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5. 9. 9. 15:24

수민이 어린이집에서는 매달 말에 한 달 동안 했던 활동지를 보내주는데, 

올해 1월쯤 무심결에 뒤적이다가 한 그림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눈싸움 놀이터에서 노는 것>이라고 선생님이 적어 주셨는데, 수민이에게 물어보니 놀이터에서 선생님이 뒤돌아 있을 때 눈을 던지는 거라고 설명하면서 웃는다. 


이제 상황을 기억하거나 상상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선생님이 뒤돌아 있을 때 눈을 던지며 즐거워 하는 그림      수민이가 처음 제대로 그린 사람 얼굴 (2013년 12월)


그 뒤로 수민이 그림을 유심히 관찰했다. 예전에는 그냥 넘겨 보았던 그림을 이제는 수민이에게 "이건 뭐야? 이건 뭐야?" 하며 물어봤더니, 조그만 낙서 하나 하나 의미가 있었다. 

특히 올해 어느 순간부터는 그림 밑에 글로 설명을 적기 시작했다.


2015년 3월- "가족이랑 양떼목장 갔다왔어요"

현대미술관 갔다가 작은동물원 갔다온건데, 예전에 갔던 양떼목장이 인상적이었나보다.

하늘에 해와 구름과 수민이의 놀란 입이 인상적이다. 아마도 '우와~' 하고 있는 듯? ㅎㅎ


2015년 5월- "딸기 따러 갔어요"

딸기 밭을 표현... 딸기를 다 그리려다가 포기한 듯..


2015년 7월- "로보콩 앞에 갔다가 엄마한테 잤어요"

한강에서 로보콩 앞에서 놀고, 집에 오는 차 안에서 엄마 무릎 베고 잠들었다는 이야기.. 

(가운데 검은 네모는 같은 반 누나가 낙서를 해서 검정색연필로 덮었다고 함)

로보콩과 같은 날 탔던 배도 그렸다. 수현이는 어디있냐고 했더니, 수민 뒤에 가려져다고.. 

(자세히 보니 수현이가 조금 보인다. 이런 것까지 표현하다니 이 엄마는 감탄이 저절로.. ㅋㅋㅋ)


2015년 7월- "아빠 축구보러 갔어요"

현수막에 '싱선축구데헤' (친선축구대회), 아빠 유니폼에 있는 12번 번호까지 기억해서 그렸다. ^^


2015년 8월- "주리 이모 집에 갔어요"

집 대문의 까만 손잡이, 집 올라가는 계단 두칸, 이모집에 있는 접히는 의자 두개, 딱지가 들어있는 봉지, 

까만 고양이와 돌맹이 등... 주희이모 집 묘사한 디테일이 깨알같다. 



2015년 8월- "다유랑 분수대가서 놀았어요"

다유네 집에 놀러가서 바닥분수서 놀던 비오던 날..  물이 나오는 구멍이 인상적이었나보다. ㅋㅋ 


그밖에 그림들... (언제 그린지 모름)

 (1) 아빠,수현이랑 케리비안베이 (나랑 수빈이는 집)             (2) "소정이 누나 집에 가서 붕끽했어요"       

    물이 찰랑거리는 모습을 저렇게 표현한 게 재밌다.          저 길다란 베게 위에 올라타서 차처럼 '붕~'하고 가다가                                                                           '끽~'하고 서는 놀이라서 '붕끽' ㅋㅋ 


(3) "아빠랑 뽑기 했어요"                                      (4) "교회 갔어요"

뽑기 계속하겠다고 떼서서 아빠가 화난 듯?                                                           


         (5) "애버랜드 갔어요"                             (4) "아빠랑 이수현이랑 같이 딱지했어요"

     이 그림을 그렸던 달에 에버랜드 갔던 적이 없었는데, 이상해서 물어보니 친구들한테 자랑하고 싶었다고..ㅋ 

           거짓말한 거라며 혼남.. (그림은 교회같다.)


수민이 그림을 보면 대부분이 경험에서 나온다.

특히 하루종일 했던 많은 일 중 한 가지씩 포착해서 그림을 그리는데, 거기서 수민이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남들이 (아빠도) 발견하지 못할 디테일들을 발견하면 너무 재밌다. 미술심리치료에 대해 모르지만 느낌으로는 수민이 마음도 건강해 보인다.


삼형제 다른 개성이 그림으로 어떻게 표현이 될까?

수현이는 아직 줄긋기와 색칠하기만 하고, 수빈이는 이렇게 그리려면 4년이나 기다려야 하지만, 나중에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그때까지 형들 그림 차곡차곡 모아놔야지. ^^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