 물 밖으로 나가라고 하고.. 나는 이도 저도 못하는 상태로 있었다.

 

수빈이가 정말 졸리게 된 오후 3~4시쯤 수빈이를 안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씻는 것도 싫고, 응가 닦는 것도 싫고... 옷 갈아입는 것도 싫다고 운다.. 아 왜 이렇게 엄마를 힘들게 하니..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 혼을 내가며 억지로 겨우 씻겨 옷을 갈아입히고 유모차에 태워 밖으로 나왔다. 

아... 힘들다.....


입구에서 형들을 기다리는데, 나올 생각을 안 했다. 하도 안 나와서 커피숍에서 책읽으면서 잠깐 휴식시간을 가졌다. 잠깐이었지만 너무 좋았다. 그냥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그 상태가 행복했다...

아이들과 남편은 저녁 7시가 다 되서 겨우 나왔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서 남편은 완전 뻗었는데, 아이들은 한참을 또 놀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오늘은 기대하던 휴가의 마지막 날!

친정 아빠가 병원에 계신 할머니를 뵈러 내려오신다기에 서천역에서 아빠를 만나기로 했다. 아빠 오시기 전에 시간이 남아서 가던 길에 있던 새만금홍보관에 가봤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새만금이 이렇게 된다면 나중에 남편이 여기 와서 살자는 이야기를 잠시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기가 이렇게 매립이 되면 여기에 살고 있던 생물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4대강처럼 되진 않을까 무섭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개발은 정말 끝없이 진행이 된다...


한참 뛰어 놀더니 덥다고 찡찡대는 수현이.. 사진 안 찍겠다고 뒤로 가서 시위중...ㅋ


이렇게 휴가가 끝나기를 기다린 적이 없었는데 휴가 중에 휴가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이 느낌이 참 특이하다. 피곤이 쌓일 대로 쌓였다. 아이들 셋과 함께하는 휴가는 역시 길어야 2~3일 정도가 딱 좋다. 일주일은 너무 길다... 남편이랑 서로 빨리 월요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남편은 빨리 회사에 가고 싶다며... ㅋㅋㅋㅋㅋ

특히 여행 둘째날 부터 수빈이가 내 소중한 안경다리를 부러뜨리는 바람에 일단은 테이프와 고무줄로 감고다녔는데, 삐뚤어진 안경을 쓰고 다닌 것이 나의 스트레스를 가중시켰던 것 같다.


어쩄든 7일 동안의 대장정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한편, 마지막 날 친정 아빠와 할머니께 다시 가보니 며칠 전보다 상태가 급속히 안 좋아지셨다. 말씀은 커녕 사람도 못 알아보시고, 숨을 겨우겨우 몰아 쉬시는 모습에 아빠는 곧 돌아가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드셨나보다. 점심도 안 드시러 가겠다고 하시는데, 당장 돌아가실 것 같지는 않고 뭘 드셔야 임종을 지킬 수 있다고 겨루 설득해해서 점심을 먹으러 갔을 정도... 아빠는 나에게 서울에 올라가자마자 영정사진을 준비하라고 당부하셨다.

결국 우리가 서울로 올라온 날 자정,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새벽에 남편은 친정엄마를 모시고 서천으로 먼저 내려갔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6. 9. 9. 15:29

8월 18~20일은 변산에 있는 대명리조트로 갔다. 누가 여기 좋다는 이야기도 듣고, 서천이랑 가깝기도 하고 회사에서 직원이 예약할 수도 있어서 겸사겸사.

오전에 국립생태원도 갔고, 할머니도 뵙고 엄마랑 점심식사도 했고... 여러 일정을 소화하고 도착했더니 해가 질 무렵이 되었다. 저녁 먹기 전에 리조트 뒷길 산책로를 따라 걸어갔더니 이런 곳이 있었다. 


해넘이 채화대... 왜 나는 유일한 가족사진에서 눈을 가렸던 것인가


수민이가 수현이 백허그 하고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내 눈에 하트 뿅뿅되어 "동생 안아주는거야?" 했더니 수민이 왈 "체포하는 중인데?"

바다에 가려고 아예 수영복을 입혀서 나왔다.

