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적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무슨 보물단지가 된 듯 중학교 때 친구들과 주고 받은 종이 쪽지까지 보관하고 있다. 내가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쪽지를 펼쳐보면 그 때 그 시절 생생한 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맹점이 있다. 내가 그 모든 쪽지를 중학교 이후 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집 베란다에서 상자 깊숙히 잠자고 있는 오래된 종이들은 쓰레기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지금도 섣불리 버리지는 못하지만 사실 이것은 추억, 그 뿐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적는 것이 소중한 나의 역사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은 올해 4월, 내가 씽큐베이션이라는 독서모임을 시작하면부터다. 읽은 책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시작하면서 내 머릿 속에 얽혀있던 생각들이 차곡차곡 정리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쓴 서평들이 상자 속 쪽지와 비교할 수 없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1) (깊던지 얉던지) 그 때 내가 느꼈던 생각의 흐름을 언제든지 읽을 수 있다. 귀찮지만 마음 먹고 상자를 뒤져야만 꺼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 장난으로 주고받은 쪽지처럼 아무말이나 적어놓은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을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썼기 때문에 다시 읽어볼 가치가 있다.
3) 시간 별로 정렬되어 있어서 나의 성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매주 1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긴지 26주차. 오늘도 서평하나를 무사히 제출했다. 이 글들은 분명히 아주 빠르게 나를 더 성장시키고 있다. 지난 역사이지만 나는 나의 미래를 본다.
[30일 글쓰기] 24일차. 각 개인은 모두 자신의 역사가입니다. 자신의 역사는 어떻게 기록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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