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특별한 날2017. 6. 22. 17:17

에이미와 일주일만에야 다시 만났다.

서울 가이드도 해주고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우리집과 에이미 호텔이 있는 종로는 너무 멀었다. 아이들이 셋에 몸이 매여 있는데다 같은 주에 여러가지 일들이 겹쳐서 넘 바빴다. 

궁금해서 카톡으로 매일 연락을 했는데, 다행히 에이미 가족도 바쁘고 알차게 보낸 것 같다. 매딕스 병원도 가고, 남대문에 가서 매딕스 한복도 사고.. 한옥마을, 경복궁도 갔다고~ 


잠실역에서 만나 하남 조정경기장 공원에 가는 길... 우리 차로 한번에 갈 수 없어서 나만 에이미 가족이랑 택시를 타고 갔는데, 그때까지 수민이를 만나지 못한 매딕스는 애가 탔다. 그동안 수민이 만날 생각만 하며 손꼽아 기다렸다며... 매딕스에게 첫 한국인 친구가 너무 특별했나보다. (사실 매딕스가 수민이보다 한살 형)


우리는 펜팔친구~

공항에서 만났을 때 매딕스가 수민이는 뭘 좋아하냐고 하길래, 요즘 우리 아이들이 애청하는 '도라애몽'이라고 했더니, 이 날 매딕스가 수민이를 만나자마자 도라애몽 인형을 주었다. "How come Soo-min doesn't like the Pororo?"를 몇 번이나 말했는지.. ㅎㅎ


이 날 우리는 (곧 다가올) 매딕스의 생일 파티를 하기로 했었다. 매딕스가 그토록 좋아하는 뽀로로 케이크를 공수하기 위해서 나는 며칠 전에 파리바게트 뽀로로 케이크를 예약해 두었었는데, 기대했던대로 매딕스가 너무 좋아했다.




하남 조정경기장


조정경기장에 갔다가 근처에 있는 유니온 타워에도 갔다. 이번에도 역시 차 한대로 이동할 수 없어서 남편이 아이들을 태우고 먼저 가고, 나랑 에이미, 앤디는 걸어서 갔다. 

가면서 조심스럽게 궁금했던 것도 물어봤다. 매딕스에게 입양한 사실은 어떻게 말했냐고. 그랬더니 비밀로 했다가 나중에 알려주는 건 너무 충격적이고 받아들이기 힘든 일일 거라고... 그래서 step by step으로 교육을 받는다고 했다. 입양관련 단체에서 단계별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자세하게 알려주는 것 같다.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에이미는 오랜 친구처럼 편안했고, 앤디는 굉장히 예의바른 느낌이었다. 



이렇게 하남투어를 마치고, 우리집으로 왔다. 매딕스 생일 상을 한국식으로 차려주기로 했는데, 특별한 건 없고 미역국을 준비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에이미를 비롯한 가족 모두가 채식주의자라는 사실~! 외국인 대접하기에는 불고기가 무난하지만 고기를 전혀 넣지 못하니 생각을 여러번 해야 했다. 지인의 조언으로 미역국에는 소고기 대신 황태를 넣었고, 잡채는 성희가 알려준 레시피로 했다. 특히 잡채는 남편이 나중에도 몇 번이나 맛있었다고 할 정도로 정말 맛있었다... ㅎㅎ


우리 부부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에이미와 앤디에게 아이들과 밖에서 놀아달라고 부탁했는데, 고맙게도 아이들과 놀이터도 가고 자전거도 타고 시간을 잘 보내주었다. 이렇게 저녁식사도 성공적으로! 



이틀 뒤인 화요일에는 매딕스랑 롯데월드 가려고 수민이 학교도 쉬었다. (사전에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면 일년에 10일이 가능하다) 원래 수민이만 데리고 갈 예정이었는데, 수현이도 따라 가고 싶어해서 같이 갔다. 수빈이만 어린이집으로.. 


수빈이한테 미안했지만, 수빈이를 안 데려가기는 너무 잘했다. 6살인 수현이만해도 탈 수 있는 게 제한되어 있는데다가 괜찮을 거라고 같이 탄 놀이기구를 몇 번이나 무섭다며 울었다. 일단 깜깜하고 무서운 소리가 나면 울었다. 정글보트도, 3D 입체영화관도 무섭다며 엉엉 울거나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ㅋ


                                                                                         매딕스 형아 발을 간질간질~~

어드벤처에 있는 이 평화로운 기차는 세 아이 모두 좋아했다.

특히 매딕스가 좋아해서 세번이나 탔다. ㅋㅋㅋ


아이 둘을 데리고 가도 괜찮을까 싶었는데, 그래도 어른 둘이 더 있어서 너무 수월했다. 수현이가 못 타는 놀이기구는 앤디가 수현이를 데리고 밖에서 놀아주기도 했고, 둘씩 타는 놀이기구는 어른 하나에 아이 하나씩 짝을 지어 탔다. 에이미랑 내가 롤러코스터를 탈 때 앤디는 아이들을 데리고 기구를 타기도 했다. (롤러코스터는 정말 얼마만에 타는지... 잊어버리고 있던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ㅋㅋ)


매딕스랑 수민이는 금방 친해져서 서로 말이 안 통해도 잘 놀았다. 처음 만났을 때 수민이는 부끄러워 한국말도 못했는데, 지금은 매딕스에게 "NO!" "Run!" 등 눈치로 배운 영어로 한마디씩 했다.

인형을 좋아하는 매딕스는 인형뽑기기계와 선물코너만 보이면 달려갔다. 덩달아 수민 수현이도 인형뽑기를 했는데, 앤디가 지하철 탈 때마다 모두 동전으로 거스름을 받아둔 터라 그걸로 정말 원없이 했다. 하지만 인형은 안 뽑히고 아이들은 계속 원했다... 이게 돈 먹는 기계구나... 


수빈이를 데리러 가야해서 원래 4시에 헤어질 예정이었는데, 그렇게 놀다보니 벌써 6시. 

모레 아침 비행기로 떠나는 에이미 가족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짧은 만남이라 아쉬웠고, 한편으로는 더 좋은 곳을 구경시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바다도 가고 싶어했었는데...

그래도 언젠간 또 만날 거라는 느낌은 확실히 든다. 에이미 가족도 우리 가족을 꼭 초대 하고 싶어 했고, 나도 가고 싶다. 겨울에 에이미와 앤디가 스키캠프 강사로 있는 캠프에 가면 너무 좋을 것 같다.


나는 에이미가 선물로 줬던 티셔츠를 입고 나갔다~


수현이가 밥을  먹다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갑자기 마음이 따뜻해져요."

옆에서 외할머니가 "따뜻한 국물을 먹으니까 그렇지." 했더니,

"아니, 그게 아니라 엄마를 생각하니까 그런 거에요." 했다. (어쩜! 이렇게 예쁘게 말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 생각했을 때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라니...

그런데 Ami의 가족을 생각하니 나도 따뜻해짐을 느낀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생면부지 사람들과 이렇게 마음을 나누다니 짧았지만 너무 따뜻한 만남이었다.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