아빠의 수제비뜨기 신공~                                                 

돌아가는 길에 수현이가 발견한 게


돌아오는 길에 해변에서 수현이가 이 게를 발견했다. "엄마, 이게 뭐야?" 해서 나는 딱딱한 조개 껍데기 정도로 생각하고 쓰레기야~ 하고 지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수현이가 발로 툭툭 건드려보니 게였다!! 나중에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칠게였다. 

완전히 모래 속에 숨어있었는데, 수현이에게 어떻게 찾았냐고 했더니,

"걸어가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한 번 봤더니 그게 게였어!!!" 하면서 흥분했다. 수민, 수현과 쪼그려 앉아서 툭툭 건드려 보니 칠게가 집게발로 우리를 위협했다. 꺼내보고 싶었지만, 게의 생명을 존중하여 잘 덮어주고 왔다.

이 중요한 사건을 목격하지 못한 아빠에게 가서 수현이는 자기가 어떻게 게를 발견했는지 이야기를 신나게 하했다. 이 일로 저녁 한 때 수현이는 우리의 영웅이 되었다. ㅎㅎ









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6. 9. 3. 22:26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국립생태원에 도착했다. 

점심에 서울에서 엄마가 내려오셔서 같이 할머니를 뵈러 가기로 했기 때문에 서둘러서 9시에 도착했는데, 오픈이 10시.. 너 참... 쉽지 않구나. ㅋㅋ

입구에서 한 시간여를 기다리는데, 그 새를 못 참고 아이들은 뛰고 또 뛰고 또 뛴다.

이미 땀이 범벅... 



기다리는 사람이 우리 포함 두 그룹밖에 없어서 생태원 들어가면 우리가 전세내겠다고 생각했다. 내심 생태원 운영까지 걱정까지 했는데...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 생태원에 후문이 있었다는 사실...

정문으로 들어가 전기차를 타고 -> 방문자센터를 거쳐 다시 전기차를 타고 -> 후문으로 갔더니 이미 사람들이 바글바글.... 우리가 전기차를 두 번 타고 오는 동안 여길 아는 사람들은 모두 후문으로 들어와 있었다! ㅎㅎ 

그래도 처음 간다면 정문으로 가서 전기차를 타고 생태원을 한번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다보면 멋진 하다람 놀이터도 있고, 사슴생태원에 사슴들도 볼 수 있다. 아이들도 전기차 타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내가 국립생태원을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님 덕분이기도 하다. 


최재천 박사님을 몰랐던 작년 9월, <'도심 속 '개미제국' 발견...1000만마리 한 가족 살아남을까>라는 기사가 네이버 메인에 떠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개미박사님으로 유명한 한 박사님이 최대규모의 일본왕개미 개미군체를 안양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우연히 발견했는데, 이 지역이 개발 예정되어 있어서 사라질 위기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 내용도 내용이지만, 나는 개미박사라는 이 분의 직업이 재미있었다. 우연히 걸터앉았던 바위에서 개미들을 관찰하고 이 개미들만 보고도 1000만마리 군체인 것을 알아내고, 이렇게 기사화 해서 개발을 저지할 수 있도록 이슈화 시키다니.... 그 뒤로 개발은 중지되었을까 궁금하다. 하지만 나의 관심은 거기까지였다. 성함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그런데 내가 매일 아침 눈뜨면 켜는 라디오 프로그램 '황정민의 FM대행진'에서 최재천 원장님이 금요일마다 패널로 나오시기 시작했다. 라디오 첫 인사말이, "제 전공은 민벌레지만 개미박사로 유명한 최재천입니다"라고 해셨는데, 직감적으로 예전에 내가 읽었던 그 기사의 주인공이시구나! 싶었다.

최재천 박사님의 인생철학 "알면 사랑한다"가 이 금요일 코너의 주제다. 참 재미있고, 공감이 된다. 말 그대로 알면 사랑하게 된다고.... 왕따를 당하는 친구에 대해 알게 되면 왕따를 시킬 수 없기 마련인데 이게 사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동물들에 대해 알게 되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생각하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최근에는 도서관에서 아이들의 책을 빌리려고 어린이 도서 코너에 서 있는데,  <생명, 알면 사랑하게 되지요 : 최재천 선생님의 생명 이야기>를 발견하고 반가워 바로 읽기도 했다. 그게 이 국립생태원 방문 직전의 일이다.             


가장 궁금했던 곳은 국립생태원 개미세계 탐험전이었다. 

