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댁은 큰집이다.
제삿날이나 명절이 되면 할아버지 형제, 가족들까지 모두 모이는데, 결혼 전에 우리 친정집에서 조촐하게 차례를 지내던 것에 비해 규모가 엄청 크다. 그나마 예전에는 더 많이 모였는데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여기서는 지방도 먹을 갈아서 제대로 쓰시고 (전에 제삿날에는 한자 하나 잘못 썼다고 다시 먹을 갈아 새로 쓰는 동안 모두 기다렸던 적도 있다. 새벽 12시에..ㅋ), 포와 밥 등 음식도 바꿔가며 고조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돌아가신 큰 아버지까지 절을 네 번 한다.
다 절하는 데 이수민... 뭐하고 있니? ㅋ
(성경에 나오는 요셉의 꿈과 비슷한 장면이.. 요셉 곡식단에 다른 가족 단들이 일어나 절하는 꿈.ㅋ)
이렇게 명절 날 차례를 지내서 좋은 건, 아이들은 한복을 입고 명절 음식도 하고 사람들도 모여서 북적대기 때문에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거. 그리고 이런 기회에 다 같이 얼굴을 보고 모일 수 있는 자리가 생긴다는 거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전 날 하루종일 전을 부치고 음식 준비를 하고... 당일날 아침 일찍 일어나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어른들과 남자들 식사가 다 끝나서야 늦게 밥을 먹고.. 하루종일 설거지를 해야하는 여자들의 노고가 있다.
그나마 나는 애들도 봐야하고 제일 막내라 시키는 것만 하고 있지만, 음식 솜씨 좋은 형님은 하루종일 음식만드시느라 바쁘시고.. 어머니는 총 책임자로서 일이 정말 많으시다.
어른 한 분 모시기도 마음이 어려운데 온 집안 식구들 모시고 준비를 해야하는 마음이 얼마나 긴장이 되는지 옆에서 지켜만 봐도 알 수 있다. 혹시 뭐가 빠지지는 않았는지.. 음식 맛이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일주일 전부터 장을 봐야하고 손님맞이 집정리도 해야하고 밤에 어른들 이부자리 걱정까지.. 안쓰러울 정도로 일이 많으시지만 웃으면서 척척하시는 어머니를 보면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얼마나 피곤하실까.
내가 어머니정도 나이가 되면 감당할 수 있을까? 추석과 설날.. 일년에 명절 두 번과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 세 번까지 이렇게 총 다섯번을 준비해야하는데, 제사는 명절보다 규모가 작다고는 해도 힘든 일이다. 돈으로 계산을 해보면 일년에 2~300만원은 드는 것 같다.
옛날보다 지금은 많이 간소해졌다고 하지만 요즘 시대에 이런 걸 해야한다고 하면 손사레칠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게 무서워서 결혼을 안하겠다는 건 구더기무서워 장 못담그는 격이다. 난 결혼하고 이번이 (벌써) 네 번째 추석인데 그러려니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니 특별히 힘들지는 않다. 난 이제 좀 대담해져서 사진도 대놓고 찍고 어른들 사진도 찍어드렸다.ㅎ
조금 힘들었던 건 몸보다 마음...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즐거우면 그걸로 된건데 남자들이 나서서 도와주지는 못하더라도 지나가다 슬쩍 위로 한마디 고맙다는 표현만 해도 좋을 텐데.. 그게 그렇게 어렵나보다. 우리 남편이 그렇다는 건 아니고 또 우리 시댁만 그런 건 아닐꺼고, 우리나라 대부분 남자들이 그런 것 같다.
그거 말고 스트레스 받았던 건, 수민이 사촌들이 과자를 입에 달고 살아서 수민이가 과자의 유혹을 물리치기가 힘들었다는 거. 그래도 착한 소정이는 수민이 숨어서 먹긴 했는데, 과자가 눈 앞에 보이니 수민이는 달라고 떼를 쓰고.. 옆에 자기 도와줄 사람들 많으니 있는 힘껏 악을 쓰고.. 나 혼자 못 먹게 하는 것도 힘들었다. 덕분에 수민이 다리 전체는 아토피로 긁어서 온통 상처투성이가 됐다. ㅠ
나는 힘들었지만 수민이는 과자도 실컷 먹고 사촌들 만나서 신나게 놀았다.
오후에는 으레 친정집으로 갔는데, 부모님이 시골에 내려가신다고 해서 시댁에 있다가 저녁에 청계천으로 놀러갔다. 마침 국악한마당을 해서 아버님과 할머니는 재밌게 보시고 우리는 청계천 구경하고 맛있는 것도 사먹고 놀다가 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 우리는 또 친정 시골집으로 출발했다. 강행군의 연속..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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