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와서 첫 눈이 왔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어느날 아침...
아침부터 밖이 시끌벅적 해서 밖을 내다보았더니, 집 앞 언덕길이 썰매장이 되어 있었다.
우리집 앞 마당~ 슬로프가 길게 이어진다
그런데 정작 우리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있어서 썰매를 탈 수 없었다. 눈 앞에 썰매장을 두고 바라보기만 할 수 없어서 하원 길에 이마트로 들렀다. 썰매를 서서 집에 오니 밖은 이미 깜깜해져 있었다.
썰매타겠다고 이미 바람이 든 아이들에게 안 된다고 할 수 없어서 몇 번 탔고 들어가려는데, 너~무 추웠다. 칼바람에 동생들은 바들바들 떨길래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더니, 수민이는 혼자 더 타고 간다고 고집을 부렸다. 어쩔 수 없이 혼자 두고 집으로 들어가 창문으로 봤는데 얼마나 혼자 잘 타던지!
수민이가 집에 돌아와서는 엄마가 다섯 번만 타고 오랬는데, 사실은 일곱 번 타고 왔다며 씩 웃는다.
혼자 야간 썰매를 즐기는 수민이
다음날이 토요일에는 12시에 결혼식이 있어서 빠듯한 시간 속에서 잠시 썰매를 탔다. 이 때는 슬로프가 너무 북적여서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고~ 수민이는 어젯 밤이 좋았다며 아쉬워 했다.
한 번 더 눈이 왔는데, 이 때는 설 명절 기간이라 연휴가 끝나고 와보니 썰매장이 (아이들이 하도 타서)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집 앞에 이렇게 좋은 놀이터를 두고 왜 이렇게 바쁘게 사는지 놀 시간이 없다는 비극적인 현실...ㅋ
눈이 녹기 전 토요일에는 아이들과 밖에서 놀고 싶었는데, 수민이는 (아빠랑 체스에 빠져서) 썰매타러 가는데 시큰둥했다. 나가자고 채근을 하다가 결국 수현이만 데리고 나와서 둘이 놀았다. 이 시간이 온전히 눈을 즐겼던 유일한 떼였다. 둘이 눈사람도 만들고, (수현이가 해보고 싶었다던) 눈 위에서 누워보기도 했다.
수민과 수빈이는 나중에 아빠랑 나왔는데 (나오자마자) 아빠가 썰매에 둘을 태워 과격하게 끌다가 수민이는 벤치에 이마를 부딪혀 혹이 나서 울면서 들어갔다.
막내 수빈이는 약간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이 날 찬 바람을 쐬어서 그런지 당일 저녁부터 갑자기 폐렴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 (심한 기침과 열) 어린이집 이틀을 쉬었다.....ㅠ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집 앞에서 눈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다.
서울에 살던 때는 눈이 오면 차나 사람이 미끄러질까봐 걱정이 먼저였고, 사람들은 눈 치우기 바빴던 것 같다. 하도 제설제를 뿌려대서 눈은 금방 사라지고, 지저분해진 눈만 기억에 남는다.
비록 밖에서 실컷 놀지는 못했지만, 창문 밖으로 이렇게 눈을 실컷 구경해봤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좋다.
역시 이사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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