개미 기획전에서는 여러 개미와 집을 관찰할 수 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개미들 뿐만 아니라 나무위에서 잎사귀 끝을 들어올려 잎사귀 겹겹으로 집을 만드는 배짜기 개미도 볼 수 있다. 


특히 책에서 글로 들었던 잎꾼개미에 대해 직접 만날 수 있었다는 게 나는 가장 좋았다. 


<잎꾼개미>

턱으로 잎사귀를 잘라서-> 자기보다 큰 잎사귀 조각을 들고 집으로 간다.


잎꾼개미가 먼 길을 쉬지 않고 나뭇잎을 굴속으로 운반해 오면, 잎꾼보다 조금 작은 일개미들이 그 잎을 받아 턱뼈로 잘게 썬다. 더 작은 일개미들이 작게 썰린 입 조각들을 잘근잘근 씹어 효소가 담긴 배설물과 잘 섞어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잎죽 위에 버섯을 조금 떼어다 심으면 버섯은 잠깐 사이에 자라난다.

애써 잎을 자르고 날라오지만 잎꾼개미는 잎을 먹지 않는다. 버섯을 기르는데 거름으로 쓸 뿐... 이런 농사꾼같으니라고...! 고급 영양식을 받아먹은 버섯은 금방 자라서 단백질과 당분이 담뿍 든 영양물질을 내놓는다.

신비로움을 공유하고 싶은데, 사진 설명으로 부족할 것 같아 생태원에서 동영상을 퍼왔다. 



수민이랑 생태해설가 투어도 했다. 아빠랑 동생들은 나중에 합류~



해설가 투어를 하면서 그냥 관람했더라면 몰랐을 재밌는 사실들을 알게됐다. 

1. 사람 이과 비슷한 이빨을 가지고 있는 인치어 파쿠

2. 말미잘과 공생관계인 흰동가리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3. 전기뱀장어는 몸이 전기가 통하기 때문에 소화기관과 항문이 그 영향을 받지 않도록 얼굴 쪽에 있다는 것 (배 방향)

4. 피라냐는 먹이가 있으면 여러마리가 달려들어 먹는데, 먹는 데에 정신이 팔려 옆에 있던 동료 물고기의 눈을 먹기도 한다는 것-그래서 눈이 없는 피라냐도 있었고, 눈이 없어졌던 피라냐는 다시 눈이 생겨서 눈이 작은 물고기도 발견할 수 있었다. 

5. 부부관계인 펭귄끼리만 서로 90도로 인사를 한다.


이 투어에서 특히 좋았던 것은 해설가가 사람들에게 어떤 특정한 행동을 관찰할 수 있도록 기다리게 해 주었다는 거다. 투어를 하면서 프레리독(위 사진)이 포식자들이 다가오는지 탐색하기 위해 높은 곳에 올라가 저렇게 망을 보는 모습을 보기 위해 기다렸고, 부부 사이인 펭귄들이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 한참을 기다렸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우리에게 관찰할 수 있었던 이 시간이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관찰한다는 것은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생태체험관- 지중해, 아열대, 열대, 극지관

(열대는 더웠고, 극지관은 정말 추웠다)

펭귄들 헤엄치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엄마를 만나야 해서 3시간 정도의 관람을 마치고 점심시간 즈음 밖으로 나왔다. 사실 야외 놀이터도 잘 조성되어 있고 밖에서 볼 것도 많은데, 너무 더운 이런 날씨에는 불가능하다..ㅠ 선선해지면 와서 하루종일 놀아도 좋을 것 같다. 어쨌든 내 기대를 충족한 유익한 시간이었다.


엄마와 함께 할머니를 다시 찾아뵙고 이번에는 변산으로 갔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6. 8. 30. 11:55

기대에 부푼 마음을 안고 아침 9시가 조금 넘어서 국립생태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 들어가는 입구에 적혀있는 팻말... "오늘은 휴관입니다"

원래 월요일에 휴관인데, 공휴일이 월요일인 경우는(어제 광복절) 열고. 다음날에 휴관한다는 슬픈 사실을 여기에 와서 알았다.

이런..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지?


