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출산예정일이 다가오는데 이슬도 안비치고 전혀 기미가 없었다.
머리도 크고 우량아라며 병원에서 하루 3-4시간 열심히 운동을 하라고 몇번을 말했지만
몸이 힘드니 운동도 거의 안하고 무대뽀로 있었다.
'때 되면 다 나오겠지..'그런 마음..? ㅋ
그러다 예정일 전날 엄마 성화에 4층 계단을 1층까지 6번 왕복한 게 효과가 있었을까?
예정일 새벽4시쯤 갑자기 느낌이 이상했다. 벌떡 일어나 바닥에서 자고 있던 오빠한테 이불치워~! 이불치워~! 하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밑에서 물이 막 쏟아졌다. 소변인가도 했지만 이게 조절이 안된다..
양수 터진거 같다고 했더니
오빠도 벌떡 일어나 엄마아빠 방문을 두드리며,
"장모님, 애기 나올거 같아요!" 했다. 순식간에 온 집에 비상이 걸렸다.
그래도 아직 진통은 전혀 없어서 여유롭게 샤워도 하고 머리도 감고, 미리 챙겨놓은 짐을 가지고 병원으로 갔다.
생각보다 분만이 늦어진 탓에, 이제는 드디어 아기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와 긴장감으로 두근두근...
깜깜한 새벽.
병원에 가자마자 가족분만실에 들어가 관장과 아기 심박동검사등 준비를 다 했는데, 양수만 터졌지 진통이 아주 약하고 자궁문은 1cm밖에 안 열렸단다. 그냥 기다리면 양수가 마를수 있어서 아기한테 안 좋다고 해서 유도제를 맞고 기다렸다. TV도 보고 여유롭게 사진도 찍고.. 잠도 잠깐 잤다. 11시까지는..
슬슬 생리통처럼 허리가 아파 잠에서 깼다. 허리가 점점 끊어질거 같고 점점 통증도 길고 잦아졌다.
무통주사를 맞았는데 여전히 자궁문은 안 열리고..
처음 무통을 맞았을 때는 효과가 바로 있어서 이정도면 아기 낳을만 하겠다며 오빠랑 농담도 하고 그랬는데, 갈수록 진통도 심해지고 세 번을 연속해서 맞았더니 엉덩이가 마취가 되서 얼얼하니 더 아팠다.
경희언니가 참을 수 없는 고통이라고 했는데 진짜 설명할 수 없이 아팠다. 머리가 깨질 것 같고 아기가 내려오면서 허리 골반 다 아팠다.. 눈물이 줄줄 나왔다. 간호사가 내진할 때마다 몇센치 열렸다고 하는데 속도가 너무 늦어서 이 진통을 언제까지 견뎌야하나 생각하니 앞이 깜깜했다.. 침대 앞에 걸려있는 큰 시계는 초침이 정말 천천히 갔던 거 같다.
그 와중에 우리 엄마가 찍은 사진.. ㅋ
누워만 있기 너무 힘들어 잠깐 내려왔다. 거의 분만 직전..
진통 한 번 견디는 게 너무 힘들어서 1초만 더 1초만 더.. 하고 힘을 줬다. 무엇보다 간호사 선생님이랑 호흡이 잘 맞아서 그래도 빨리 낳은 것 같다. 끙끙거리며 소리지른거 같은데 나중에 엄마랑 오빠는 나더러 너무 조용히 낳았다고 하더라..
진통이 올 때 옆 방에서 아기 낳는 소리가 들렸었다. 아기 울음 소리가 들리고 시어머니와 남편으로 보이는 목소리가 산모에게 수고했다며 축하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나도 모르게 감동해서 눈물이 주르륵... 그래서 내 아기가 태어나면 얼마나 감동적일까? 했는데, 막상 아기를 품에 안겨줬을 때는 너무 아파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하여튼 그렇게 3.88kg 우리 덕만이.. 12시간만에 순산했다.
아이고 이렇게 큰 아기가 내 뱃속에 있었다니..
이름도 지었다.
조만간 출생신고도 하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