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2. 2. 10. 22:55
며칠 전 <해품달> 하는 시간. 내가 꼭 챙겨보는 몇 개 티비프로그램 중 하나. ㅋ
10시까지 온다는 남편은 안 오고, 내가 티비를 보고 있으니 수민이는 자기꺼 틀어달라고 내 앞에서 자꾸 율동을 한다.
'안돼. 엄마 이거 볼꺼야.'
단호하게 안된다고 하니 계속 칭얼거리다가, 안되겠다 싶었는지 내 관심이라도 끌어보려고 자꾸 장난감을 가지고 오다가, 방으로 들어가서 놀자고 옷을 잡아 끈다.
오늘 하루종일 그렇게 놀아줬으면 됐잖니..

눈치없는 뱃속의 아가는 자꾸 배를 뻥뻥 차고 있고, 남편한테 전화했더니 아직도 '빨리 갈께' 소리만 하고 있고,
짜증이 나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더니 수민이가 깜짝 놀라서 운다.
요즘 수민이랑 잘 지내면서 방법을 알았다며 좋아하고 있었는데 며칠만에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강박증 같은게 있었나보다.
수민이한테도 미안하고 짜증도 머리끝까지 나고, 임신호르몬때문인지 눈물이 쏟아져서 엉엉 울어버렸다.
그랬더니 계속 찡찡거리던 수민이가 내 분위기를 살피더니 내 옆으로 와 나를 꼭 안아준다.

3살짜리 아기한테 위로를 받다니.. 완전 감동받았다.
심지어 내가 갖고 있는 휴지를 뺏어들고 내 눈물까지 닦아준다.
이래서 애들을 키우는 구나.. ㅠ
아이 때문에 지친 마음이 이렇게 또 아이 때문에 풀린다.

남편은 12시가 넘어서 들어왔고, 술 취한 모습을 보니 왜 화났는지 말하기도 귀찮다.
한동안 일찍 들어오라고 시위라도 하려고 했는데 지친 남편 모습을 보니 또 짠한 마음이 든다.

행복한 엄마가 되려면 엄마도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남편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사는 한 항상 피곤한 남편에게 요구하는 건 너무 무리인가?
힘들게 애들 키우는 사람들 생각하면 난 행복에 겨운 고민인가?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집 보험의 재설계  (0) 2012.02.22
둘째 임신의 고통- 치골통증  (0) 2012.02.20
한파가 몰아치면..  (0) 2012.02.03
설 연휴 황금휴가  (0) 2012.01.26
내나라 여행박람회 (2012-1-14,토)  (0) 2012.01.17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