목적지를 잃어버린 우리는 정처없이 드라이브를 하고 있었는데, 남편은 가던 중에 내가 엄청 좋아하는 곳을 발견했다며 일단 내리라고 했다. 거기엔 창고를 활용해서 만들어진 <장항 문화예술창작공간>이 있었다. 안에는 카페도 있고, 정기적으로 전시와 공연을 하는 공간도 있었다. 서천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전시도 둘러보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다음 목적지를 검색했다. 날씨가 너무 뜨거워 대낮에 야외활동을 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왠만한건 다 패스... 

우리의 사정을 들은 친절한 주인 아주머니(??)는 우리가 갈 만한 곳을 소개해 주셨는데, 거기가 <아이마을,모시> 라는 곳이었다. 여기에서 아이들이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할 수도 있고 점심 식사도 할 수 있다고 해서 좋다고 출발했다. 



아이들 셋이라 컵 세개를 만들었는데, 처음에 관심있어 하던 녀석들이 어려움에 부딪히자 동생 둘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덕분에 남편이랑 내 숙제가 되어버렸다. 남편의 맥주컵은 엄청 무거워 보였고, 내 커피잔은 투박했다. 이쁜 컵도 안 사던 내가 이 못생긴 컵에 만오천원씩 쓰다니... ㅋㅋㅋ 그래도 수민이는 컸다고 끝까지 완성했다.  

무엇보다 이 곳에서의 점심은 정말 만족했다. 반찬도 각각 다 맛있었고,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달까.. 


<아이마을,모시> 카페&식당


여기를 나와서 병원에 계신 할머니께 갔다. 

서천에 계신 친할머니가 건강이 갑자기 많이 안 좋아지셔서 근처 요양병원의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는데, 연세가 벌써 93세셨기 때문에... 사실 서천으로 온 이유도 할머니를 돌아가시기 전에 뵙기 위해서였다. 

아이들 데리고 병원에 들어가면 소란스러워서 나랑 수민이만 들어가서 할머니를 뵈었다. 숨 쉬는게 어려워 보이시고, 눈에 촛점이 없으셨다. 나를 못 알아보시는 것 같았는데, 다리를 주물러드렸더니, 아프다고 하시고, 또 올까요? 헀더니 "마음대로 혀"라고 하시고... 그래도 아직 정신이 있으실 때 뵐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병원을 나서는데, 아프신 할머니를 두고 우리는 놀러다닌 다는 게 죄책감이 들었다. 그렇다고 병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내가 필요한 곳은 아이들 옆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로 괜찮다며 나를 위로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으론 죄스러웠다. 어쨌든 내일 엄마가 내려오시기로 했으니 그 떄 다시 찾아뵈기로 했다.


병원을 나서니 2시쯤... 이제 또 어디로 가나?

일단 커피숍에 가서 내 커피와 아이들 스무디를 한잔씩 사줬다. 그런데 어찌나 장난을 치는지... 카페에서 아이들 귀엽다고 주신 과자를 사방에 다 흘리고 소란스럽고 민폐가 따로 없었다. 



아이들을 재촉해서 밖으로 나와 이번엔 서점으로 갔다. 갯벌에서 사는 생물에 대한 책을 사고는 좀 쉬려고 숙소로 갔는데, 눈 좀 붙이려고 했더니 아이들이 올라타고 싸우고 난리도 아니다. 


다시 몸을 추스려ㅠㅠ 다시 갯벌로 갔다. 그런데 수민이는 갯벌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반면 수현이는 옷이 지저분해진다고 안 간다고 한다. 결국, 수현이랑 나는 갯벌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기다렸다.

갯벌 앞에 크고 작은 바위들이 많아서 아이들 가기에는 조금 어려웠지만, 슈퍼맨인 남편은 아이를 안고 메고 잘도 갔다. 힘들다는 소리 한 마디 없이... 수민이는 혼자서 씩씩하게 앞장서서 잘도 갔다. (정말 많이 컸다)


힘들다고 하는 수현이 형을 아빠가 안아서 데리고 오는 동안 의젓하게 가방을 지키는 수빈이..

그 사이에 수민이는 이미 저만큼 갔다. (콩알만하게 보임)

이수민 왈, "이정도야 식은죽 먹기지!!"

