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1. 11. 21. 13:12
며칠 전에 티비를 돌리다가 우연히 엄정화 감우성 나오는 영화를 하길래.. 생각해봤다.
..결혼은 미친 짓일까??

지난 두 주 동안, 영상편집 일이 세 개가 들어왔다.
작년 여름에 수민이랑 국세청 가서 '아이엠킴벌리' 사업자 등록도 하고, 
나름 홈페이지도 만들고, 명함도 만들어 두었던 게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다.
그 때는 반신반의하면서 준비했었는데 이렇게 일이 하나씩 저절로 들어오는 게 고무적이다.
두 개는 결혼영상이고 하나는 작년 이맘때에 만들었던 한*타이어 사내에서 하는 경연대회 오프닝 영상이다.
지난 달부터 코*카 홍보영상도 진행하고 있던 터라..
큰 돈을 버는 건 아니더라도 집에서 인정받으면서 내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그래서 지난 목요일 오전에는 한*타이어 미팅이 있었다. 
아침 일찍 준비를 하고, 수민이를 친정에 맡기놓고, 역삼역에 갔다오는 발걸음이 참 가벼웠다.
내 손으로 수민이도 키우면서 이렇게 집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더욱이 요즘에는 화장실 청소나 냉동실 정리같은 미뤄뒀던 큰 집안일도 하나씩 해치우고 있어서 
나 스스로를 기특해하며 토닥토닥 하면서 집으로 왔다.

그런데 상황이 반전된건 저녁에 남편이 집에 와서부터다.
9시가 다 됐는데 오빠가 사다 놓은 빵을 먹고 있길래, 왜 빵을 먹고 있냐고 했더니 저녁을 안먹었댄다.
늦게 오는 날이면 보통 저녁을 먹고 오고, 나랑 수민이는 이미 저녁을 먹은 상황이라 밥도 따로 안해놨었다.
갑자기 스트레스가 확 밀려왔다.
안 먹었다고 말을 했으면 뭐라도 준비를 해 놓던가.. 집에 오는 길에 뭘 사오던가.. 먹고 오던가.. 했을 텐데 순식간에 나는 남편 저녁 밥도 안해주는 아내가 되버렸다.

남편은 빵먹으면 된다며 괜찮다고 하고, 뭐.. 괜찮다니 괜찮겠지 하고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늘 시작한 일이 주말까지 3일 안에 완성해야되서 마음도 조금 급했다.
이때까지도 괜찮았으나..

오빠가 빵 먹는데 수민이가 귀찮게 한다며 밥도 제대로 못 먹게 하냐며 짜증을 낸다.
밥 못 챙겨준게 미안한게 목에 가시처럼 걸려있었는데, 그래서 라면 끓여줄까? 했더니 끓여달랜다.
일은 일단 접고 라면을 끓이다가 주말에 어머니한테 빈 김치통을 드려야 되는게 생각나서 김치통을 꺼내 정리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복잡해진 주방을 정리하는데, 빵먹고 우유팩을 식탁에 그대로 놓은게 눈게 걸린다.
순간 욱했으나 그래도 일하고 와서 피곤할테니.. 좋은 말로 이야기했다.
오빠, 이거 우유팩만 치워줘도 내가 일이 얼마나 편해지는데...
했더니 갑자기 오빠가 말하지 말라고, 할껀데 그런다고 화를 낸다.

그 상황에서 라면 먹으라고 해놨더니 오빠는 뜬금없이 발톱을 깎고 있고,
수민이는 옆에 와서 칭얼거리다가 뜨거운 라면을 만지려고 식탁위를 더듬거린다.
김치국물이 손에 잔뜩 묻어있어서 가지도 못하니, 하지말라고 수민이한테 이야기한다는게
화가 난 상태다보니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소리지른건 처음이라 또 죄책감이 밀려온다.. 
오빠를 쳐다봤더니 딴 세상 사람인 듯 여전히 발톱을 깍으면서 시사프로만 열심히 보고 있다.
지금 우리 집이 전쟁인데 세계 경제 어려운게 무슨 상관인가.
이때 폭발했다.

너무 화가 나서 지금 이야기하면 싸움만 할 거 같아서
김치통 정리 끝내고 설거지도 다 해 놓고, 옷을 입고 조용히 혼자 밖으로 나왔다.
어디 갈 데도 없고 해서 집앞에 커피숍으로 갔는데, 답답해서 자꾸 눈물이 나오는 걸 참았다.

이날 오전에 나는, '육아와 살림과 일'을 다 할 수 있어서 행복는데
밤의 나는, 그 모든 일을 다 하고 있는 내가 너무 화가 났다.

같은 일을 가지고 하루에 이렇게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하니 도대체 결혼이 뭐길래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머리가 아프다. 30분의 가출을 끝내고 집으로 왔더니 달려와 반기는 건 우리 아들. 남편은 아무 말 없이 방으로 가서 잔다.

자꾸 생각만 하면 답답하고 눈물이 나고, 서운하고 원망스러웠다.
게다가 나는 임신도 했는데..

그런 마음으로 어제 혼자 교회에 갔다왔다.
추수감사절이라 설교는 감사하라는 내용.. 어려운 일이 생겨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라고 하신다.
나의 이 마음을 어떻게 하면 목요일 오전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예배 끝에 찬송을 하나 불렀는데, 꼭 나한테 하는 말씀이신 것 같다.
"..받은 복을 세어보아라. 크신 복을 네가 알리라..." (429장) 

결혼하면 이렇게 속상한 일들도 있지만,
그래도 분명히 행복한 순간도 많고
절대적으로 내 편이 되주는 남편도 있고
엄마를 너무나 사랑하는 우리 아들은 보기만 해도 이쁘니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정말 감사할 게 끝도 없다. 

교회에 가서 사람들도 만나고 오니 조금 마음이 위로가 된다.
오빠는 전시기간이라 한참 바쁘고 피곤할 때라 때라 주말이 지나면 진지하게 이야기해봐야지 하다가
그제 밤에 오빠한테 다 쏟아냈더니 말 없이 듣기만 하더니 뭔가 느끼는 바가 있었는지
지금은 뭐만 부탁하면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다 한다.

별 일 아닌데 내가 임신하고 감정호르몬이 심하게 분비되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오빠도 항상 저렇지는 않은데 서로 피곤하다보니 이렇게 부딪히게 되는 것 같다.
어쨌든 같이 살다보면 부딪히는 일이 있게 마련이고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가느냐인데,
결혼하기 전에는 사랑만 있으면 다 되겠지.. 그렇게 생각했다면,
정말 결혼하고 필요한 건 이해와 배려.. 그리고 노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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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