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특별한 날2016. 6. 11. 01:05

작년 8월쯤 태어난 장수풍뎅이 알이 1년 만에 드디어 성충이 되었다.

이왕 키우게 된 거 나는 아이들에게 장수풍뎅이가 되어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 참 열심히 관찰했다. 애벌레가 흙 위로 올라오거나, 조금 변화가 생기면 호들갑을 떨며 아이들을 불러모아 보여주었는데, 아이들보다 내가 더 신기해 한 것 같다. 알에서 애벌레로, 번데기가 껍질을 벗고 장수풍뎅이가 되어 가는 과정은 정말 신비로웠다. 


책에서 본 장수풍뎅이와 우리집 장수풍뎅이... 똑같았다!


2년 동안의 장수풍뎅이와 동거생활로 나는 많이 변했다. 아직 만지지는 못해도 지금은 보는데 징그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끼게 되었달까... 

난생 처음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보고 생각보다 너무 크고 징그러워서 통을 떨어뜨릴 뻔했던 일과 처음 장수풍뎅이 성충과 맞딱뜨렸을 때 바퀴벌레인 줄 알고 뒤로 벌러덩 넘어졌던 일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발전이다. 


1대 장수풍뎅이 들이 낳았던 애벌레와 알의 개수는 많았는데, 지나면서 애벌레 네 마리만 남았다. 애벌레들이 먹은 건지 자연스럽게 죽었는지 모르겠다. 그 많은 장수풍뎅이를 키우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중에 하나만 제대로 융화 되었다는 사실...ㅋ 


네 마리 중에서 처음으로 태어난 장수풍뎅이는 이런 모습이었다. 


날개가 완전히 접히지 않고 벌어져 있는데다 쭈글쭈글하고, 속 날개는 찢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막 허물을 벗어서 그렇지 기다리면 보통의 장수풍뎅이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해서 저런 모습이었다. 이상해서 찾아보니 이런 걸 <우화부전>이라고 했다.

애벌레가 번데기로 융화하면서 번데기방을 만드는데, 이 방을 절대 건드리면 안된다고... 이게 원인이었다. 


나는 애벌레가 한 통에 네 마리가 있으니 먼저 융화에 들어간 번데기를 다른 애벌레들이 건드릴까봐 꺼내서 다른 통에 넣어주었는데 그게 문제였다. 신경을 써준답시고 분리는 해주었는데, 흙 위에 올려 놓았기 때문이다. 나의 불찰때문에 이 장수풍뎅이는 번데기방이 없이 우화해서 이렇게 되었던 거다.

작년에는 통에 애벌레 한 마리만 독립적으로 키웠고, 어느날 갑자기 장수풍뎅이가 되어 혼자 밖으로 나왔기 때문에 그냥 알아서 크는 줄 알았다.


그래서 한 통에 다 같이 있던 나머지 세 마리 장수풍뎅이는 절대로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꺼내서 확인할 때마다 통이 흔들리면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꺼내지도 않고 호기심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런데, 세 마리 중 먼저 성충이 된 장수풍뎅이가 융화중인 다른 번데기 방 두개를 건드렸던 거다. 나는 너무나 무지했다..ㅠㅠ 결국 세 마리가 우화부전... 

그 중 두 마리는 벌써 죽었다. 네 마리중 한 마리가 유일한 수컷이었는데, 뿔도 휘고 죽은 채로 발견했다. 



번데기 융화되기 전에 각각 통에 따로 분리시켜야 한다는 정보를 이렇게 어렵게 얻었다. 얘들아 미안하다... 정상적으로 탄생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런 깨달음을 얻었을 때, 마침 예전에 신청해놨던 수민이 어린이집 수업이 다가왔다. 이번은 재능기부 수업이 아니고 참여수업이었는데,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우리 가족이 경험했던 장수풍뎅이 이야기를 해주면 참 좋을 것 같았다. 우리만 알기엔 아까웠달까... 그래서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심...^^


두 번째 어린이집 재능기부 수업- 장수풍뎅이를 주제로...

인사와 소개

우리 집에서 장수풍뎅이를 기르던 사진 몇 장을 순서대로 보여주며 설명 중

집에서 가져간 장수풍뎅이 체험

알에서 장수풍뎅이가 되어 가는 과정을 책에서 보여주고,

장수풍뎅이 색칠해서 만들어 보기

위에 고리를 잡아당기면 도르레 작용으로 장수풍뎅이가 움직이는게 포인트~ 

양 옆에 구멍을 내서 빵끈으로 다리를 만들어 줬으면 더 완벽했을 텐데 그것 까지는 못했다. 


이렇게 하면 딱 한 시간이 지나간다. 한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면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가... 

사진으로 장수풍뎅이 키운 이야기를 듣고, 실제로 보고 만져보고, 책으로 정리해 주고, 장수풍뎅이 만들기까지... 내가 짠 구성이지만 참 알차다... ㅋㅋㅋ 

장수풍뎅이 만들기는 전날 급하게 검색해서 퀵으로 받았는데, 주문하길 잘했다. 아이들의 폭발적인 반응...!  이거 없었으면 1시간 채우기 힘들었다. 


어쨌든.. 조만간 우리는 수컷 장수풍뎅이를 사러 가야한다. 또 사게 될 줄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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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