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중순에 UCC 공모전 시상식에 다녀왔다.
나는 아직 수빈이가 어린이집에 안 다녀서 혼자서 외출하기가 힘든데...
하필이면 이 날 친정엄마는 여행을 가셨고, 더구나 이 날은 수민,수현이의 소풍날인데 오전 9시20분까지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어떻게 해야되나... 머리가 아프게 고민하다가 결국 남편이 오전 반차를 내서 아이들을 맡아주기로 했다.
도시락 재료 준비와 가방과 옷을 챙겨두고 부리나케 나왔는데, 버스는 늦게 오고 비가 와서 차가 막혔다.
담당자는 9시 10분부터 전화를 하기 시작해서 총 8번 정도 전화온 것 같다. 어디냐, 뭐 타고 오냐... 쉴새 없는 재촉에 나도 안절부절.. 텅텅빈 버스에서 의자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조급한 마음에 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우산도 안 쓰고 죽어라고 뛰었다. 그런데 겨우 시청에 들어가 엘레베이터 타려고 섰더니 핸드폰이 사라졌다. 아이고... 바빠 죽겠는데... 그래도 폰을 잃어버릴 수 없어서 다시 시청광장에 뛰어 나갔더니 중간에 빨간 내 핸드폰 케이스가 보인다. 아... 정말 뛰고 또 뛰고 또 뛰었다.
숨이 턱까지 막혀서 겨우 도착했더니 9시 32분.
도착하자 늦었다고 책망하는 담당자의 눈빛...
너무 미안해서 뭐라도 말을 해야겠기에 "죄송해요. 아이들 맡기고 오느라... " 했더니,
"그럼 더 일찍 준비하셨어야죠." 한다.
방으로 들어갔더니 팀장님은 공무원들은 시간이 생명이라며... 시상해주실 실장님이 9시 반에 미팅인데 늦으면 거기 미팅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다 오분씩 기다려야 된다며... 도착하자마자 타박을 받았다.
무슨 시상식을 이렇게 급하게 하는 거지? 20분까지 오라고 했는데, 실장님이 30분에 회의하러 가셔야 된다고?
내가 늦은 건 백번 내 잘못이지만, 난 공무원도 아니고, 일하러 간 사람도 아니고...
엄청난 대접받길 기대한 건 아니지만 수상자에 대한 예의가 너무 없었다.
숨 고를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실장님이 들어오셔서 순식간에 상장 주시고, 사진찍고 끝. 총 5분이 채 안 걸린 것 같다.
영상이라도 보고 싶어서 보고 있는데, 말도 없이 갑자기 끄더니서 스크린을 올려버림...
차라도 한 잔 주실 줄 알았는데, 플라스틱 아리수 병 하나에 종이컵을 위에 꽂아서 하나씩 나눠주심...
그나마 팀장님이 앞에서 잠깐 이야기 하셨는데, 내용이 공모전 홍보에 대한 거였다. 올해는 대학교들이 졸업작품 찍는 기간이라서 홍보가 덜 되었다며... 이건 팀 회의에서 하실 이야기가 아닌가? 참여해줘서 고맙다거나 영상에 대한 피드백을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시상이 끝나고 늦게 오신 분이 또 있었는데, 그 분은 상장만 받고 그냥 가셨다.. ㅋ
하아...
내가 이거 하려고 그렇게 힘들게 애들 맡기고 뛰어온건가? 집에 오는데 울화가 터졌다.
눈을 마주치며 '출품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상적이었어요.' 이런 개인적인 인사 한마디면 해결될 일이었다.
내 영상을 봤는지 안 봤는지도 확신이 안 서는 담당자들의 태도부터 너무 이른 시간에 촉박하게 진행된 것 등 멀리서 힘들게 온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나 부족했다.
이럴꺼면 그냥 택배로 보내주지... 이건 공무원들의 결과보고용 사진을 찍기 위한 들러리가 아닌가.
아, 그래도 영상 CD를 각각 보내주신다고는 하시고 "가족들에게 자랑하라고" 사진도 메일로 보내주셨다......
그러고 보니 구청에서 얼마나 배려를 해 주신건가! 따뜻한 대추차도 내 주시고, 서로 할 말이 없어서 어색했지만 구청장님이랑 담소시간도 있었고...
나는 그냥 집에가기가 정말 너~~~무 아쉬워서 근처 조선일보에서 근무하는 선배한테 백년만에 연락해서 커피라도 한잔 마시고 가려고 했더니 그나마 어제 밤새서 오늘 늦게 출근한다고 못 만남.. ㅋㅋ
하아.....
그래도 상과 상금을 받았으니 나는 무조건 감사해야하는건가?!?
이 날 일로 나의 감사한 마음을 절반으로 깍아 먹음...
아주 약간의 배려만 있었으면 정말 행복했을 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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