숙소로 가는 길


숙소에 가서 전체 샤워를 하고, 옷을 빨고, 저녁으로 짜장면을 먹으러 나갔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하루종일 뺑뻉이 돈 느낌이다. 그런데 아직도 휴가의 중간이라니... 하아... 끝나길 기다리는 이런 느낌은 또 처음이다. ㅋㅋ

모두가 잠든 후에 홀로 베드민턴 올림픽 중계를 보면서 내일은 생태원에 가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6. 8. 24. 12:08

휴가 이틀째.

보은에서 하루 일찍 나섰기 때문에 숙박할 곳을 급하게 찾았다. 우리는 어차피 하루종일 밖에서 놀다가 잠만 잘 꺼기 때문에 싼 민박 위주로 검색했다. 말은 아무 집이나 가자고 했지만, 남편과 나의 까다로운 입맛에 딱 맞는 집을 찾기는 어려웠다. 서천에 도착해서 차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급 검색... 

<바다향기 *션> 펜션에 전화를 걸어 2박에 15만원으로 합의를 봤다.


숙소는 깨끗한 편이었고, 에어컨과 TV, 주방시설도 갖춰져 있고, 바로 바다가 보였고, 바람이 잘 통해서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시원했다. 가장 좋았던 건 갯벌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는 것! 조개 캐는 도구들을 빌려갈 수 도 있었다.


갯벌에 언제 갔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아이들이 없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번거로움과 수고를 감수했는데, 역시 아이들과 함께하니 재미있었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그냥 발바닥에 조개가 잡혔다. 나는 발가락으로 조개를 잡았을 정도! 


작은 게 발견~ 무서워하는 수빈이~

게와 소라게도 발견~

앞장 서서 가면서 빨리 오라고 몇 번을 말했는지? 둘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삼매경...

비싼 모시조개인 줄 알았는데, 흔한 동죽이었음ㅋㅋ


오후 5시쯤 해질 무렵부터 7시까지 조개를 캤다. 

하루 해감을 해 놓았지만 다음날 먹어보니 그래도 모래가 씹혀서 조개 똥을 일일히 뻈다. 수고에 비해 양은 참 적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열심히 받아 먹은 걸로 만족했다.


갯벌에서 내가 궁금했던 생물은 바로 이것,

갯벌 초입에서 많이 발견했는데, 미끈하고 물컹한 살덩어리였고 껍데기가 없이 기어다녔다. 


정체가 뭘까 궁금해서 수민이한테 "갯벌에 사는 생물 책이 있나 서점에 가볼까?" 했더니 계속 책 사러 가자며 노래를 불렀다. 결국 다음 날 서천에 있는 유일한 서점에 가서 Britannica 만화백과 <갯벌> 책을 샀다. (수민이가 보기에는 수준이 조금 높았지만, 그래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궁금했던 생물의 정체는 '민챙이'였다. 암수한몸이지만 건강한 유전자를 위해 다른 민챙이와 교배한다. 참 신기하다. 이렇게 갯벌 먹이사슬의 최하위층도 다양한 유전자가 종족의 번식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이.

최소 비용으로 대량생산을 하기 위해 유전자 주사를 놓아 가축들의 유전자를 획일화시키는 인간과는 대조적이다. 돈 때문이다. 무엇이 더 중요한가? 심지어 이 먹이사슬의 최하층도 아는데...


다음날 서천 국립생태원에 가기로 했는데, 그래서인지 아이들보다 내가 더 기대를 많이 한 것 같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6. 8. 24. 11:53

보은할머니 생신을 맞아 가족 식사 약속이 보은에 일요일 점심에 잡혔다. 덕분에 우리 휴가는 계획보다 하루 일찍 시작했다. (교회도 못 가고ㅠ)


보은 작은아버지댁에 가면 젖소들을 볼 수 있어서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

소들에게 먹이도 주고, 송아지한테 우유도 주고, 젖짜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사람들에 부대끼지 않고 시간에쫒기지 않고 편안하게 관찰할 수 있다. 어떤 체험학습에 가도 이런 경험은 할 수 없을 꺼다. (소들이 낯선 사람이 있으면 겁을 먹어서 젖이 평소보다 안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개방이 어려울 수도) 


심지어 암탉이 낳은 알을 가져와 바로 계란후라이를 해서 먹기도 했다. 수민이는 그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나 보다. 수시로 닭장에 가서 알을 낳았는지 체크를 했다.


