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2013. 8. 25. 15:46

아침형 인간인 수현이 덕분에 나도 아침형 인간이 되어간다.

보통 7시쯤 일어나서 제일 먼저 수현이 밥을 챙겨 먹이고, 수민이는 콘프러스트를 먹이고, 씻기고 옷 입히고, 어린이집 수첩에 아이들 상태를 적고, 나도 씻고 옷 입고 썬크림을 바르고, 아이들 가방을 챙기고, 아이들 로션과 선크림을 바르고... 틈이 조금 생기면 설거지와 세탁기까지 돌리고 9시 반쯤 어린이집으로 출발한다. 애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돌아오면 오전 10시.

 

처음에는 수현이가 어린이집을 가 있는 오전시간이 얼마나 좋던지!

두 달동안은 낮잠을 재우지 않고 데리고 오기로 (혼자) 약속을 했기 때문에 12시 반쯤 수현이를 데리고 왔다.

아이들 없는 시간 동안 세탁기 돌리고 널고, 개고, 집 정리하고 청소기 돌리고, 걸레질하고, 설거지하고, 남편 와이셔츠 다림질하다보면 어느새 12시.. 아직 내 밥도 못 챙겨 먹었다.. 시간을 쪼개고 집에서 뛰어다니지만 그래도 여가를 즐기기에는 빠듯하다.

그래도 처음에는 그 세 시간도 정말 감사했는데... 점점 그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한참 더운 7~8월에 유모차를 끌고 언덕을 세 번씩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나도 기력이 점점 딸리는 것 같고.. 덕분에 살이 쪽쪽 빠진다. 사람들마다 어떻게 그렇게 살이 빠지냐며 부러움 반.. 걱정 반..

 

그런 하루를 보내다가 어느날 갑자기 방전이 됐다.

애들 보내고 집에 돌아와 털썩 누운 쇼파에 그 자세 그대로.. 땀을 뻘뻘 흘리며 잠들었다가 일어나니 12시 반..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나 수현이를 데리러 갔다.

그 날 이후로 며칠 동안 갑자기 만사가 귀찮기 시작했다. 휴가 마지막 날이던 동생을 불러내서 점심을 먹고는 헤어져서 혼자 영화를 보고왔다. 이날 처음 어린이집에서 수현이 낮잠을 재웠다.

 

그리고 8월 중순부터 수현이 낮잠을 재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왔는데 할일이 없다. 늘 빠듯하던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났는데.. 뭘 해야되지?

집안에 얼룩들을 다 닦고, 커텐을 빨고, 이불을 빨고, 화장실을 청소하고, 주방 기름 때를 문질러 닦았다.

날 잡고 하루는 하루 종일~ 냉장고 청소도 했다.

 

그리고 나서.. 이제는 또 뭐하지? 고민하다 미싱을 돌리기 시작했다.

5000원 주고 산 라바 썬캡이 간지럽다며 땅바닥에 던지는 수민이 때문에 만들기 시작한 썬캡.. ㅋ

 

<썬캡 만들기>

1. 썬캡 창 (앞, 뒷면)+ 창 사이에 넣을 접착 솜과 띠(앞, 뒷면) 를 재단한다.

(집에 있는 모자 캡을 따라 그리고, 띠는 아이 머리 둘레보다 5cm정도 적게 재단- 남은 5cm는 고무줄을 끼움)

2. 모자 창 앞면에 접착 솜을 대고 다려서 고정시키고, 1cm 안으로 박음질

3. 창 앞, 뒷 면을 겉면을 대고 큰 곡선 라인만 한 번 박아준 뒤, 뒤집어 준다.

4. 띠에 커튼심(힘이 있는 거 아무거나 상관없음)을 박아주고, 앞 뒷면을 겉면끼리 대고 긴쪽 한 면만 박아 연결

5. 창과 띠를 연결한다. (곡선 박음질 주의)

6. 고무줄을 끼워준다. (마무리 깨끗하게) 

완성!!

수민이 수현이꺼

 

처음 수민이꺼를 만들었는데, 너무 예쁜거다. 신나서 수민이한테 씌워보려고 했는데, 안 쓴다고 도망다녀서 씌워보지도 못했다. 이래서 자식은 내 맘 같지가 않다고 하나보다. ㅠ 며칠 뒤에 선생님한테 모자 쓰고 다녀야 한다고 말 좀 해달라고 하고, 어르고 달래서 겨우 씌워봤다. 그 뒤로 눈 부실 때만 쓰기로 타협했는데, 한 번 쓴 뒤로는 잘 쓰고 다닌다.

수현이는 씌워보고 이쁘다고 박수쳐줬더니 뭔가 자랑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수현이는 나중에 커서 멋 부리고 다닐 것 같은 예감이.. ㅋㅋ

 

썬캡에 꽂혀서 한동안 주위사람들 만날 때마다 하나씩 만들어서 선물해줬더니..

지금까지 만든 개수 11개.. ㅋㅋㅋ (수민, 수현, 다유, 연아, 준섭, 세나, 이헌, 구역식구 애들꺼 4개)

다들 활용은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만들다 보니 노하우도 생긴다. 처음 수민이꺼 만들때는 반나절이나 걸린데다 재단도 잘못해서 손바느질로 땜방을 했는데, 이제는 50분이면 뚝딱 만든다. 만들어 팔아볼까? 싶은 마음도 쬐끔 드는데, 팔기에는 2%부족하다.. (깔끔하지 않은 마무리)

이제 시간도 생겼겠다.. 진지하게 미싱배우는 문화센터에 다녀볼까 생각중이다.

 

육아로 힘들고 지치고 우울할 때.. 이 취미 생활 덕분에 리프레쉬는 확실하게 한 것 같다. ^^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