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화요일은 중요한 날이다.
우리 회사는 일주일에 한 번, 화요일에 출근를 한다. 이날은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 모두가 모이는 날이다. 절대 늦으면 안 되기 때문에 전날부터 긴장이 된다. 부랴부랴 아이들 등교 준비를 시키고, 아이들이 제 시간에 나갈 수 있도록 알람을 해두고 먼저 집을 나선다. 회의를 내가 진행하다보니 회의 안건 준비도 해야한다. 회의 내내 거의 나 혼자 말을 하는데, 다들 나를 쳐다보고 있기 때문에 나는 2시간 내내 긴장을 한다. 회의가 끝나면 다른 회의가 기다리고 있다. 이 날은 일주일에 한번 고정적으로 내가 집 밖으로 나오는 날이라 막내를 어린이집에서 픽업해서 집으로 가는 날이기도 하다. 도로에서 운전으로 보내는 시간도 많은데, 자칫하다 퇴근길 차에 막히기라도 하면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두 아이 생각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집으로 가면 나에게는 서평 마감이라는 압박이 기다리고 있다. 이 마감 시간도 절대 어기면 안되는 나의 약속이다. 벌써 7개월째 서평 마감날은 화요일로 고정되어 있는데, 미리 쓸 수 있는 여유가 없다. 급하게 밥을 차려주고, 아이들에게 오늘은 엄마가 서평을 써야 하니 집중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당부를 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리고 시간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초 집중상태로 글을 쓰고 싶지만 막내는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책상 주변에서 얼쩡거리며 계속 뭘 해달라고 조르고, 의자 위로 올라오고 컴퓨터를 건드린다. 결국 나는 아이에게 저리 좀 가 있으라며 큰 소리를 낸다.
간신히 서평을 제출하고 집을 돌아보면 난장판이다. 밥 차려 놓은 것, 아이들이 어질러 놓은 장난감들과 옷가지들 때문에 집안이 어지럽다. 내 마음도 어지럽다. 집을 정리하고 아이들을 재우고도 할 일이 남았다. 30일 글쓰기와 30일 그리기를 마감하고, 자정에 가까운 시간 달리기를 하러 트레이닝 복을 입고 집을 나선다. 모든 미션을 마무리하고 침대에 누우면 맥이 풀린다. 이런 날은 너무 피곤하지만 긴장 완화를 위해 넷플릭스를 하나 보고 자야 한다.
압박으로 가득찬 화요일을 보내고 나면 수요일이 나를 기다린다. 이날은 일주일 중에 쉬어가는 날이다. 웬만하면 이 날에는 약속을 잡지 않는다. 더구나 일 할 시간이 이틀이나 더 있으니 마음도 여유롭다.
남들은 수요일이 제일 힘들다고 하는데, 나는 수요일이 제일 좋다.
[30일 글쓰기] #29. 일주일 중 가장 컨디션이 좋은 날은 언제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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