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인가 수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줬는데 안 간다고 하도 울어서 근처 작은 도서관에 가서 놀다가 보낸 적이 있다. 그 때 책을 빌렸다가 반납해러 가다보니 그 뒤로 2주마다 도서관에 가고 있다.
어린이집 끝나고 애들도 데려가 봤더니 수민이는 이제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골라서 가지고 오고, 수현이는 집이 아닌 새로운 곳에 가는 것 자체로도 신나한다. 도서관 앞 마당에서 차 걱정 없이 뛰어놀기도 하니 일석이조다. 지난 번 부터는 아예 빵이랑 음료수를 준비해서 간식도 먹고, 마당에서 책 한권 읽고 놀다가 온다. 그동안 수빈이가 울지 않게 배부르게 젖을 먹여 오는 게 중요하다.ㅎ
수민이 책을 빌리면서 나도 오랫동안 손을 놓고 있던 책을 다시 들었다.
전에는 '책 볼 시간이 어디있어!?' 했는데 아기 수유하면서 아님 애들 저녁 먹이고 청소, 설거지 다 한 다음 수빈이 자고 애들 잘 놀때, 아님 수빈이를 아기띠에 안고 왔다갔다 하면서 책을 본다. 이런 마음의 여유가 생기다니 내가 봐도 놀랍다.ㅎ
지난 주에는 뭔가 자극을 받아보려고 자기계발서를 빌렸다. <여자의 자존감>, <18시간 몰입의 법칙>.
<18시간 몰입의 법칙>은 몰입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줄 알았는데,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18시간은 24시간 중 18시간을 말하는 거였고... 즉 6시간 자고 18시간 일에 몰입하라는 이야기... 나는 이렇게 괴롭게 살고 싶지 않아서 조금 읽다가 말았다.
<여자의 자존감>은 결혼하면 살림을 하고 애 낳으면 직장을 그만두는 많은 여성들에게 "NO!"를 외치는 목표지향적인 분의 책이다. 책에는 작가가 사회 생활을 시작한 후 사람들이 "집안일은 언제 하세요? 아이들은 누가 봐주나요?" 하고 물으면 "저는 저를 돌보기에도 바빠요. 아이들은 스스로 알아서 잘 크고 있고, 집안일은 남편이랑 아이들이랑 잘 분담해서 하고 있어요." "돈은 쓸 만큼 벌고, 남편은 어떤 일을 하던 응원하고 인정해줘요. 아이들은 엄마를 존중해주고요." 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어찌보면 완벽해 보이는 이 대답이 나는 왜 별로 수긍이 가지 않을까. 가족의 꿈이 아닌 내 꿈을 위해 사는 게 너무 이기적인 것처럼 보인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나는 가족의 꿈이 먼저인가, 내 꿈이 먼저인가... 당장 상황이 어렵다고 내 꿈을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가... 자기합리화를 하며 안정적인 삶에 안주하고 있지는 않은가...
책 내용에 100% 공감은 하지 않더라도 책 읽은 후에 내 행동에 변화가 생겼다.
밤에 복숭아를 먹는데 평소같았으면 애들 먹으라고 내가 먹고 싶어도 안 먹고 참았을 텐데, 나도 열심히 먹었다는... '나도 복숭아 좋아해!' 이러면서.. ㅋㅋ
책 덕분에 애들을 위한답시고 엄마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던, 나도 모르던 나에 대해서 지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런 점에서 역시 독서는 필요하다. 날 위해서라도 도서관은 꾸준히 다녀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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