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7. 1. 5. 13:40

11월 11일과 12월 19일, 우리는 결국 이틀에 걸쳐 이사를 했다. 

일주일 간 보관이사를 할 예정이긴 했는데, 이렇게 늦어질 줄 몰랐다.


이사갈 집의 준공이 앞당겨져서 보관이사를 하지 않게 되길 바랬지만 그건 바램이었을 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준공이 늦어지는 대 참사가 발생했다. 이 한 달 동안 우리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다. 친정집에서 지내느라 의식주 중에 먹고 자는 것은 괜찮았지만... 내 집이 없으니 문제가 한 두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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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1> 옷과 생활용품의 부족

아이 하나가 쓸 물건이 얼마나 많은지 엄마들은 알꺼다. (아빠들은 잘 모름) 

계약서 상 이사 날짜만 믿고 우리는 짐 딱 일주일치만 챙겨서 나왔다. 그런데, 짐이 창고로 간 지 며칠이 지나고서야 준공이 늦어졌다고 집 주인에게 연락을 받았다. 


어린이집 소풍 가는데, 도시락이 없어서 반찬통에 보냈고, (이건 그나마 낫다) 

어린이집에서 김장을 담근다고 앞치마를 보내라는데, 없어서 어른 앞치마 두개와 보자기... 를 보냈고,

수민이 태권도 소풍을 가는데, 간식을 담을 가방이 없어서 할머니 레스포삭 가방으로 보냈다. (수민이가 비닐봉지는 안된다고.. 어린이집 가방도 안 된다고... 하지만 가보니 비닐봉지와 어린이집 가장에 가지고 온 아이가 있었다!! 역시 사람 사는게 다 비슷하다!!! )


가장 큰 문제는 옷이었다. 

초겨울 날씨에 나왔기 때문에 날은 추워지는데 두꺼운 겉옷을 한 벌씩만 챙겨나왔다. 

그것도 수현이 옷은 작아진 옷을 가지고 온 바람에 입을 옷이 마땅치 않은데다 수빈이는 여름용 샌들을 신고 나왔다... (이 아이는 그 때까지 샌들을 고집하며 신고다녔는데, 나는 수빈이 신발을 생각도 못했다)

너무나 감사한 것은 수민이 친구 엄마가 아이 옷이 작아졌다며 수현이의 잠바와 수빈이의 신발을 주셨다. 이 엄마는 우리의 이런 상황을 전혀 몰랐는데도 이렇게 우리한테 딱 필요한 물건이 생기는 걸 보면 하나님이 우리를 보살펴 주신다는 생각이 든다. 

또 나는 결혼식에 입고 갈 옷이 없어서 옷을 사야 했고, 옷에 뭘 자꾸 묻히는 수민이는 더러운 잠바를 입고 다녔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빤 날은 하필 자동차가 문제가 생겨서 얇은 잠바를 입고 지하철을 타고 갔다....


<문제2> 주차

한 달 동안 주차 문제만 생각하면 아직도 골치가 아프다. 

친정집은 골목길인데다 언젠가부터 근처에 있는 길이 번화하면서 집 앞에 주차할 곳이 없다. 그래서 남편은 골목을 한참을 올라가서 산 밑에 차가 잘 다니지 않는 구석자리를 찾았다. 하루에 몇 번씩 왔다갔다 해야했기 때문에 번거롭긴 했지만, 그래도 남한테 피해주지 않고,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곳에 일주일 정도 주차를 하던 어느 날, 새벽 1시가 다되서 연락이 왔다. 신고가 들어와서 지금 차를 빼지 않으면 견인해 가겠다고!!! (이 시간에 신고를 하다니 사람들 참 매정하고 야박하다...ㅠㅠ) 이날 따라 남편은 워크샵을 갔고, 나는 밤에 혼자 가기 무서웠고... 친정아빠가 대신 차를 가지고 와서 옆집 빈 주차 공간에 주차를 하셨는데, 새벽 2시반에 또 전화가 왔다. 차 빼달라고... 이 날 밤, 나는 너무 짜증이 나서 밤새 잠을 안 자고 지금 당장 이사할 수 있는 집을 검색했다. (과태료는 4만원이 나왔다.)


그 뒤에는 구민체육센터 주차장에 주차를 했는데, 밤 10시반에 아이들 재우고 있는데 또 차를 빼라고 연락이 왔다. 역시 안하면 견인해 가겠다는 협박을... 바닥에 페인트 칠을 칠해야 한다나.. 

