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학교 선배한테 인스타 DM이 왔다. 물어볼 게 있어서 연락을 해야한다고 했다. 너무 오랫만이라 무슨일일까싶어 전화를 했더니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봉준호 감독님이 내 동생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1) 다운증후군인 내 동생이 아주 우연한 기회에 2008년 봉준호 감독님의 <마더>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2) <마더>가 개봉한지 10주년을 맞아 봉준호 감독님은 배우와 스텝들을 초청해 상영회를 열려고 한다. 그런데 그 때 출연했던 내 동생을 초대하고 싶은데 연락처를 몰라서 수소문하고 있었다고 했다.
내동생을 수소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연도 재미있다. 나에게 연락했던 선배의 남편은 <마더>와 <설국열차>의 PD셨고, 집에 돌아와 한숨을 내쉬면서 '홍집씨를 찾아야 하는데 찾을 수가 없다'며 넋두리를 했는데, 선배가 "어?! 홍집씨 내 대학 후배 동생이야!"라며 반가워 했던 것이다. 남편은 장난치는 거냐며 웃었는데... 정말 그 홍집씨가 내 동생이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연결되는 것이 재밌고 봉준호 감독님과 이렇게 건너 건너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다. (우리는 결국 누군가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다!)
하지만 내가 (나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 정말 감동을 받았던 것은 봉준호 감독님이 이렇게 작은 역할을 했던 내 동생을 찾으려고 애를 쓰셨다는 것이다. PD님이 집에 돌아와 한숨을 쉴 정도로... 기억하기도 힘든 10년 전의 작은 역할까지 기억해 내었을 뿐 아니라 배우들과 함께 하는 화려한 자리를 함께 축하하기 위해 장애인인 내 동생을 불렀다는 것은 그가 평소 얼마나 약자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아! 그러고보니 봉준호 감독님은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있엇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느꼈던 봉준호 감독님의 이런 따뜻한 챙김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그런 느낌을 넘어선 어떤 것이었다. 그에게는 10주년 행사니까 당연히 그 때 함께 했던 모든 배우들을 초청하는 것이 마땅했고, 홍집이를 수소문해서 부르는 것이 너무당연했던 것이다. 11년 전, <마더> 촬영장에 홍집이를 따라 놀러갔을 때도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촬영장에서 홍집이를 장애인이 아니라 보통의 어른처럼 대하며 직접 소통하시는 모습을 봤을 때도 그랬다. 최고의 감독이 장애인 배우를 배려해주는 (부담스러운) 느낌이 아니었다.
내가 가족으로서 홍집이를 보면서 씁쓸했던 것은 이런 인싸들의 모임에 그들은 초청받지 못하는 것이 너무 당연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초청받거나 환영 받는 곳은 '장애인들을 위한' 일시적인 행사가 거의 유일했다. 그래서 이런 초대는 너무 놀랍고 신기하다. 높은 자리에 있으면 승자 효과에 취해서 낮은 곳을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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