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특별한 날2017. 6. 12. 15:06


올해 봄,  미국에 있는 성희가  에이미 가족을 소개했다. 에이미의 남편 앤디는 한국에서 입양되어 자랐는데, 이 부부가 다시 한국에서 남자아이를 입양해서 키우고 있는 아주 특별한 가족이다. 아들의 이름은  매딕스. 한국나이로 9살이다.

성희가 입양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에이미를 만났고, 에이미의 한국여행 계획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성희가 우리 가족을 소개해준 거다.

성희에게 이 가족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무조건 잘 해주겠다고 결심했다.


얼굴도 모르는 앤디와 매딕스에게 엄마의 마음이 생겼다. 나는 상상할 수도 없는 그 상실감을 잘 받아들였고, 또 아들을 입양하여 가족을 이뤘다는 것에 대해서 앤디에게 어떤 존경심도 생겼다.

하지만 마음 깊숙히 한국을 그리워 하는 마음이 있을 것 같았다. 특히 매딕스는 그 그리움이 한국에서 온 뽀로로에 대한 애정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와서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이  뽀로로파크에 방문하는 것이고, 제일 사고 싶은 것이 뽀로로 인형들(stuffed animals)을 사고 싶은 거라고 했다. 매딕스는 1살 이후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거라 기대가 더 커 보였다. 미국에서 한국문화를 접할 기회조차 거의 없는 그들에게 한국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다.


에이미에게 첫 메일을 받은 뒤로 우리는 약 스무통의 메일을 주고 받았다. 의욕이 넘치던 나와 달리, 에이미에게 한국은 전쟁위험국가였고, 미국에는 김정일이 미국인을 납치하겠다는 기사도 뜬 상황이라 처음에는 여행도 무산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5월만 해도 여행이 무기한 연기될 것 같은 뉘앙스였는데, 갑작스럽게 에이미에게 메일이 왔다. 6월 초에 덜컥 비행기를 예약했다고.


6월4일부터 약 10일간의 서울 여행. 어디를 추천해줘야 할까? 길을 어떻게 알려줘야 할까? 고민을 많이하며 열심히 정보를 전달했다. 매번 메일을 보낼 때마다 영어로 긴 글을 작문했다.


에이미 가족이 인천에 도착하는 날, 우리는 에이미에게 공항으로 마중을 나가겠다고 했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마음의 고향에 오는 느낌이 어떨까. 그래도 누군가 기다리고 있으면 좀 더 한국이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딸만 생각하는 우리 엄마는 고생을 사서 한다며 만류했고, 남편도 갈 필요까지는 없지 않냐고 했고, 에이미도 택시를 타고 가면 된다고 괜찮다고 했지만 내가 가겠다고 했다. 내 오지랖이 너무 넓은 걸까? 


겸사겸사 인천 시댁에 들러 아이들을 어머니께 맡기고 공항으로 갔다. 

그런데, 이게 왠 일? 


게이트에서 3시간을 기다렸는데도 나오질 않았다.  무슨 일이 생겼을 거라고 확신하고 에이미에게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우리는 항공사와 출임국심사장에도 전화를 했다. 호텔에 전화했을 때 우리는 에이미네 가족이 오늘 예약이 아니라 내일부터 숙박을 하기로 예약이 되어 있었다는 걸 알았다. 우리는 그때도 상황파악을 못하고 얘네가 예약을 잘못했구나. 오늘 밤은 어디서 자야하나 걱정을 했다.


그러다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안내데스크로 달려가 물어보니 에이미가 보내준 비행기 티켓에서 +1은 하루 다음날 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니까 도착하는 날은 6월 3일이 아니라 4일!!


우리가 완벽하게 속은(?) 이유는 비행기 번호, 출발지, 도착시간까지 같은 항공편이 있었다는 사실! ㅋ

헐..... 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황당해서 남편과 나는 웃을 뿐...


나중에 에이미에게 문자가 왔다.


허탈하게 시댁으로 왔는데 나는 며칠 전부터 왔던 열감기가 너무 심해져서 밤새 열이 펄펄 끓었다. 다음 날 교회도 가지 못하고 몸져 눕는 바람에 (너무나 감사하게도) 어머니와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을 다녀왔다. 나는 침대와 붙어 하루종일 잠만 잤다.

저녁이 되었을 때 조금 나아진 몸을 추스리고 어제와 같은 시간 또 공항에 갔다. 한 번 갔으니 안 갈 수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건 내 잘못이었으니까.


보통 짐 찾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비행기 도착시간보다 30분은 늦게 나오겠거니 여유롭게 갔더니 비행기가 일찍 도착해 있었다. 거의 우리가 도착하고 바로 에미이 가족이 나왔다. 이 날은 기다리지 않아서 좋았고, 늦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드디어 게이트에 모습을 드러낸 Andy, Ami와 Madix!


한번 허탕을 치고 나서 그런지 더 반가웠다. ㅎㅎ

환전소를 알려주고, 간단히 티타임을 갖고, 호텔까지 한번에 가는 고항리무진을 알려주었다.

이것이 우리 의 첫 만남.



시트콤 같은 해프닝이었지만, 오히려 우리를 끈끈하게 이어준 것 같다. 우리는 뭔가 실제적인 도움을 주지도 았음에도 불구하고 에이미 가족에게 우리의 마음이 전달된 것 같다.  어제 사건은 필연이 아니었을까? ㅎㅎ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