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교회에서 장애인을 위한 기도회를 하는데 내가 만들었던 다큐멘터리를 틀고 싶다고 목사님이 연락을 주셨다.
자그마치 3년 전에 만든거라 다시 상영하기가 조금 민망하긴 했지만 별 생각은 없었는데, 당일 날 사람들과 같이 보는 순간 티비 안에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다. 당시에 만들 때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너무 촌스럽기도 하고, 손 발이 오글거려서 정말 쥐구멍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ㅠ
역시 사람은 자만하면 안되겠구나 다시 한번 생각했다.
꼭 나에게 주는 메세지인 것 처럼 우연히 동사무소에 갔다가 들린 커피숍에서 발견한 글귀.. ㅋ
"손으로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는 자기 솜씨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순간 더이상 발전할 수 없게 된단다."
상영이 끝나고 나서 사람들 앞에 나가서 간단하게 5분정도 이야기 할 시간도 있었다. 대학교 다닐 때만해도 나는 수업시간에 앞에 나가서 발표할 때마다 입술이 덜덜 떨리곤 했는데 이제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거에 대해서 큰 부담은 없다. 몇 번의 경험을 해보니 내 속에서 생각이 정리되어 있고, 너무 잘 하려는 욕심만 없다면 괜찮은 것 같다.
하여튼 그렇게 앞에 서서 이야기 하는데 사람들이 다들 엄마미소로 나를 쳐다보면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걸 보고, 만든 지 오래되긴 했지만 이 영상이 도움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지적장애인 아이들을 둔 부모님들에게.. 그래서 관련 기관 다섯 곳에 보내기로 했다.
디비디를 굽고, 디비디 자켓도 만들고 디비디에도 인쇄를 하고, 내 명함까지 끼워 넣었더니 럭셔리해 보인다. ㅋㅋ
최근에 홍집이 친구가 지하철역에서 노숙자로 발견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뭔가 마음이 급해져 있었는데, 갑자기 찾아온 이번 기회로 격려(?)를 받은 것 같다. 막연히 다음 다큐멘터리를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더 열심히 준비해!" 이런 느낌이랄까.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단지 뭔가를 만들어 내 영광을 차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괜찮다고 격려하고 싶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
첫째 수민이를 임신했을 때 병원에서 다운증후군일 수 있다고 겁을 줘서 양수검사를 하고 울며 기다리던 시간..
동생이 아니라 내 아들이 장애를 가졌다고 생각했을 때 느꼈던 두려움과 걱정과 슬픔의 눈물..
지금까지 죄인처럼 살아오신 엄마를 보며 정말 그랬다면 난 어떻게 했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엄마가 되고 나서 느낀 나의 감정들과 가족이라는 온실 바깥에서 보호받지 못 하는 아이들, 그리고 주어진 상황에서 그래도 행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함께 담고 싶다. 행복이라는 이상이 너무 먼 곳에 있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당장 아이들이 어려서 뭘 본격적으로 하긴 어렵지만 사실 지금이 긴 준비기간일 수도 있다. 내 마음을 엄마로 성장시키고, 나름 편집 일을 하면서 안목과 감각을 높히고..
마침 이번 달에는 영상 편집일이 세개나 들어왔다. 해야 될 일이 산더미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피곤하고 잠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즐거우니 다행이다.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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