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중에 토요일 아침은 나에게 가장 평화로운 순간이다.
남편이 있는 이 날 만큼은 늦잠을 자도 되고, 내가 늦잠 자는 동안 남편은 군소리 없이 수민이 밥도 먹이고 아이들이랑 놀아준다. 언젠가는 수현이랑 놀아주면서 혼자 노래를 부르는데, "♪ 이렇게 잘생겨 버리면~ 다른 애들은 어떻게 하라고~♬" 이러면서 가요를 개사해서 부르는데,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ㅋㅋ
나는 한 주 내내 아이들에게 시달렸으니 이정도 휴식시간은 필요하다! 고 생각하지만, 남편도 평일에는 열심히 일하고 피곤할텐데 이렇게 아이들과 놀아주는 모습을 보면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
두 아들과 놀아주려면 체력이 필요하다.ㅋ
요즘에 수민이 수현이를 보다보면 넘 쉽게 지친다.
특히 퇴원한 이후로 수민이는 떼가 많이 늘었고, 순둥이 수현이는 엄마 껌딱지가 되었다. 엄마가 그리웠는지 엄마가 왔다갔다 하다가 자기랑 멀어지면 서러운 표정으로 울며 나를 쫒아 기어온다.
요즘은 무조건 잡고 일어서는데, 그러다가 순식간에 넘어지기 일쑤고, 또 왜 그렇게 형만 쫒아니는지... 형이 만지는 장난감마다 가서 건드리고, 쓰러진 형을 붙잡고 일어서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긴다. 이럴 때 수민이는 괴로워하면서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참던 수민이도 금새 수현이를 물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빨리 뛰어가서 둘을 떼어놓아야 한다.
이렇게 예쁠 때가 있는가 하면, (노래부르는 수민)
이렇게 주저 앉아 악을 쓰고 울기도...
그런데다 요즘은 아이들이 자꾸 아프다.
장염이 유행이라는데 수민이도 장염에 걸려서 그런건지, 병원에서 잘 안 먹다가 집에서 과식을 해서 그런건지.. 한밤중에 먹은 걸 다 토한다. 수민이가 이정도로 토한 건 처음이다. 감기 말고는 잔병치레가 없던 아이인데 퇴원한 이후로 면역력이 많이 떨어졌나보다.
그게 정말 말로만 듣던 장염이었는지 수현이한테도 옮아 먹은 걸 자꾸 토하기 시작.. 둘이 번갈아 가면서 열나고 토한다.
어제는 오랜만에 외식하려고 나갔는데 수현이가 갑자기 열이 펄펄 끓는 바람에 병원으로 직행했다. 장염 초기랑 코감기가 약간 있다고 했다. 잘 울지도 않는 아기가 자꾸 끙끙거리니 힘들긴 힘든가보다.
수민이가 경기한 이후로 아이들이 열이 난다 싶으면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아픈게 내 잘못인 것 같다.
수시로 약 먹이고 안고 집안을 돌아다니고.. 며칠 사이에 빤 이불과 옷은 평소의 몇 배인지...
부지런하게 몸을 움직여서 가족들 맛있는 것도 해서 먹여야하는데... 할 일은 산더미인데 내 마음이 지치니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래서 더 스트레스 받는다.
무엇보다 잘 먹던 아이들이 안 먹으려고 하고, 안 아프던 아이들이 아프니 내 마음이 힘들다.
아직 아이들이 없는 친구들이 이렇게 부러울 수가. 회사같았으면 사표쓰고 싶은 심정이다.
연말이라고 남편이 휴가를 2주는 낸 것 같은데, 뭐 한 거 없이 지나가고... 이 우울한 연말...
그래도.. 이 와중에 가만히 생각해보면 남편이 휴가를 받지 않았으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정발 바쁠 때 아이들이 아팠으면 나 혼자 감당했어야 됐을 텐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남편이 있고, 또 가까이에 도움을 요청할 부모님이 있고.. 얼마나 감사한가.
내가 빨리 털고 일어나야지.. 씩씩한 엄마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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