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2016. 7. 1. 16:34

3월부터 약 3개월동안 이사할 동네를 물색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우리가 이사하려고 한 동기에 대한 생각이 희미해지고, 희생과 투자에 대한 생각이 스물스물 떠올랐다. 


내가 어렸을 때(7살~초등학교 3학년초까지) 우리 가족은 다가구주택 반지하에서 몇 년을 살았다. 약 30년 전그 때 엄마아빠는 아파트를 분양을 받아서 아파트가 지어지길 기다리는 동안 몇 년만 참고 그 곳에서 살기로 하셨다. 

그런데 나는 조금 부끄러웠다. 특히 초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남자 아이들 두 명이 집에 가는 나를 며칠 간 쫒아오며 놀렸었는데(가난하다고), 그 때 나는 아주 소심하고 자존감이 낮았기 때문에 대꾸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매일 집에 돌아왔다. 그 때 우리집 윗 층에 살던 성희(서울대졸업해서 지금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자랑스런 내 친구)가 그 아이들에게 "얘네 집은 두 채나 있어! 이 바보들아!" (두 채는 아니었지만 성희가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하면서 쫒아버렸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은 울면서 집에 온 나에게 왜 그러냐며 추궁하는 엄마에게 털어놓았더니 엄마가 그 아이 엄마 전화번호를 수소문해서 방문을 잠그고 울면서 전화했던 기억도 난다. (그 다음 날 그 남자아이는 나한테 "얘 때매 어제 울 엄마한테 x나게 맞았어!" 라고 했던 기억도 난다. 그런데 그게 내 탓이니?)


어쨌든 우리 엄마아빠는 그렇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빚 없이 서울에 다세대 건물 한 채를 마련하셨다. 큰 부자는 아니어도 그동안 그렇게 아끼고 사신 값진 보상이다. 이건 내가 평생 간직해야할 교훈이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의 기억은 참으로 우울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여건은 나아졌다. 또 달라진 점은 요즘같은 핵가족 시대에 가족의 중심이 아이들이 되었다는 거다. 미래의 청사진보다 현재의 행복이 더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현재의 행복 vs 미래의 투자' 이건 양자 택일의 문제일까?

 

이런 저런 생각중에 미사강변도시에 가봤다. 

아직 준공 중인 아파트나 주택들이 많고, 아직 건설이 시작도 되지 않은 토지도 많아서 정리가 되지 않은 느낌이었지만, 처음 이 곳에 간 날 나의 복잡한 생각이 단 번에 정리가 되었다.


'우리는 여기로 이사온다.'


초등학교까지 연결되어 있는 '통학로'

집만 나가면 바로 이런 근린공원이... (길 건너면 몇 만평의 공원 조성 중이고)

차 피해다닐 필요 없는 산책로와 놀이터


이 곳은 공기가 좋고(서울보다), 아이들이 차 걱정없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초중고가 평지에 도보로 다닐 수 있고, 남편 직장이 차로 20분 걸린다.


이케아와 코스트코가 들어올 예정이고, 스타필드 하남(쇼핑 테마파크), 유니온 파크(큰 공원)도 있고, 5호선과 9호선도 들어오기로 확정되었다. 게다가 남편은 근처에 있는 미사리조정경기장에서 아이들이 크면 조정경기를 할꺼라며 벌써 좋아한다. 

여기야말로 현재의 행복과 미래에 대한 투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곳이 아닌가! 


편의시설도 확충하고, 지하철도 착공해야하고, 도시가 완전히 정리가 되려면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여기가 우리가 찾던 마을이라는 확신이 든다.


살고 싶은 마을을 찾았으니 이제 살 집을 찾을 일이 남았다. 

지금 집을 어떻게 할지, 좋은 집을 찾을 수 있을지, 자금은 어떻게 융통을 해야할지 해결되지 않은 고민은 많지만 일단 첫 단추는 끼웠다.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