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2014. 6. 12. 18:01

애들이 많아지니 첫째 때처럼 100일동안 온전한 산후조리는 힘들다. 

나는 일찍 외출을 시작했지만, 그래도 아기는 왠만하면 밖에 늦게 데리고 나가려고 했는데 형들 어린이집 하원할 때가 문제였다. 산후도우미 2주가 끝나고는 친정엄마가 와 주셔서 아기를 엄마한테 맡기고 애들을 데리러 갔는데, 엄마도 스케줄이 있고 챙겨야 할 가족이 있으니 항상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 버티고 있었는데, 40일이 지나면서 슬슬 고민을 했다. 아기를 어떻게 데리고 나갈 것인가... 


더운데 겉싸개로 안고 가기도 그렇고, 아기를 두 손으로 들고 나가면 차 다니는 골목길에서 수민이 수현이를 제어하기 힘들다. 아직 아기 다리가 안 벌어져서 아기띠 하기도 어렵고, 유모차도 이른 것 같고... 


해결책은 슬링이었는데, 얼마 쓰지도 못할 거 사기는 너무 아까웠다. 

그것도 셋째인데.. 막판에 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만들어 보려고 검색을 시작했다. 검색하다가 알게된 건데 외국에서는 이렇게 파우치 슬링을 직접 만들어 쓰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건 한번도 못 봤지만, 핫슬링이라고 비슷한 게 있었는데 6만원이나 함..



며칠 간 구글과 유튜브에 "pouch sling tutorial" 등을 검색해서 어떻게 만드는 건지 연구했다. 사람들이 자세히 설명해놨지만 치수를 cm가 아닌 inch로 재는데다 사람들마다 조금씩 설명이 달라서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한 번 이해하고 나니 이렇게 쉬울 수가 없었다. ^^

긴 천이 필요했는데, 구석에 박혀있던 예전 커텐이 생각났다. 바로 꺼내서 재단 시작... 


1. 어울리는 천 두장을 재단한다.

가로 = (왼쪽 어깨부터 오른쪽 힙까지 길이+3인치) X 2 , 세로 55cm

2. 세로로 반을 접고, 또 가로로 반을 접는다.

3. 접히지 않은 면을 초승달처럼 둥글게 자른다.

4. 두 천의 겉면을 마주하고 양쪽 긴 면을 붙여 박음질한다.

5. 둥근 부분을 박음질해서 마무리한다.


애들 잘 놀 때, 막내가 잘 때 틈틈히 만들다보니 과정샷을 찍어보려고 했는데, 찍을 여유가 없었다. 마음이 급해서 심지어 재단도 제대로 못하고 바로 가위질을 했다. ㅋ 


만들자마자 착용해봤더니 너무 좋다. 어깨도 안아프고 편하고..수빈이도 여기 들어가기만 하면 잘 잔다. 안에 쏙 들어가면 햇빛과 바람으로부터 차단할 수 있다. 가장 좋은 점은 두 손이 자유로워진다는 거. 

평소 내 미싱질에 시큰둥하던 남편은 이걸 보고 너무 잘 만들었다며 칭찬한다.ㅋㅋ

진짜 신생아 있는 집마다 만들어서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다. 시간만 있다면.. ^^;;


어쨌든, 슬링 덕분에 이제 더이상 나갈 때 고민하지 않고 나간다!!


한 번은 커피숍에 이러고 갔더니, 직원이 눈이 똥그래져서 날 쳐다본다. 

강아지를 이렇게 안고 다니는 줄 알았다며.. ㅋㅋ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