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3. 1. 24. 12:41

1월에는 시할아버지와 시증조할머니 제사가 이틀 연속으로 있다.

시댁에서 지내는 제사는 결혼 전 친정에서 가족끼리만 조촐하게 지내던 제사와는 많이 다르다.

새벽 12시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땡하면 절을 올리는데, 한 번은 지방에 글자 하나가 틀렸다고 작은할아버지가 이런식으로 하면 제사 못지낸다며 화를 내셔서 새로 먹을 갈아 다시 쓸 때까지 기다린 적도 있다. 그래도 옛날보다 많이 간소화된거라고 한다.

 

제사가 이틀연속으로 있다보니 나는 미리 시댁에 가 있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남편의 일본출장과 겹쳤다. 하루 먼저 인천집으로 갔다가 다음날 인천공항으로 가면 되니 가깝다고 좋아했지만 한편으로는 남편의 부재가 조금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시부모님은 애들도 너무 잘 봐주시고 좋으시지만 아무래도 시댁에 있으면 마음에 긴장이 된다. 그래도 나는 막내라 시키는 것만 하고 있지만.. 그에 비하면 요리도 잘 하시고 불평 없이 척척 해내는 우리 형님을 보면 나의 갈길은 멀었구나 싶다. 티는 안 내시지만 형님도 긴장을 하셨는지 배가 계속 아프시다고 해서 마음이 조금 짠했다. 동병상련의 마음이랄까.

 

 

시댁의 이야기를 이렇게 인터넷 상에 글을 올리는 게 사실 조심스럽긴 하다. 만에하나 시댁식구 중에 누가 이걸 봤을 때 안 좋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 내 머릿 속에 멤도는 생각을 꼭 쓰고 싶었다. 

우리나라 문화에서 제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두 며느리들이다. 제사상차리고 절 할 때 빼고 직계가족은 손님같다. 새벽에 제사를 지내니 잠 못자고 하루종일 일하고.. 피곤하긴 하지만 힘든 게 문제가 아니라 한 번 제사를 지낼 때마다 서로에게 생기는 (티내지 못하는) 서운함도 그렇고.. 이럴 기회에 한 번 얼굴보는 건 좋지만.. 제사 한 번에 소모되는 게 너무 많은 것 같다.

 

짧은 내 생각이지만 돌아가시고 나서 이렇게 하는 것 보다 생전에 정말 잘해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 가족끼리 여행도 자주 다니고 시간을 함께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고생해오신 어머니를 보면 지금 내가 하는 건 사실 아무것도 아니고, 그런데도 이렇게 제사가 한 번 끝나고 나면 여러가지 생각이 복잡하다.

 

제사를 지낸 다음날은 돌잔치가 두개나 있었다.

점심 저녁 돌잔치 사이에 시간이 비어서 근처 헤이리에 갔는데, 이렇게 좋을 수가. 안구정화와 기분전환이 동시에.... ㅋ

 

어린이 자동차를 대여해주는 곳이 있었는데 (30분 5천원) 완전 호황이었다.

나 구경하는 동안 남편은 자동차 리모콘을 들고 쫒아다니면서 운전했다.

 

잠깐의 외출에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남편에게 제사치르고 나면 이렇게 기분전환을 꼭 해야겠다고 했더니 남편은 한 발 더 앞서가서, 어머니, 형수님과 나를 여행을 보내줘야겠다고 한다. 그래! 하면서 맞장구 쳤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냥 서로에게 잠깐 떨어져 있는게 휴식인 것 같다. ㅋ

포인트는 헤이리가 아니라 혼자 자유롭게 쉬는 시간이 주는 즐거움이었다는 거...

(참고로 우리 시어머니와 형님은 너무 좋은 분들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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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