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풍뎅이로 변태해서 집을 만들어 준지 약 두 달이 지났다.
첫 한 달은 아이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며 매일 저녁 장수풍뎅이랑 놀았다.
처음에는 무섭다고 쳐다보기만 하던 수민이는 나중에 장수풍뎅이를 팔에 태워 비행기를 태워주고 수현이는 예쁘다며 꾹꾹 누르며 놀았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내가 기겁을 하면서 장수풍뎅이 스트레스 받는다며 못하게 했는데, 내 말을 듣지도 않고 방문 닫고 나 몰래 자기들끼리 킬킬 거리며 논다.
안 보는게 약이라고 나중에는 장수풍뎅이보다 내가 더 스트레스 받을 거 같아서 그냥 두었더니 장수풍뎅이 집 근처에는 항상 흙이 여기저기 떨어져있고, 나중에 보니 수컷 다리 한 마디가 잘려져있었다... 수현이가 나뭇가지로 누르다 그런 듯... ㅠㅠ
도서관에서 장수풍뎅이 관련 책은 모조리 빌려다 읽었다
수민이 장수풍뎅이 비행기 태워주기... 저 즐거워하는 입 ㅋ
장수풍뎅이 누르다 엄마한테 들킨 수현이... 쑥쓰러워함
한 달쯤 지났을 때, 하도 애들이 장수풍뎅이를 괴롭히는 것 같아서 아예 장수풍뎅이 집을 높은 곳에 올려두었더니, 아이들도 처음에는 꺼내달라고 하다가 점차 그 존재감이 점점 약해졌다.
그렇게 잠잠히 또 한달이 지나가던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애벌레 한마리...
아이들이 장수풍뎅이가 짝짓기 언제 하냐며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새 암컷이 알을 낳아 이렇게 애벌레가 되어 있었다.
8월쯤 알을 낳는다고 알고 있어서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있었는데, 이건 장수풍뎅이를 처음 발견할 때와 또 다른 충격이었다. 혹시나 해서 집을 들어 바닥을 보니 애벌레들이 우글우글...!!!!!!
(우글우글까지는 아니었지만 나한텐 그렇게 보였음..)
그런데 아이들보다 내가 더 신기해 하는 것 같다.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자꾸자꾸 보게 되고, 몇 마리인가 세어보고, 잘 살아있나 확인해봤다.
성충이 애벌레를 먹이인줄 알고 핥아 먹는다고 해서 애벌레를 분리시켜줘야하는데, 하필 남편이 계속 야근이고 하필 마트에는 흙이 다 팔렸고... 나만 초초해 하다가 이틀 뒤에 분리작업을 했더니 애벌레 8마리, 알 6개...
알 두개는 수현이가 만지다가 터뜨렸다.ㅋ 내가 처음 발견했을 때 세어본 애벌레 수랑 차이가 있었는데, 내가 잘못 센 건지 성충이 잡아먹은건지..
징그러운데 자꾸 보게된다. ㅋ 숟가락으로 애벌레 옮기기
성충들의 집과 애벌레집(파란색 뚜껑)
애벌레들은 일회용 커피컵에 따로 담아놓으려다가, 만에 하나라도 애들이 만지다가 흙을 엎어 애벌레가 바닥에 떨어지는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안전하게 집을 아예 장만해줬다. 날로 늘어나는 장수풍뎅이 살림살이들... ㅠㅠ
분리할 때 보니 애벌레 한 마리만 크고 나머지들은 비실비실하더니 새 흙에서 귀찮게 하는 엄마아빠도 없어서 그런지 하루가 다르게 토실토실 자란다.
점점 커가는 애벌레들 잘 살아있나 들여다 볼 때마다 징그러워 닭살이 돋는 나는 싫다면서도 자꾸 보게 되는 묘한 감정이 생겼다. 나도 모르게 정이들었나보다. 거의 1년을 같이 살았으니...
애벌레일 때부터 봐오던 암컷은 알 낳느라 고생한 것 같아 왠지 짠하고 데릴사위같은 수컷은 조금 얄밉다. 알을 낳으면 암컷은 죽는다는데, 아직 살아있는 걸 보면 또 낳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되면서도 또 죽으면 왠지 아쉬울 것 같다.
10월에 어린이집에서 부모님이 한 시간 재능기부 수업 하는 걸 신청해놨는데 (남편은 수현이네반, 나는 수민이 반), 나는 장수풍뎅이를 주제로 할 예정이라 어쨌든 그 때 아이들 보여줄 수 있게 애벌레가 생겼다.
주변에 분양해가라고 이야기 할 때마다 그런 소리 말라며 다들 기겁을 하는데, 그 때 혹시 관심있는 애들한테 몇 마리 줄 수 있을지도... 실한 놈 몇 마리 남겨두고 이번 여름 휴가 때 어디 숲에 가서 좀 버리고 왔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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