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09. 11. 5. 12:02
임신을 하고 참 많이도 운다.

7월 말부터 몸에서 계속 열이나고 잠이 쏟아지고 피곤해서 몸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해서 해본 테스트가 양성이 나온걸 보고 속상해서 울고...

엄마랑 산부인과에 가서 초음파를 해보고 "축하합니다." 의사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나와서는
집에 오는 길 횡단보도 앞에서 엄마를 안고 또 엉엉 울고...

임신한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내 꿈을 먼저 이루리라고 한참 스크랩하고 공부하느라 쌓아놓은 책들을 보면 무기력해졌고,
속상하던 마음 한 구석에는 조금 기쁜 마음도 생겼고,
초기에 2주마다 한번씩 확인하는 초음파에서 형체가 잡혀가는 아기를 보면서 신기하고 때론 감동스러웠다.

잠깐 힘들던 입덧도 금새 지나가고,
이제 17주. 4개월이 벌써 지나 이제 5개월이 되었다.

병원에서 지난주에 검사했던 기형아 검사가 다운증후군 고위험군이라며 상담을 하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가슴이 철렁.

다음날 병원에 갔더니 쿼드검사에서 나는 1/45 확률이라고 한다.
1/270 이하면 양수검사를 해서 유전자를 확인해 확진을 받는다는데, 270에 비하면 45가 너무 높아서 한번 놀라고,
동생이 다운이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며 왜 이제 말했냐는 선생님 표정을 보고
참고 참던 눈물이 쏟아지더라...
 
가족군 중에 다운이 있으면 다른 검사 안하고 양수검사 바로 했을거라는 선생님말을 들으면서도, 
정신이 없어서 다운증후군은 유전이 아니라는데 무슨 영향이 있냐고 물어보지도 못했다.
선생님이 티슈를 주시며 날 위로했다.
숫자는 의미가 없다고.. 확률은 100명에 1-2명으로 비슷하게 나온다고...

양수검사를 받아야 하나? 결정하지 못하고 기다리다가
우선 예약을 하고 가려는데 간호사가,
"아이고.. 우셨어요?" 하는 바람에 또 참고 있던 눈물이 쏟아졌다.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속상해 하며 우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60만원이나 내가며 양수검사를 해서 확인하는 것도 그렇다. 
오빠는 만약에 그러면 지울거냐며 검사할 필요 없다고 날 안심시키고,
또 한편으론 자긴 홍집이같은 아들 키우는거 괜찮다며 위로한다.

마음이 심란해 친정에 가서 자고 왔다. 장난을 치는 홍집이를 보며 마음이 또 누그러진다.
생각해 봐야겠지...

며칠 전까지만 해도 'MBC필기시험을 잘 본거 같아서 면접은 어떻게 하지? '
임신과 취업의 두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마음에 이런 고민이 가득했는데..., 이젠 그게 너무나 작아보인다.

내 아들이 그 인생을 겪을 생각하면 홍집이 생각이 나고, 홍집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짠하다.
또 애 키우면서도 나는 내 인생을 살아야지 생각했었는데, 만약에 그런 결과가 나오면 그 애를 위해 살꺼 같다.
아직 결정난 것도 아닌데 생각이 자꾸 생각을 낳는다.
어제는 혼자 집에서 울다가 오빠가 와서 또 오빠 붙잡고 울었더니 조금 속이 시원하다..
 
생각하지 말아야지...하는데도 계속 가슴이 아픈건...  
이러면서 엄마의 마음을 배우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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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