수현이는 예전에 와본 기억이 가물가물한데도 익숙해보였다. 가까이 가는 것도 무서워하지 않지도 않고 심지어 괜찮다며 송아지 입에 손가락을 넣어 쪽쪽 빨게 하기도 했다. (송아지는 우유가 안 나오자 다시는 빨지 않았지만 수현이는 간절하게 손가락을 내밀며 기다렸다)


소 혓바닥도 무섭지 않아~

소 젖이 모아지는 모습 구경- 신기해하는 수현이 눈썹...ㅋㅋ

(어느정도 통에 차면 진공상태가 되어 우유만 빨려 들어감)


청소도 열심히~

우리가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데도 무서워하지 않고 잘 다가가는 아이들/ 작은아버지께 바둑배우기~      

근처 강 기슭에서 물놀이도...


여기에 오면 장난감이 없어도 아이들은 참 잘 논다. 작은어머니가 농담으로 아이들에게 "엄마,아빠 가라고하고 너네만 여기서 세밤만 자고 갈래? 세 밤 자고 엄마가 데리러 오라고 할까?" 했더니 아이들은 반색하며 좋아했다. 

작은어머니가 허리가 아프신데, 우리가 있으면 아무래도 신경 쓰일 것 같아 우리는 하루 일찍 다음 일정으로 가기로 했는데, 수민 수현이는 여기서 세 밤 자고 가기로 했다며 안 가겠다고 운다. 아무리 더 재미있는 곳에 갈 거라고 이야기 해도 진정이 안된다. 정말 좋은가보다... 


보은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역시 아이들은 시골에 이렇게 풀어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휴가에서 돌아온 뒤에 서천 시골에 갔을 때, 아이들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논, 밭,산이 펼쳐져 있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었는데... (한 낮이라 덥기도 했겠지만) 아이들 관심의 차이는 살아있는 동물이 있느냐 없느냐였던 것 같다.


놀아본 사람이 놀 줄 안다고 도시에서 티비와 게임, 놀이터, 키즈카페에 길들여져있는 아이들이 여기서 뭘 하고 놀겠나... 무엇보다 문제는 아이들에게 자연을 소개시켜주고 싶은 나의 마음과 달리 내가 지천에 널려있는 식물들 이름을 모른다는 것이다. 

길가에 보라색, 흰색 꽃이 함께 피어 있었는데, 무슨 꽃이고 왜 색이 다르게 피는지 궁금했는데 설명해 줄 수가 없었다. 나중에 엄마한테 물어보니 도라지였고, 더 알아보니 꽃에 따라 도라지 종류가 달랐다. (흰꽃은 백도라지.. 꽃이 겹으로 되어 있으면 겹도라지)


알아야 아이들한테 설명을 해 줄 수 있을 텐데, 도시의 편안하고 깨끗한 삶에 익숙해져있는 나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동기가 생기니 관심도 생긴다. 


어쨌든 일주일의 휴가 중 첫번째 목적지를 뒤로 하고 다음 목적지- 서천으로 출발했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6. 8. 8. 15:49

조카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양수 이모의 초대로 평택에서 2박3일을 지냈다. 


첫 날은 평택 가는 차 안에서 아이들을 재워서 수월하게 넘어갔는데,

다음 날, 일찍 일어난 아이들과 쉬지 않고 놀아주다가 시계를 보니 12시... OTL 오늘도 하루가 길겠구나.. ㅠ


점심을 먹고 더울 줄 알면서도 밖으로 나왔다. 카페와 놀이터, 집 앞에 있던 분양하우스 구경(다행히 안에 볼풀장이 있었음), 바닥분수 한 시간을 놀고 집에 돌아오니 6시. 막내는 그 시간까지 안 잤다. 


역시 아이 셋과 하루종일 풀로 놀아주기는 너무나 지친다.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 ㅋㅋ

한편으로 난 양수가 이젠 다시 초대하지 않겠다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 이모는 불평 한 마디 없이 우리에게 헌신해 주었다!!!


(오전 활동: 아이언맨 게임-TV보기-물감으로 그림그리기-딱지치기-숨바꼭질)

수현이가 찍어준 우리 사진


재미있었던 건, 우리가 갔던 소사벌지구의 카페에서 생전 들어보지 못한 개구리 소리가 들렸다는 것. 

아이들과 무슨 개구리 소리인지 한참을 검색하다가 <평택소사벌지구 금개구리 발견> 이라는 글을 찾았다!


