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정밀검사 끝에 담낭에 용종과 돌들을 발견했다.
다음 일요일에 입원해서 수술하기로 했는데 간단한 수술이라고 하지만, 둘 다 긴장되긴 마찬가지..
둘째 낳기 전에 시댁에 수민이를 맡기고 1박이라도 여행을 갔다 오기로 했었는데, 이렇게 수술날짜가 잡히고 나니 빨리 여행을 갔다오기로 했다.
수민이 태어난 후, 남편과 둘이 오붓하게 보낸 시간은 손에 꼽는다.
몇 달 전에 수민이를 친정에 맡기고 둘이 영화를 보러갔는데, 영화시간 기다리면서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기까지 했다... 자유가 없어지면 더 애타게 그리워 지는것 같다. 우린 결혼하고 한 달만에 수민이가 생겨서 그런지 지금도 신혼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그렇게 떠나게 된 1박의 자유.ㅋ
매 시간마다 수민이가 걱정되고 생각이 났지만, 당장 먹일 걱정, 재울 걱정, 놀아줄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 너무 홀가분했다. ㅠ
여유가 생기니 창 밖에 단풍으로 물든 산도 보이고 음악도 들린다.
강원도 단풍 구경하면서 우리가 간 곳은 강*랜드.. ㅋㅋ
호주에 있을 때 우린 종종 카지노에 가서 너무 재밌게 놀았었다.
저녁엔 밴드가 와서 노래도 부르고, 괜찮은 레스토랑도 있고, 카지노에서 하루 두 잔 공짜로 주는 커피도 너무 맛있었다. 맥주 한 잔 주문해서 게임하면서 놀았던 아련한 추억때문에 그때부터 우리 커플은 카지노를 좋아했다.
오랜만에 가본 카지노.. 그런데 2년 전에 갔을 때랑 느낌이 엄청 달랐다.
주말이라 그렇겠지만 사람이 엄청많았다. 앉기는 커녕 한번 코인을 올려 놓기 힘들 정도로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겹겹이 서있다. 그러다보니 슬쩍슬쩍 밀리고 밀치는 건 기본이고 미안하다는 얘기도 듣기 힘들다.
기분이 조금 이상했던 건 사람들이주는 인상때문이었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암울한 기운이 곳곳에 있었다. 검은색 우중충한 옷을 입은 사람들, 테이블 옆에 쭈그리고 앉아 기도하는 아저씨, 무리지어 앉아 이야기하는 사람들.. 내가 왔다갔다 할 때마다 어쩐지 시선도 신경 쓰였다.
우리같은 관광객들도 있긴 했지만, 많지 않아서 그 수에서도 압도 당했다.
호주에서는 카지노에 들어갈 때 쫄쫄이 신발이나 반바지를 입고 가면 안되는 나름 엄격한? 드레스 코드가 있었다. 특히 주말에는 파티에 가는 것처럼 옷을 차려입고 갔었는데 이 곳 분위기랑은 너무 다르다.
운도 따르지 않아서 더 재미가 없었나보다.
설마 잃을꺼라고 생각하지 않던 마지노선까지 쓰고 왔다. 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지노의 묘미가 있긴 하다. 엄청 가고 싶었던 만큼 원없이 놀다 왔다.
운이 따랐던 건 날씨였다.
여행 가기 전 날, 일기예보에서는 강원도에 '천둥번개+돌풍+우박+비'가 올꺼라고 했는데,
밤에 비가 좀 오긴 했지만 낮에는 파란 하늘도 오래 봤고, 우리가 돌아다닐 때는 비도 안 오더라.
일요일날은 조금 일찍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점심을 주문 실수로 40분을 기다리고 차도 엄청 막히는 바람에 저녁 7시가 되서야 도착했다.
조바심을 내며 급하게 시댁에 들어가보니 수민이는 곤하게 자고 있었다.
나를 발견했을 때의 표정을 보고 싶었는데...
처음으로 엄마랑 떨어져서 잔 거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어머니 말씀은 너희가 서운해 할 정도로 안 찾았다며.. ㅠ
다음 주에 수민이 맡기고 병원에 가 있어도 될 것 같아 안심이 되면서도 조금 서운했다. ㅋㅋ
떨어져 있을 때는 수민이 못본 지 1주일은 된 것 같더니,
현실로 돌아오니 여행 갔던 게 벌써 꿈 같다.
다음번 여행은 언제가 될 지.. 기약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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