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특별한 날2016. 1. 2. 18:27

지난 주 월요일(21일)에 수빈이가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우리 엄마는 그렇게 될 떄까지 뭘 했냐며 나를 타박했지만....

입원하기 전 주 목요일 밤에 갑자기 열이 올라서 해열제 먹이고는 금요일 아침에 바로 소아과에 갔고,

주말 내내 열심히 약을 먹었는데 (열을 내렸지만) 기침을 밤마다 너무 심하게 하고 힘든지 자꾸 깨서 울었다.

잘 우는 아기가 아닌데 이정도로 보채는 게 심상치 않은 것 같아서 주말 내내 응급실을 가야되나 고민을 엄청 했다. 그런데 또 낮에는 잘 노는 걸 보면 응급실 갈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결국 월요일 아침에 남편과 같이 근처 대학병원으로 갔는데, 엑스레이를 찍어보더니 폐렴이 심하다며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이번주는 국립생태원으로 여행 가기로 했는데...

2박 3일 예약 해 놓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그것보다도 내가 병원에 있으면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하지? 

나 일도 해야되는데 일은 어떻게 하지?


여러가지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데, 일단은 너무 속상했다. 

왜 아프지? 남들은 입원안하고도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아플까... 

폐렴 정도는 걱정할 병은 아닌데도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더니 눈물이 계속 났다. 이게 엄마의 마음인가보다.

남들은 내가 계속 울면서 걸어다니니 큰 병이라도 생긴 줄 알았을 것 같다.ㅋ 


어휴... 이 난관을 어떻게 지나가야되나.


병원에서의 일주일

병원에서의 대부분의 시간은 무조건 산책.. 병원 돌아다니기...

손가락 하나로 방향 조종한다.


어떨 때 보면 아픈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기운이 넘쳤다.

소아병동 놀이방에서...

아이쿠 똥냄새!! (뽀로로 똥 누는 장면보고)

밤 10시가 넘어서는 어쩔 수 없이 뽀로로를 보여줬다....                         티비시청 시간               


양쪽 부모님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덕분에 다행히 일주일이 무난하게 넘어갔다. 

친정집이 근처에 있어서 두 형들은 마음놓고 맡길 수 있었다. 평일에는 그렇게 어린이집과 외갓집을 오가고, 주말에는 친가에서 사촌들과 지냈는데, 일주일 내내 엄마를 찾지도 않고 잘 놀고 잘 지냈다고 했다. 엄마 보고싶다고 우는 것보다는 백번 낫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서운한 마음이 들 정도로.. ㅎ

남편은 여행간다고 이틀동안 휴가를 낸터라 휴가를 반차로 쪼개서 낮에는 남편이 수빈이를 보고 나는 그 사이에 집으로 가서 일을 했다. 나는 그 와중에 일 하겠다고 한 평 병실에 컴퓨터를 계속 켜놓고 틈만 나면 렌더링 걸고 새벽에도 계속 일을 했다. 4인 병실이라 다른 사람들을 계속 신경써야 하고 밤새 아기들이 번갈아 깨서 울고....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가족들 때문에 몇 번이나 2인실로 옮기고 싶었는데 그래도 참은 덕분에 56만원 아꼈다. ㅋㅋ


병원에서의 생활은 물론 불편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떤면에서 나는 이 일주일이 나에게 휴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집안일도 안해도 되고, 밥은 병원에서 나오고, 아이는 한 명만 보면 되니까... 한편으로는 너무 쉬웠다. 퇴원을 해서도 뭔가 아련한 이 느낌은 어떻게 설명이 안된다.ㅋ (하지만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


월요일에 입원해서 그 다음주 월요일에 퇴원했는데, 그 사이에 크리스마스도 지나갔다. 

재밌는 건 3년 전 수민이가 열성경련으로 입원했을 때도 크리스마스 즈음이라 비슷한 그림이 생겼다는 거.. 크리스마스라고 병원장님이 두둑한 선물도 주시고 나름 또 좋은 점도 있었다. ^^;


↓ 2015년 수빈이와

↓ 2012년 수민이


그나저나 퇴원은 했건만 수빈이는 아직도 아프다. 폐렴은 괜찮아졌는데, 감기인지 왜 이렇게 기침을 하고 열은 왜 자꾸 나는지... ㅠㅠ 형들도 번갈아 감기에 걸리고... 정말 바람 잘 날이 없다. 

정말 건강한 게 최고다. 다들 빨리 건강해졌으면...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