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부터 코이카 영상작업을 하고 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 틈틈히 시간을 내고 잠을 안 자면서 하면 되니까 애들 보는 건 큰 문제가 안 된다. 문제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한두번 생기는 회의... 게다가 이번에는 대전으로 가게 됐다.
나는 젖먹이까지 아이가 둘 딸린 엄마다. 일은 정말 잘 할 자신이 있지만.. 사실 집에 애들을 보며 일을 한다고 하면, 남들이 생각하기에 프로페셔널해보이지 않아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일 거다. 사정 봐줘가며 일 시키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목에 걸린 가시처럼 조금 걸리는 일이긴 하다.
특히 이번 경우처럼 멀리 회의를 가야할 때는 여러가지 걱정이 먼저 앞선다.
대전은 KTX로 한 시간 거리라 가까운 편이지만, 그래도 이동시간과 회의시간까지 생각하면 수현이가 젖을 안 먹고 잘 버틸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가장 큰 걱정은 수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하나? 하는 거.
이번에는 친정엄마한테 맡기기로 부탁을 해놨었다. 엄마는 워낙 바쁘신데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 하루만 부탁하려고 했는데, 하루 전날 저녁에 엄마 전화가 왔다. 꼭 가야하는 약속이 있었는데 깜박하고 계셨다고.. 급하게 수민이가 다니는 365 어린이집에 몇 시간이라도 맡길 수 있는지 전화를 했다. 그런데 하루 전날은 안 된다고 했다. ㅠ
부랴부랴 육아도우미 서비스를 검색해봤다. 혹시나 해서 최근에 동사무소에 가서 신청해 두었던 건데(맞벌이 부부에게 정부가 금액의 반 정도 차등 지원해 줌), 인터넷으로 신청은 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하루 전 날 저녁에 신청을 해서 다음날 일찍 도우미가 올 수 있을 지 의문스러웠다. 아직 한 번도 이용한 적이 없어서 걱정도 됐다.
결국.. 동생이 피같은 연차를 내고 희생했다.
역시 이럴 때는 가족밖에 없다. ㅠ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준비했는데도 항상 시간에 쫒긴다.
수현이 밥이랑 간식을 준비해 놓고 양수에게 수현이를 맡기고, 수민이는 가는 길에 데려다 줬다. 오늘따라 늦장을 부리며 천천히 가는 수민이를 급한 마음에 들쳐업고 뛰었다.
버스를 타고 서울역에 가는데 빠듯한 기차 출발시간을 보며 어떻게 얻은 이 소중한 시간을 이렇게 초조하게 갈 수는 없다며.. 10시 반에 친구랑 타기로 한 무궁화호를 포기하고, 맛있는 커피와 샌드위치를 꿈꾸며 30분 뒤에 있는 KTX를 여유있게 타려고 했는데... 혹시 몰라서 뛰어가던 중에 흘낏 쳐다본 전광판에서는 11시 기차가 없었고, 매표소에 줄을 선 사람들은 너무 많았다. 내 여유 찾다가 약속 시간에 늦으면 큰일이다. 무조건 뛰어서 5분 남기고 기차를 탔다.
일단 기차를 타고나니 수현이가 걱정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해방된 자유를 만끽했다.
요즘 남편은 너무 바쁘다. 최근 2주동안은 거의 자정이 되서 집에 들어오는데 혼자 애들을 보다보니.. 한 시간만 애들한테 떨어져서 멍 때리고 싶은게 정말 간절한 소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기차를 타는 낭만까지.. 정말 너무 감사해서 울고 싶었다. ㅋㅋ (게다가 두 정거장 뒤에 타는 홍엽이한테 부탁해서 햄버거랑 커피도 먹었음ㅋ)
회의는 시간도 딱 맞게 도착하고, 무난하게 잘 끝났다.
돌아오는 길.. KTX에서 아이패드 미니로 혼자 잡지를 보는데... 행복했다. ㅠ
수민이 어린이집 데리러 갈 시간에 맞춰서 가려고 했는데, 조금 늦어져서 양수이모가 데리고 온 것 빼고는 모든 게 완벽했다. 하루종일 엄마도 안 찾고 잘 놀아준 수현이도 너무 고맙고.. 양수한테도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이렇게 좋은 에너지를 듬뿍 받았으니 당분간은 잘 지낼 수 있겠다. ㅎㅎ
육아 외에 다른 일을 한다는 건 나를 위해서도 아이들을 위해서도 좋은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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