그 뒤로는 유료주차장에 주차를 하기로 했다. 집 근처 서울시에서 관리하는 주차공간이 있는데, 다둥이 할인도 받을 수 있고 비싸지 않아서 좋긴 좋은데, 문제는 자리 경쟁이 심했다. 낮에 가면 괜찮았지만, 저녁 7시부터 아침 9시까지 무료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서 데려올 무렵에는 오후에 가면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이 곳에 주차를 하지 못할 때는 친정집 앞에 그냥 바싹 대는 수밖에 없었다. 주차난민이 따로 없었다. 매일 밤 불안했다. 


<문제3> 어린이집

기존에 다니던 어린이집을 11월까지 다니기로 했기 때문에, 12월부터는 친정집에서 남편 회사까지 매일 등하원을 해야했다. 

남편은 탄력근무를 신청해서 아이들 셋을 데리고 10시까지 출근을 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적응을 하는 첫 일주일간은 나도 같이 출근을 해서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왔고, 그 이후에는 오후 4~5시까지 가서 아이들을 차로 데리고 왔다. 

하루는 차에 엔진 비상등이 켜져서 정비소에 갔다 오느라고 남편은 아이 셋을 데리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기도 했다. (오늘 길은 내가 데리고 왔는데, 감사하게도 사람들은 우리에게 참 친절했다.)


어린이집 등하원길을 한 시간씩 두시간을 길에서 소비하고, 퇴근시간이 겹쳐서 엄청 막히기도 하고, 아이들 셋이 차에서 난리라 (차에서 장난치고 물건을 던지고 때리고 울고 뭐 달라고 찡찡거리고) 나는 가만히 있으라고 소리를 지르다 못해 짜증과 우울의 극치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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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가서 얼마나 좋으려고 이러나? 남편이 말했다.

이사갈 이 집이 우리랑 안 맞는 게 아닐까? 계약을 파기하고 다른 집을 찾아볼까도 생각해 봤다. 안그래도 우리가 너무 급하게 계약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던 참이었다. 우리 옆에 준공되는 집은 코너라 빛이 더 잘 들어와서 더 좋아보였기 때문에... 알아봤더니 월세에 방이 두개이고, 무엇보다 준공이 더 늦었다.

그래도 우리집만한 집이 없었다. 초등학교를 산책로로 걸어갈 수 있는 공원 바로 옆!!라인이 아닌 다른 집이라면 우리는 이사할 이유가 없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것도 하나님이 이 집에 대한 생각을 고쳐주신 게 아닐까 싶다. 다른 집에 대한 아쉬움도 깨끗하게 사라지고, 이 집이 가장 좋은 우리 집일 수밖에 없게 생각하도록 만들어 주신 느낌이다.


그냥 집은 이 집으로 하되, 한 달동안 이렇게 된 상황에 대해 보상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보상 문제도 여러 우여곡절이 었었지만, 어쨌든 집주인에게 우리의 상황을 설명하고, 남편이 집주인에게 보상금을 먼저 제시해달라고 이야기해서 원만하게 해결되었다.

나는 보관이사를 하면서 이사를 두번하는 비용이 너무 아까웠는데, 덕분에 이사 비용의 반이 해결되었다.


한 달 동안 나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우리는 친정집 옥탑방에서 살았다. 나는 은근히 친정 엄마와 부딪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전혀 할 필요가 없었다. 사실 내가 뭘 가릴 처지도 아니었다. 엄마의 그늘 아래서 나는 집안일을 거의 안 하고,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엄마아빠도 아이들이 북적대는 걸 은근히 좋아하신 것 같다. 수민이는 할아버지가 용돈을 주신다고 해서 일주일 사이에 구구단을 다 외웠다. 

친정 부모님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살았을까! 생각하기도 싫다. 비빌 언덕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또 10월 중순부터 운전을 시작한 나는, 좁은 골목길을 누비고 다니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주차를 했고, 직장어린이집으로 옮긴 이후로는 올림픽대로와 남부순환로를 오가며 운전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이사를 나오기 전에는 집 주차장에 한번에 주차를 못하고 버벅거리던 내가 (뒤에 차가 오면 어쩔 수 없이 동네 한 바퀴를 돌기도 했) 지금은 비좁은 골목길에서 혼자 일자주차도 잘 한다. 

너무 자신감이 충만한 나머지, 밤에 후진하다가 전봇대에 부딪혀 차 뒷면을 찌그러뜨린 게 뼈아픈 실수지만, 그래도 남의 차를 긁는 일이 생기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오히려 전봇대가 나한테 약을 준 것 같아서 고맙다. 


이제 이사한 지 3주차, 아직 추워서 밖에서 많이 놀지는 못했지만 우리 모두 새로운 집을 좋아하게 되었다.


우리집 창문에서 찍은 사진!- "이걸 위해서 왔다!"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