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특별한 날2011. 10. 27. 21:42
남편의 수술로 3박4일동안 병원에 있다가 어제 퇴원했다.
 
8월 새벽 갑작스런 복부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두달 간 정밀검사도 많이 받았다.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보니 검사할 때마다 예약하고, 기다리고.. 남편 담낭에 용종이랑 담석들을 발견하는데 두 달이 걸렸다.
그 사이에 몇 번 더 아프기도 했다. 두 번째 갔던 병원 응급실에서 검사한 결과를 CD에 담아서 여기 병원으로 가지고 갔는데 그 사이에 또 달라졌을 수도 있고, 잘 안 보인다며 했던 검사를 다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10월 24일 드디어 수술날짜가 잡혔다. 확률은 낮지만 나중에 용종이 암으로 변할 수도 있다기에 바로 수술하기로 했다.

입원하는 동안은 내가 간병을 하고, 수민이는 시댁에 맡겨졌다. 지난 주에 하루 떨어져 있을 때 너무 잘 놀았다고 해서 걱정은 별로 안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잘 지냈다고 하신다. 밤에 깨서 엄마를 찾으면 어떡하나 했는데 깨지도 않고 잘 잔다고 하니... 이녀석이 엄마 생각도 안나나?
조금 서운한 마음도 있지만 그래도 애기가 울면서 날 찾는다고 생각하면 내내 가시방석에 있었을 뻔 했는데 다행이다.
어쩜 그렇게 수민이를 잘 봐주시는지 감사하다.

수술 하루 전날 입원해서 입원 첫날 밤은 병원으로 여행을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ㅋ
일찍 병실에 들어가도 할 일이 없어서 저녁에는 둘이 커피랑 아이스크림도 먹고 산책도 했다.

복강경으로 담낭을 떼어내고 3일만에 퇴원하는 간단한 수술이라고 해서 수술 직전까지 마음도 편했는데,
그래도 수술은 수술이라.. 마취가 풀리면서 고통으로 아파하는 남편을 보니 내 가슴도 아팠다.


결혼을 하고 나서 내 의지와 다르게 뜻밖의 사건사고들과 맞닥뜨리는 상황들이 생긴다. 결혼하기 전에 나와 내 가족만 챙기면 됐던 일이 이제는 남편과 시댁, 그리고 아기가 있는 우리 가족까지.. 내 주변의 세계가 몇 배로 확대되는 거니 결혼하는 건 정말 보통일이 아닌 것 같다.

119에 처음 전화하면서 걱정으로 가슴이 쿵쿵거리던 새벽도 잊을 수 없고,
지금껏 아프지도 않고 다쳐본 적도 없어서 며칠동안 병원에서 먹고 자는 생활도 참 어색했다.
엄마가 아플 때는 아빠가 있고, 친척 어른들이 와서 도와주셨기 때문에 
남편의 보호자가 된 지금이랑 책임감의 무게도 확실히 달랐다.

다행히 오빠는 수술하고 하루하루가 다르게 나아지고 있다. 아직 많이 아프다고 하지만 표정도 많이 좋아졌다.

수술한 다음날 저녁에는 오빠 운동을 하려고 병원 복도를 천천히 걸어다녔다.
병원 복도 창밖에 한강 야경 사진이 멋있어서 사진을 찍다가 오빠한테 다가갔더니 그 사이에 시를 지었다며 씩 웃는다.
화려한 야경과 병원에 있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썼나 하고 순간 '이 사람이 이런 면이 있었나!' 했는데, 이건 완전히 다른 내용..ㅋㅋ 수술 후 방귀를 뀌어야 하는 남편의 심정을 담아서 쓴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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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소리
                                                                    이임수

연애할 때 뀌는 방귀소리
볼빨간 수줍은 소리

수술을 마친 환자의 방귀소리
다시찾은 생명의 소리

우리 아기 방귀소리
우리집 웃음꽃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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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동안 병원에서 생활하면서 병원에서 사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오래 병원생활을 해야하는 사람들은 정말 힘들 것 같다.

우리는 자리가 잘 안난다는 6인실에 자리가 있어서 들어갔는데, 운 좋게 창가쪽이라 햇빛도 잘 들고 전망도 좋고, 넓어서 좋았다. 하지만.. 간이침대도 넘 불편한데다 환자 6명이 한 공간에 있다보니 별별일이 다 생겨서 3박4일 내내 잠을 푹 잘 수가 없었다. 특히 우리 옆자리에는 말을 많이 하시는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워낙 목소리도 큰데다 불평이 워낙 많아서 우리의 짜증의 대부분은 그 할아버지 때문...ㅠ

그래도 서로 힘든 상황을 아니까 짜증날만한 상황이 생겨도 이해하면서 넘어간다. 서로 반찬을 나눠주기도 하고 과일이나 간식도 나눠 먹고.. 정이 있으면서도 서로 프라이버시는 지켜준다.  

3일만에 퇴원하고 집에 왔더니 집을 오랫동안 비워 놓은 것 같다.
오빠 푹 쉬라고 수민이는 이번주까지는 시댁에서 봐주시기로 했다.
그런데 수민이가 없으니 내가 휴가를 받은 느낌이다. 오빠는 내가 자장자장 재워줄 필요도 없고 하루종일 이야기하면서 놀아줄 필요도 없고, 밥도 혼자 먹으니.. ㅋㅋ

수민이가 넘 보고싶으면 어머니가 수민이 데리고 집에 잠깐 왔다가 가신다. 어머니는 수민이가 너무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니 하나도 안 힘들다고 하시지만 그래도 죄송스럽다.  

그래도 다음 주면 다시 평소생활로 돌아가겠지..
빨리 회복 됐으면 좋겠다. 건강한 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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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