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2. 2. 22. 18:49
며칠 전, 내 종신보험 하나를 눈물을 머금고 해지했다. 
어릴 때 뭘 모르고 들었던건데 나중에야 이 종신보험이 사망보험이란 걸 알고서 여자가 들기에는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가장이 아니니 사망 시 큰 위험부담이 없는데.. 작년에도 같은 고민을 하다가 나중에 원금 찾을 생각으로 유지하기로 했는데, 이제서야 해지하기로 했다..

몇백만원을 날리고 60%를 해지환급금으로 받으면서 얻은 교훈은 보험은 정말 잘 들어야 된다는 거.

보험을 해지하게 된 건 얼마 전 받은 자산관리 상담 때문이다.
2주 전 쯤, 오빠가 들고 있던 보험회사 한 곳에서 새로 바뀐 담당자한테 연락이 왔다.
우리가 들고 있던 각종 보험 증서 전부를 미리 보내놓고, 토요일날 사무실로 상담을 받으러 같이 오라고 하는데..
뭘 이렇게 거창하게 하는지 싶었다.  
귀찮기도 하고 혹시 또 보험을 들라고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 반, 우리가 든 보험에 대해 설명 들어서 나쁠 건 없다는 호기심 반.. 따라가봤다.

그런데 단순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보험만 분석해 주는 게 아니었다.
우리 집 수입, 지출, 대출현황까지 우리한테 꼼꼼히 물어보시고는 우리가 들고 있는 보험이 적당한지.. 보장이 얼마나 되는지.. 재무관리는 어떻게 해야되는지.. 지금 우리는 잘 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들었다.
토요일에 우리 둘 때문에 팀장님까지 나오셔서 설명을 해 주셨는데, 내 기대보다 너무 도움되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안 왔으면 후회했을 뻔 했다.

작년 가을에 오빠가 생각지도 못했던 수술을 받으면서 우리한테도 언제든지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알았고,
우리 집에서 연금보험 포함해서 보험으로 나가는 돈이 꽤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에 둘 다 실손 보험이 없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더 이상 보험에 돈을 들고 싶지도 않았고, 해지한다면 뭘 해지해야 할지도.. 또 지금까지 넣은 게 있는데 손해를 감수하면서 해지를 해야하나 싶었다. 그래서 문제가 있는 걸 알면서도 그 상태로 방치해 놓고 있었는데, 이번에 상담을 받은 게 정말 좋은 기회였다.  

시댁에 갔다가 보험상담을 받았다고 말씀 드렸더니, 바로 들지 말고 어머니가 아시는 25년 경력의 보험설계사 분도 만나서 상담을 받아보라고 하셨다. 비교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이쪽에도 우리 보험증서들을 보내놓고 주말에 만나 상담을 받았다. 그런데, 역시나.. 엄청 비싼 보험을 들고왔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중병에 감당하기 위한 목돈을 위해서 보험을 드는건데, 식중독같은 세세한 질병까지 보장하다보니 보험비를 키우는 것 같다. 완벽하게 보장을 받는 건 좋지만 내 능력에 안 맞게 무리해서 내면 무슨 소용인가.

결국, 처음 상담받았던 담당자가 우리가 필요한 보험들을 설계해서 집으로 방문했다. 
실손 보험을 각각 들었고, 해지한 내 종신보험 대신에 저렴한 걸 하나 들어서 총 보험지출 비용은 만원이 더 저렴해졌고 보장내역은 훨씬 넓어졌다.

이번에 느낀 것 몇 가지,
1. 내 경제적 상황에 맞게 들 것
2. 왠만하면 가족 친지 친구들에게 보험을 들지 말 것
3. 보험은 조금이라도 젊을 때, 빨리 들 것

이번 기회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보험들을 확실히 알게 됐고, 우리집 재무상황과 흐름도 정확하게 알았고, 방향도 다시 잡았다. 제 3자가 찜찜했던 부분을 집어주니 더 확실해진 것도 있다. 우리 보험증서들을 모두 모아 책으로 제본을 해주는 서비스까지.. ㅎ

내 맘 한 구석에 불편했던 뭔가가 없어진 것 같아서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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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