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키우는데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세 아이의 서로 다른 욕구를 동시에 맞춰주기가 힘들다는 거다.
2주 전, 금 토요일은 나의 한계를 시험한 고난의 연속이었다.
금요일에는 수빈이가 곤하게 잠들어서 그대로 두고 수현이를 데리러 갔다 왔다. 보통 수현이랑 기분 좋게 달려오면 딱 5분 걸리는데 이 날은 달랐다. 하원할 때 수현이 쉬가 마려운 듯 발을 동동 구르길래, 쉬하고 갈까? 그 한 마디에 기분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대로 집에 안 가겠다고 운다.
아기가 집에 있어서 나는 좌불안석이라 일단 데려가자는 마음으로 아무리 타이르고 원하는 것 다 해주겠다고 구슬려도 소용이 없다. 선생님도 옆에서 설득을 하는데도 요지부동이다. 어린이집 현관에서 30분이 흘렀다. 안되겠어서 내가 억지로 안아서 데리고 나가갔더니, 발버둥을 치며 땅에 내려와 악 소리를 내며 어린이집 안으로 도망간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애를 납치하는 줄 알았을 듯...
안되겠어서 집에서 수빈이를 데리고 오기로 하고 혼자 집으로 왔다. 아기는 다행히 그대로 잘 자고 있었다. 유모차에 태워 데리고 오려고 유모차만 밀고 달려왔는데 아직도 안가겠다고 운다. 결국 선생님이 안아서 집 현관까지 데려다 주셨다... 이런...
그런데 집에서는 더 난리.
선생님이 가시자마자 선생님 따라 가겠다고 악을 쓰고 울면서 문 열고 뛰쳐나가기를 두 차례... 애가 너무 흥분상태라 손과 발을 붙잡고 제압하는데, 그대로 쉬를 해버려서 순식간에 내 바지도 다 젖었다. 씻자고 해도 싫다고 울고... 집에서 한 시간은 더 운 것 같다. 울음 소리의 강도를 1~10까지 매긴다면 9~10의 수준으로 계속 울었다. 난 땀이 잘 안 나는 체질인데 머리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분석을 해보자면 수현이는 아직 밤에도 실수를 자주 하는 편이고 그래서 그런지 쉬하는 것에 굉장히 자존심을 세운다. 딱 하원할 때 쉬가 마려웠고, 또 낮잠을 안자서 피곤했고,
또 이 날은 내가 일한다고 수빈이를 365어린이집에 3시간을 맡겼었는데, 수빈이랑 너무 재밌게 놀았는데 수빈이만 먼저 데리고 갔다고 화가나고,
그리고 수현이는 조금만 혼내도 굉장히 감정적으로 예민하게 반응한다. 표정을 조금만 굳혀도 엄마 화난 것 같다며 우는 수현이... 그래서 혼이 나도 금새 회복이 되는 수민이와 비교하면 내가 둘을 엄청 차별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런 수현이인데 전 날 수빈이가 자기 장난감을 가져가려고 한다며 주먹으로 때리고 할퀴길래 혼이 났었다. 그 기억이 있어서 집에 안 간다고 울었는데, 여러가지 상황에 짜증이 극대화된 것 같다.
육아 6년만에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너무 극한 상황이 되니 화도 안났다. 울음이 조금 사그러졌을 때 속상했겠다며 이야기 했더니 엄마가 화난 줄알고 무서워서 그랬다며 운다. (어린이집에서 내가 동생 데리러 집에 혼자 간다고 할 때인 듯) 어휴... 그런데 달랜 후에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멀쩡해져서 애교부리고 있다는... 너무 당황스럽다.
다음 날은 어린이집 전시가 있던 날, 남편은 오후에 출근을 해야 하고, 수민이는 제발 태권도 가게 해달라고 사정을 했다. 토요일은 태권도장에서 차량운행을 안해서 직접 데리고 왔다갔다 해야해서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야 했다.
일단 남편과 어린이집에 10시부터 아이들 활동한 것 구경하고 놀이를 하고는 수민, 수현이를 태권도장에 데려다 줬다. 애들 둘은 거기서 피자를 먹고, (이 날은 태권도에서 생일파티 하는 날) 우리는 근처에서 밥을 먹었다.
그런데 한 시간 뒤에 아이들을 데리러 갔더니, 생일파티 끝나고 게임을 하는데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수민이는 안 가겠다고 운다. 동생들 있으니 다시 데리러 올 수가 없다고 겨우 건물 밖으로 데리고 나왔더니 쪼그려 앉아서 눈물을 흘린다. 수빈이는 이미 아빠랑 집에 가있는 상황이고 수현이는 집에 가겠다고 하고... 그런데 수민이를 억지로 집에 데리고 가려면 서로 고문인 것 같아서 일단 수민이를 태권도장에 보내고 수현이랑 집으로 왔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남편은 회사에 가고, 수민이를 데리러 갈 시간은 금새 코 앞으로 다가왔다.
수빈이는 푹 잠들어 있고, 수현이는 티비를 보겠다고 안 나간다고 하고...
어떻게 해야되나? 갈등하다가 수현이한테 엄마 금방 돌아올테니 티비보고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하고는 태권도장까지 뛰었다. 딱 도착했더니 태권도장에서 아이들이 뛰쳐나온다.
수민이를 재촉해 집으로 달려 왔다. 혹시 우리 애들 울음소리가 들릴까봐 100미터 전부터 온 정신이 귀에 집중했다. 흡사 소머즈가 된 듯... 모든 소리를 다 잡아낸다. 다른 집 아이 울음소리가 들릴라치면 등줄기가 오싹해진다.
집 도착까지 딱 15분 걸렸고, 집은 내가 나갈 떄 그대로 평화로웠다.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내가 태권도장에 1분만 늦었어도 수민이 혼자 나갈 수도 있었겠다 싶어 아찔하다. 아이 둘은 집에 있는데 수민이와 엇갈려서 잃어버릴 최악의 상황은 생각하기도 싫다...
같은 주에는 친정엄마한테 왠지 서운한 감정도 생겨서 더 힘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 가는 친정집 방문이 우리가 불청객이 된 것 같고, 내가 살아있을 때 부려먹으라던 엄마의 가시돋힌 말이 가슴에 남아 일주일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엄마도 힘들어서 그렇겠지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는 지금이 제일 힘든데 좀 도와주지 싶은 마음에 옛날 생각도 났다.
다운증후군 남동생에 매달려 우리는 거의 신경을 못 써주던 엄마와 어릴 때 학교에서 돌아오면 항상 빈 집이었던 허탈함까지 다가와 서운한 감정이 증폭되어만 갔다. 엄마 인생도 있는 건데 언제까지 엄마한테 기댈꺼냐며 나를 탓해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서운한 감정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이틀의 쓰나미를 겪고 나니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커서 '엄마 그떄는 그랬잖아..' 하면서 서운해 하면 나는 오히려 화가 날 것 같다. 나는 최선을 다해 키웠는데 너네 비유를 다 맞춰줄 수는 없잖니? 하면서...
우리 엄마도 정말 힘든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우리를 사랑하며 키우셨을 텐데...
아이들을 키우는 경험이 나의 엄마름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내가 일주일간 연락을 안했더니 딸 달래러 수요일 아침 우리집으로 찾아온 우리 엄마, 삐졌다는 딸 때문에 가슴이 시렸다던 우리 엄마... 에휴... 내가 왜 그랬을까.
이렇게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만 해도 부족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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