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내가 아파서 쓰러져 있을 때 남편에게 감동해서 올렸던 카카오스토리...
물론 항상 이런 모습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날은 진정 감동했다.
남편 친구는 이 카스 글이 비현실적이라며 뻥이라고 했지만, 이것은 사실이다. ㅋㅋ
일요일 저녁이면 토요일에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며 울상이 되는 수민이... 토요일만 목이빠지게 기다리는 이유는 아빠가 회사를 안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빠가 있으면 차를 타고 주말마다 버라이어티하게 놀러다니니 토요일이 기다려질 수밖에 없다. 근데 어딜 안 가더라도 그냥 아빠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은 좋아한다.
토요일마다 가는 수민이 놀이학교 도시락은 아빠담당! 책 읽어주기
수민이 생일 선물로 아빠가 사준 팽이(나 같았으면 절대 안 사줬을..)에 극도로 흥분한 수민이..
밤마다 아빠는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주는데, 아빠가 악당이 되고 아이들은 이불 속에 숨는 괴물놀이가 가장 인기다.
어떤 날은 '아기돼지 삼형제'나 '늑대와 일곱마리 염소' 놀이를 하기도 한다. 이불 속에 두 형제가 숨으면 아빠가 늑대가 되어 입으로 바람을 불어서 이불을 벗기고 아이들을 잡아 먹고는 (아빠 옷 속으로 아이들 머리를 집어 넣고) 엄마가 오기를 기다린다. 내가 싹둑싹둑 손가락 가위로 옷을 자르는 척하며 아이들을 구출해주고 늑대가 죽으면 끝.. 내가 봐도 재밌게 논다. 이게 우리 애들이 늦게 자는 이유다. 야근하고 늦게 돌아오는 아빠를 기다리다가 이렇게 놀이하다 책도 읽고 자다보니 11시 반이 되야 잠이 드는 게 생활 패턴이 돼버렸다.
화를 낼 상황에도 끝까지 참는 아빠는 다 젖은 옷을 안 벗겠다고 떼쓰는 수현이를 자기 윗도리를 벗고 찌찌 구경하자며 옷을 벗게 유도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애들 아빠가 이렇게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이었던 건 아니다. 둘째를 낳고도 항상 술자리와 약속에 밤 늦게 혹은 새벽에 퇴근하는 게 기본이었고, 주말에 보상하려고 밖으로 돌아다녔지만 그걸로 실질적으로 보상이 안됐었다.
그런데 이제 결혼 8년 차.. 크고 작은 일들과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던.. 말 못하고 숨죽여 울던 일들까지 함께 겪다보니 5년 동안 연애할 때 죽지 않고 타오르던 불꽃은 이제 사그라들었지만, 우리는 훨씬 안정적이 된 것 같다. 서로 자기중심적이고 뾰족했던 부분들도 많이 다듬어졌다. 함께 탄 배가 안정적으로 항해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부부관계가 회복되니 육아에서도 덜 힘들다. 특히 셋째가 생긴 걸 알고 나서 내가 '적극적인 육아 참여' 공약을 내세운 뒤로 남편은 더 가정적이 된 것 같다. 아이들과 놀아주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남편을 보며 육아 스트레스로 지친 나도 많이 위로가 된다.
물론 남편에게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남편도 사람이라.. 너무 기대다보면 서운한 게 생기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화가 쌓이는 악순환의 연속.. 남편에게 기대려고 하지 않는 마음의 연습을 계속 하다보니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남편이 일 년 중 가장 바쁜 4월인데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평안하다. 보통 12시가 넘어 들어오는 건 기본이고 주말 저녁에도 출근해서 밤을 새고 또 바로 출근.. 새벽 4시반에 들어와 두 시간 자고 다시 출근.. 이렇다보니 36주가 넘은 만삭의 몸으로 두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하고 힘들어도 엄살을 못 피운다. 그래도 남편이 안하려고 하는 게 아닌 걸 아니까..
이건 세 아이 엄마의 여유일 수도 있다. (물론 가끔 화는 내지만ㅋㅋ) 요즘 아이들은 집에서 안정적으로 잘 노는 편이고, 엄마 씻을 동안 둘이 싸우지 말라고 당부를 하고 혼자 샤워를 하는 여유도 생겼다.
EBS에서 아빠가 잘 놀아주는 아이들은 다른사람의 감정을 헤아리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어린이집에서 한 달에 한번씩 오는 활동보고서(?)에는 그런 수민이의 모습이 적혀있다. 한 친구가 블럭을 만들고 있는데 다른친구가 와서 부수거나 망가뜨리면 가서 "괜찮아~ 다시 만들면 되" 하며 위로하고 같이 다시 만드는 식이라고.
이렇게 아이들도 잘 자라주고 남편에 대한 믿음도 생기니 선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다.
수현이 낳기 전에는 도대체 얼마나 더 힘들까... 두려움과 걱정만 가득했는데, 요즘은 셋째가 생기면 얼마나 예쁠까.. 그 생각으로 가득하니 남편과 아빠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이런 결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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