"지난 6월 22일 소사벌택지지구 2호 근린공원구획 내에서 맹꽁이 3개체가 발견되어 시작된 조사는 현재 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와 사후환경조사를 맡은 용역업체가합동 조사팀을 구성하여 한각유역환경청에 신고한 후 맹꽁이가 확인된 여러 지역에 펜스와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팻말을 설치하고 맹꽁이 트랩을 설치하여 포획중이며,9월말까지 구조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출처 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의 블로그>


우리가 들었던 개구리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맹꽁이었다. 알고 나서 울음 소리를 다시 들어보니 "맹~꽁~ 맹~꽁~" 하고 들렸다. 와~ 너무 신기했다! 내가 이 정도였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좋아했는지... 그 표정이 생생하다. 

이렇게 청각으로 들어 배우는 걸 어떻게 글로 읽어 아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까! 자연에서 살지는 못하더라도 이렇게 자연을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곳에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굳혔다.

또 이 일은 새로운 재능기부수업에 대한 힌트가 되었다. 다양한 개구리 소리를 들려주며 개구리라고 다 똑같은 개구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 멸종위기 동물에 대한 이야기도... (근데 난 왜 자꾸 이런 생각을 하는거지)


더 큰 수확은 저녁에 있었다. 양수가 심리상담센터장인 제부에게 몇 달 전부터 부탁을 했던 수민, 수현이의 심리검사. 

검사마다 거의 약 30분 이상 걸린데다 나에게 결과를 설명해주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퇴근하자마자 우리에게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 준 제부에게 너무나 고마웠다... 이 내용을 글로 정리해서 보내주기까지!!



무엇보다 심리검사 결과로 나의 양육태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같은 이야기라도 남편이 나에게 했다면 잔소리로 들렸을 이야기가(no offense) 전문가의 검사 결과를 통해 들으니 납득이 갔다. 


수민이의 주의산만함은 바둑과 독서로, 돈에 대한 집착은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메세지를 심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왜 수민이가 돈을 이렇게 좋아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수민이에게 평소 내가 "아빠가 회사를 가야 돈을 벌고, 그래야 우리가 맛있는 것도 먹고, 장난감도 살 수 있다"는 이야기. 또 뭔가를 사달라고 했을 때 "돈 없어서 안돼" 라고 했던, 무의식적으로 했던 한 마디가 아이들에게 이렇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차 싶었다. 다시 한번 모든 언행에 주의해야 한다는 깨달음... (참 아이들 바르게 키우기 힘들다ㅋ)


수현이의 슬픈 마음과 낮은 자존감의 원인은 주로 형과의 비교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수현이가 멀리 뛰기를 하고 나에게 "나 잘하지?" 했는데, 수민이가 옆에서 그게 뭐가 잘하는 거냐며 자기가 더 멀리 뛰며 으스댈 때)

이것은 내면은 연약하지만 강하고 싶은 수민이의 마음과 매번 부딪힌다. 그래서 수민이는 수현이에게 자신의 강함을 과시하고, 수현이는 그런 형 옆에서 매번 자신은 못한다는 메세지를 받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집에 돌아와 수민이에게 수현이의 이런 모습을 이야기 하며 수현이에게 조금 부드럽게 이야기 하고, 칭찬을 많이 해주자고 했다. 심리검사 결과라고 하니 수민이도 훨씬 잘 이해하는 것 같았다.


어쨌든, 정신없는 2박 3일. 이런 일상에 익숙하지 않아서 더 힘들었을 양수와 제부에게 감사한다.

결혼을 한 이후로 여동생이 이렇게 큰 의지가 되다니. 정신적으로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나중에 양수네가 아이를 낳으면 그때는 내가 도와줄 차례. 내가 조카에게 사랑을 베풀 차례.

벌써 기대가 된다. 

(이왕이면 이쁜 딸로~!!!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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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6. 3. 12. 15:01

눈만 오면 수민이와 수현이는 신이 난다.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 하자며...

