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렇게 예쁜 아기가 있을까!!'
둘째 수현이를 보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한다.
수현이가 기분 좋을 땐 내가 집안일을 다 하고, 밥을 챙겨먹고, 저녁 요리 준비를 해 놓을 때까지 혼자 누워서 논다.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를 하면 사람을 알아보고 옹아리도 잘 하고, 웃기도 잘한다!
어떻게 이렇게 순할까. 나한테 이건 정말 축복이다.
그런데 단순히 아기 성향이 온순해서 그런거겠지 싶었는데,
몇 주 전에 SBS 에서 자연분만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하는 걸 보고 나서 다른 이유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출산에는 의료 개입이 필요하지 않다'는 "자연주의 출산" 에 대한 거였는데
촉진제, 수액, 무통주사 등 약물과 의료행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집에서 산모가 주체가 되서 아이를 낳는 거다.
이렇게 낳은 아기는 이유없이 울거나 보채지 않는다고 하는데, 나는 완벽한 자연주의 출산은 아니지만 그래도 혹시 최소한의 수액만 맞고 2시간 만에 아기를 빨리 낳은 덕분에 수현이가 이렇게 순한 게 아닐까 싶다.
(수민이는 양수가 먼저 터져서 병원에 갔기 때문에 진통도 8시간이나 하고, 무통주사도 3번이나 맞았고 촉진제도 맞았었다. 그래서 그런지 수민이는 엄청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가였고, 많이 울었었다.)
가끔 할머니가 옛날 아기들은 지금 애들이랑 다르게 너무 순해서, 밭에 가서 일하다가 와도 혼자 잘 놀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들을 때마다 나는 과장이겠거니 했었는데, 옛날에는 다들 집에서 저렇게 낳았으니 사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순한 아기에 대한 이야기가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고 하더라도,
이 자연주의 출산이 정말 좋았던 부분은 아기를 탯줄을 자르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엄마 가슴위에 올려준다는 거다.
그리고 아기와 엄마 품에 안겨 2시간 정도 푹 쉴 수 있게 해 주는데, 이 때 아이가 엄마에 대한 신뢰가 형성된다고 한다.
나는 병원에서 아기를 바로 격리시키는 게 너무 싫었다.
아기를 낳은 직후에 울던 아기가 내 품에 안겼을 때 갑자기 울음을 그치고 포근하게 안겨있던 그 순간이 나는 너무 좋았는데, 이렇게 낳으면 출산이 고통스럽고 무서운 현장이 아니라 감동적인 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또 충격이었던 건, 출산할 때 당연한 건 줄 알았던 회음부 절개를 안 한다는 거.
경험자들은 바로 다음 날에도 바로 앉는데 불편하지 않다고 이야기 한다. 당연히 산모도 육체적 으로 빠른 회복될 수 있을 거다. 또 자궁 수축에 의해 자연스럽게 아기를 낳으면 기쁨을 느끼게하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다량 방출되는데, 다큐멘터리에서 한 일본 엄마는 아기를 낳자마자 갑자기 한동안 깔깔깔 웃기도 했다.
소위 "굴욕의자"라고 불리는 산부인과 의자에도 다시는 올라가고 싶지 않고, 어차피 진통은 비슷하다면
집에서 이렇게 출산해 보는 것도 고려해 보고 싶다.
물론 아기를 낳을 생각은 전혀 없지만, 정말.. 아주 아주 만~약에 이야기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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