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2. 6. 16. 22:59

수민이는 말이 좀 늦은 편이다.

 

물론 하는 단어가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발음은 아쉽고, 문장 구사는 먼 이야기다.

수민이가 할 줄아는 문장은.. "또 해!" 

 

 

 

때가 되면 다 말을 하게 되어 있다며 기다려보자고 생각하면서도 말이 빠른 수민이 친구들을 보면 뒤쳐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은근히 조바심이 난다.

 

지난 주에는 수민이보다 한 달 반 빠른  다유가 놀러 왔는데 꽤 복잡한 문장으로도 말을 하고 의사를 표현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또 다른 친구 율희는 돌 즈음부터 "할무이, 할부지" 이렇게 말도 할 줄 알았는데, 수민이는 아직도 할머니를 "니" 할아버지를 "지" 라고 한 음절로만 이야기 한다.

 

특히 영유아 검진을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책을 많이 안 읽어주나요?" 라고 했던 말은 내 마음에 콕 박혀있고,  

책과 인터넷에서는 이 월령엔 몇 개 단어정도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모든 아이가 똑같을 수 없고 개인차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비교하며 생기는 부모의 조바심이 아이에게 더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데..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려고 해도 은근히 걱정이 되는 부모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나의 마음을 누가 꼭 아는 것처럼...

 

금요일에 어머니는 이런 문자를 보내주셨고,

 

"몬테소리는 아이의 언어적 변화는 서서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폭발적으로 일어난다고 보았습니다. 아이에게 언어의 민감기가 있다는 것이죠. 이 시기의 아이는 충분한 언어환경에 놓여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빠르다고 좋아하고 늦다고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잘 관찰하여, 적절한 때에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을 해주는 것이겠죠."

 

어린이집에서 보내준 가정통신문 중에는 <말이 늦는 것 같은 우리 아이>에 대한 글이 있었다.

 

"말이 어느정도 늦어진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측면에서의 발달과 마찬가지로 언어발달에도 개인차가 나타납니다. 15개월에 이미 단어를 조합하여 말하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이제 막 한단어로 말하기를 시작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또 말을 빠르게 한다고 해서 글을 더 빨리 읽고 쓰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두 돌이 되기 전에는 언어 발달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가 아니므로 이 시기에는 양육자의 올바른 언어 자극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시기에는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말이 더 많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는지에 대해서는 세심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와 대화할 때는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것에 함께 주의를 기울여 반응해주고 단어를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분명한 발음으로 이야기 해주도록 합니다. 또 짧은 문장을 정확한 발음으로 이야기해 주며 목소리 톤에 높낮이를 주어 아이가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기 바랍니다.

 

간혹 아이의 언어능력을 키우기 위해 책을 많이 읽어 준다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어발달은 일상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말을 통해 더욱 발전하기 때문에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정말 도움이 된다. 

괜찮다며 위로도 하고 방안도 넌지시 일러주고.. 수민이랑 많이 비슷한 것 같아서 공감도 된다.

 

요즘 수민이는 말문이 본격적으로 트이기 시작하는 초기 단계인 것 같은데,

한 번 알려준 단어는 바로바로 기억하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느날 갑자기 새로운 말을 시작하기도 했다.

또 내가 사람들에게 수민이가 어땠다며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자기 얘기를 하는 줄 알고 은근히 듣고 있다가 아는체를 하기도 하는 게.. 듣고 이해하는 건 정말 잘하는 것 같다.

 

그런데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조잘조잘 말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흐뭇하면서도,

상상과 현실은 많이 다르달까.

며칠 전부터 "싫어" 소리를 시작해서 요즘 하루종일 "싫어!!!!!" "가!!!!!"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데...

말이 트이는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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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