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2. 4. 25. 12:45

요즘 나의 하루는 젖에서 시작해서 젖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종일 유축을 하거나 수유를 하는데,

수민이 때는 아기를 안고 젖을 물리는 그 시간이 너무너무 아까워서 한 손엔 아기를 안고 한 손엔 책을 들었다.

수민이 낳고 첫 일주일동안 책 네 권은 읽었던 거 같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번 정신적 충격?을 겪고 나서 그런지 확실히 힘든 게 덜 하다.

수유가 아직 완벽하게 안되서 분유랑 섞여 먹이면서도,

젖꼭지를 사정없이 빨아서 살점이 떨어져 나가도,

새벽에 잠을 설쳐도.. 아기가 토해서 내 옷까지 다 젖어도,

원래 그러려니.. 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  

 

무엇보다 수현이가 책에서만 보던 "천사아기"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종일 잠도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고..

조용해서 자는 줄 알았는데 가보면 혼자 두리번 거리면서 놀고 있고,

배만 채워주면 하루종일 우는 소리를 듣기 힘들다.

 

생각보다 몸도 회복속도가 빨라서 속으로 둘째도 키울만 하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산부인과 검진날이 되서 병원에 갔더니 생각지도 못한 태반이 자궁에 남아있다고 했다.

정말 다시는 그 산부인과 의자에 올라가고 싶지 않았는데..ㅠ

화요일날 다시 병원에 가서 남아있는 태반을 꺼냈다. 

그래도 남아있는 건 너무 딱 달라붙어 있어서 남겨두고 한 시간동안 병원에서 수액을 맞았다. 삼 일 동안 맞은 주사가 10대도 넘은 것 같다. 수액이랑 자궁수축제를 맞아서 아기 날 때처럼 오한이 날 수 있다고 했는데, 밤이 되니 정말 벌벌 떨면서 잤다. 오빠는 담당한 전시기간이라 매일같이 새벽에 들어오고..

 

다 끝났다 싶었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너무 속상하고 무섭고 아팠다.

생각해보면 임신 하면서부터 얼마나 걱정할 일이 많았던가.

병원에서 수액을 맞으면서 이제 다시는 못 낳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수현이를 안고 있는데, 아기가 깊은 눈망울로 나를 그윽하게 쳐다보는 순간,

그래.. 이 모든 게 감수할만하다. 싶었다.

정말 마법같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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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