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5. 7. 30. 00:50

막내가 어느새 14개월이 지나면서 꼭 젖을 끊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삼형제 키우는 아줌마니 따로 대체하지 않고 그냥 내가 쓰는 단어를 사용하기로..ㅋㅋ)


아이가 커갈 수록 엄마 모유는 영양가는 없어진다고 하는 데다 밤중수유를 못 끊고 살다보니 수빈이는 밤새 젖꼭지를 물고 자려고 한다. 젖꼭지를 빼면 화들짝 놀라서 깨기를 반복하고, 그 덕에 나도 항상 잠을 푹 자지 못한다. 

사실 내가 필요했던 건 밤중수유를 중단하는 거였다. 밤중수유를 끊어야 밤에 아기나 내가 푹 잘 수 있다. 특히 수민이가 밤새 젖을 먹으면서 자다가 앞니 두개가 삭아서 누렇게 되버려서 둘째를 낳으면 반드시 밤중수유는 6개월에 끊으리라고 다짐했었으나 둘째도 6개월은 커녕 돌이 지나 겨우 끊었다. 그리고 셋째도 지금 이 신세... 


'아자네'라는 필명의 엄마가 쓴 시가 나의 심정을 대변한다...ㅠㅠ



내 계획과 실전은 완전히 다르다. 며칠만 고생하면 끊을 수 있다는 걸 알고, 떼면 편할 걸 경험했으면서도 이렇게 되었다. 게다가 이번이 세번째니까 좀 수월할 법도 한데 7월 한달 내내 젖 끊느라 얼마나 헤맸는지.. 나도 알 수 없다. 왜 이렇게 힘든걸까...


수빈이는 유난히 심하게 울었다. 

밤중수유를 끊겠다고 남편에게 선언하던 날 밤 2시간을 악을 쓰고 울어서 결국엔 항복했고, 

낮 수유는 끊고도 밤중수유를 못 끊어서 밤마다 울리고, 결국엔 젖을 내주고마는 이런 생활이 2주째 됐을 때는 수빈이가 인후염에 걸려서 열이 39도가 넘고, 뭘 먹지도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또 젖을 물렸고,

3주째 됐을 때는 내가 갑자기 들어온 일을 빡세게 하다가 과로+수면부족+젖몸살이 나서 또 줘버렸다.


언젠가는 분명히 내가 승리하는 전쟁이나 매일 밤 전투마다 지고마는 이런 생활... 잠은 잠대로 못 자고 수빈이나 나나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다.

형들 어린이집 가고 수빈이 유모차 끌면서 재우러 다니면서 '자고싶다.... 자고 싶다....' 하도 눈이 너무 따갑고 오직 자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하루는 형들 어린이집 데려다주고 집에 와서 애기랑 그대로 낮 3시까지 잔 적도 있다. 애기가 배고프니 그토록 사수하던 낮 수유도 포기하고 젖을 내어준채 계속 잤다.


이것은 전쟁!

인후염 걸린 수빈이 하루종일 악을 쓰고 울던 날...

하도 안 먹더니 갑자기 콩자반을(만) 한 그릇을 드심... 똥으로 콩무덤이 나왔다..

                                                            처음으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우유 200ml를 원샷하던 날 ↑


결국 엄마의 도움을 받아서 친정집에 수빈이를 떼놓고 하룻밤을 재웠다. 친정엄마가, "어제 애기 데리고 그렇게 고생했는데, 또 젖 주면 우리집 올 생각 하지마라!!" 라고 선포한 뒤, 친정엄마가 무서워 똑 떼버렸다. ㅋㅋ 


젖 안 준지 6일째... 이제 젖을 안 먹는 게 익숙해져서 재울 때 옆에 같이 누워 토닥토닥 하면 금방 잠이 드는 편이다. 잠도 5-6시간 깊게 잘 때도 있다. 이게 바로 천국이구나...


그런데 어제 새벽, 문득 잠에서 깼는데 수빈이가 내 젖을 물고 있었다!!! 자다가 귀신본 것 보다 더 놀란 것 같다.

애가 찾아서 먹은 것 같진 않고, 내가 잠결에 무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준 것 같다.

그래도 끝이 보인다! 

이제 내 인생에서 수유는 없다... 아멘.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