하지만 올해 겨울 눈은 몇 번 왔고, 그나마 많이 쌓이지도 않았고, 쌓여도 눈싸움하고 놀 공간도 없었고, 무엇보다 놀게 해 줄 엄마의 여유가 없었다. ㅋㅎ


어느 일요일에는 눈이 펑펑 오길래 남편에게 애들이랑 나가서 눈싸움 좀 하고 오라고 했더니 그런 소리 하지 말란다. (피곤에 쩔어있는 데다 다음날 중요한 PT가 있는데 연습이 안되어 있는 상황)


그러더니 미안했는지 삼일절 날 갑자기 눈을 보여주겠다며 우리를 천안으로 데리고 갔다. 전 날 지방에 출장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눈이 많이 쌓인 걸 봤다며...

천안 근처 평택에 사는 동생에게 뭐하냐고 전화해봤더니 마침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에 가기로 했다고 했다. 삼일절 의미도 있고 해서 거기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날이 날인지라 톨게이트부터 독립기념관까지 길에 차가 주차장처럼 서 있었다.


힘들게 천안까지 갔는데, 차에서 1시간을 다시 허비할 수 없어서 막판에 목적지를 변경했다. 

2년 전 여름에 갔던 천안 상록리조트로... 그런데 입구가 너무 썰렁해서 순간 문 닫은 줄 알고 가슴이 철렁... 여기까지 왔는데 닫으면 안된다..ㅋ 

공휴일에는 무료입장이라 매표소에 사림이 없는 거였지만... 그런데 왜 이렇게 없는거지? ㅋ


                    추워서인지 썰렁한 입구                                신나게 뛰어 들어가는 수현이의 뒷모습

제일 좋아하던 로보트 (로보트가 오른쪽 팔을 축으로 360도 움직인다)

딱 회전목마가 수빈이 수준이었는데 (두 형들은 이제 시시하다고 안 탄다)

(오른쪽 사진) 수현이가 표를 끊고 나서 마음이 바뀌어서 안 탄다길래 

대신 수빈이를 아빠랑 태웠더니 무섭다고 엄청 울었다. 중간에 꺼내줄 수도 없고.. ㅋ

기분 좋은 수현이~

뭘 하나 타더라도 자기들끼리 "피해~!!" 하면서 소리지르고 웃고 난리... 함께할 형제가 있어서 좋다.

강해지고 싶은 수민이... 역시 남자다잉ㅋㅋ

까불까불한 두 형제는 잠깐 걸어가는 와중에도 서로 엉덩이를 보여주고 그걸 올라타고 넘고 넘어진다.

밥 먹으러 와서도 남의 집 기물 파손 직전... 동영상과 타협했다


빅 5 두장을 끊었는데, 초반에 너무 잘 놀아서 자유이용권으로 살껄 그랬나 싶었는데 잘 산 것 같다. 일단 여기는 놀이기구가 많지 않고,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탈 수 있는 놀이기구가 제한적이었고, 아직 덜 풀린 날씨에 밖에 오래있다 보니 너무 추웠다. 

마지막에는 수현이가 귀신의 집에 들어가보고 싶다고 해서 수민이랑 둘이 들어가보라고 했더니, 입구를 지키던 아저씨가 가족 다 같이 들여보내주셨다. 무서울텐데 괜찮겠냐는 질문에 그래도 들어가겠다고 자신있게 말하던 수현이는 들어가자마자 첫 번째 관문에서 머리를 풀어헤친 인형을 보고 바로 뛰쳐나왔다. 아빠가 수민 수빈이를 데리고 들어갔다 왔는데, 수민이는 무서워서 몸이 굳어버렸다고 하고, 수빈이는 나와서 서럽게 울면서 나에게 안겼다. 이것 때문에 밤에 무서운 꿈을 꾸진 않을까 걱정했더니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ㅋㅋ


집에 와서 가만히 기회비용을 생각해본다. 놀이공원은 서울대공원 갔어도 되는데... 굳이 천안까지 갔어야 했나?

하지만 다섯 가족 이용하는데 저렴했고, 사람도 없었고, 규모가 작아서 많이 걸어다닐 필요도 없었다. 

입구에 쌓여있던 눈으로 눈싸움도 (아주 짧게) 했고, 놀이기구 나와서는 양수 이모 집에 가서 그렇게 원하던 아이언맨게임도 하고... 애들 삼촌이랑 게임하고 노는 사이에 아빠는 3시간을 죽은듯이 잤고...

어쨌든 애들이 잘 놀았으면 됐지 뭐!!

이렇게 휴일을 보냈다.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