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2016. 3. 28. 13:57

내년에 드디어 수민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수민이가 어느새 이렇게 크고, 또 내가 학부모가 된다니 믿기지 않는다.

어쨌든, 큰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이사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일단 입학을 하고 나면 전학을 하기 어렵기도 하고,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둘째, 셋째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기 때문에 정착할 곳을 찾는 게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2년 반 전에 집을 사면서 받은 대출금 상환이 올해 12월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가계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 이 집을 전세를 주고 빚을 모두 갚고 남은 전세금으로 서울 외곽으로 이사를 가기로 했다. 이게 우리의 처음 계획이지만 일단은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 놓기로 했다.

이사 날짜는 올해 12월~ 내년 2월사이.


우리에게 "살고 싶은" 마을이란, 

1.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 차 걱정 없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뛰어 놀 수 있는 곳

2. 초등학교와 (국공립) 어린이집이 도보로 가능한 곳

2. 어느정도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곳 (시장이나 마트+편의시설+태권도장+소아과)

3. 남편 직장이 있는 강남과 출퇴근 시간이 1시간정도 되는 곳


이런 곳을 찾아 지난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현실적으로 찾아나섰다. 


1. 향*동산- 우리가 전부터 알아보던 용인의 *린동산은 1순위로 알아봤는데, 전세 매물이 거의 나오질 않아서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인터넷에 광고를 많이 해 좋은 한 부동산에 전화했더니 바쁘고 매물도 없는데 귀찮게 한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겨 남편을 좌절하게 했다...ㅋ)

2. 삼*전원마을- 남편은 혁신초등학교를 선호하는데, 그 중에서도 용인의 제*초등학교는 사진 한 장으로 유명세를 탔던 학교다. 몸이 불편한 친구를 위해서 다섯 명의 친구가 다 같이 손을 잡고 결승선으로 걸어가던 사진인데, 정작 당사자인 아이들은 자신들이 왜 그렇게 화제가 되는지 몰랐다고... 1등 위주의 경쟁을 부추기는 현실과는 너무나 다른 이런 초등학교... 아름답다....  

근처에 이 초등학교를 도보로 갈 있는 전원마을이 있어서 부동산에 알아봤더니, 서울과 이렇게 멀리 떨어져있는데도 전세가 최소 3억 5천정도..?.ㅋ 금액은 둘쨰치고 일단 한번 가봤는데, 마을 자체는 좋았지만 뭔가 그들만의 공간인 듯한 느낌이랄까... 폐쇄적인 느낌이 컸다. 또 마을 외에는 완전 시골이라 편의 시설과 너무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요리하다 갑자기 무슨 재료가 필요하면 여기 사람들은 어떻게 해결하지? 미스테리... 뭔가 방법은 있겠지만... 어쨌거나 서울에서 매일 출퇴근하기에는 너무 멀었다... 

3. 광* 잔*리마을- 용인에서 타운하우스를 찾다가 지도에서 검색하던 트리*힐스 옆에 있던 *다리마을. 전원주택지였는데, 근처에 초등학교도 가깝고, 흥덕IC로 바로 빠질 수 있어서 출퇴근이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역시 인터넷에서 짜집기한 정보와 실물은 달랐다. 두 곳으로 나뉘어 져 있었는데, 한 곳은 범접할 수 없는(?) 고급 단독주택지였고, 다른 한 곳은 단독주택지에 불법 다세대주택이 우후죽순으로 생겨서 다가구촌이 되어 버렸다. 


검색을 하다보니 지도로 동네를 찾는게 좋은 방법이라는 걸 알았다. 지도로 보면 한 눈에 다 들어온다. 고속도로, KTX, 신분당선 등의 교통 뿐 아니라 초등학교의 위치나 근처 공원, 산책로까지 찾을 수 있다. 그렇게 지도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찾았다. 완벽한 동네를...


4. *교 숲*마을

뛰어 놀 수 있는 공터와 (지하는 수도가 통과하고 있어서 개발되지 않는다)

때가 되면 유채가 만발한다고 함

집 옆이 산책로... (들어가면 숲속 놀이터도 있다)

마을 가운데에 있는 놀이터 (여름에는 물놀이 가능↓)

심지어 유아놀이방이 있는 작은 도서관까지...!!

9블럭은 공방&카페거리 분위기였는데, 건물 사이는 차가 다닐 수 없고

매달 마지막주마다 이 길에서 아기자기한 물건을 파는 벼룩시장을 한다.

미리 알아봤던 집도 부동산에 알아봤는데, 다락방과 테라스가 내가 원하던 딱 그런 집...

근처에 시립어린이집과 초등학교가 도보로 가능하고, 10분정도 도보로 갈 수 있는 신분당선 지하철을 타고 강남에 30분만에 도착하는 이 동네와 집이 너무 마음에 들어 우리 부부는 이 날 집을 부동산에 내놓았다.... 


하지만 이 집으로 이사를 가려면 현재 집을 팔아야 하고, 다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사를 하는 이유가 좋은 동네를 찾기 위한 것도 있지만, 빚을 갚기 위한 것도 있었는데... 집으로 돌아와 계속 계산기를 두드려보다가 밤이 되서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했다. 우리가 너무 좋은 걸 봐버려서 정신이 잠깐 나갔던 것 같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생각을 해보니 집만 보고 이사를 하려고 했다는 게 너무 무리한 일이었다. 저기에 있는 시립어린이집에 대기를 넣어보니 85번째, 50번째... 내년이 되어도 기약이 없다. 지금 가까운 어린이집에 너무나 잘 다니고 있는데 뭘 위해 이사를 하는 거지? 


집을 보기 시작한 뒤에 이제 겨우 한 주가 지났을 뿐이고... 아직 이사 예정일은 11개월정도 남았는데, 너무 성급했다.

하지만 덕분에 중심을 잘 지켜야 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동네... 너무 매력적이다. 다음날 삼성전원마을 둘러보고 오는 길에 또 가서 구경했다는... ㅋ


이번 주말에는 동생 부부가 사는 평택에 가서 하룻밤 자면서 평택의 찜해놓은 동네를 구경하기로 했다. 오는 길에 동탄도 한바퀴 돌아보고 오기로 했다. 평택과 동탄은 서울과 엄청나게 멀지만 KTX가 올해 6월 개통되고 4년(?) 뒤에 수서역에도 KTX가 개통이 되면 30분 거리가 된다. 

집을 알아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서울 집값... 분명 내려간다. 이렇게 광역 교통망이 잘 되어가고, 신도시들이 쾌적하게 개발되다 보니 사람들이 굳이 서울에 살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집은 계속 세워지고 인구는 줄어들고... 필연적이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이 여정이 끝날 때 즈음 우리는 부동산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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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