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5. 9. 18. 15:35

세 아이는 서로 다르다. 

성격과 매력이 다르고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잘 하는 것, 못하는 것도 다르다. 그래서 아이가 하나만 있었을 때보다 엄마로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야가 확실히 넓어짐을 느낀다

 

최근 수빈이는 37.1~37.8도 사이의 미열이 몇 주째 계속 있었다. 왜 그런지 소변 검사도 해보고, 피 검사도 했는데, 피 검사 결과 철분이 부족하다고 했다. 철분이 부족하면 미열이 있을 수 있다고 해서 요즘 신경써서 먹이고 철분제와 안 사던 영양제까지 사서 먹이고 있다. 내가 잘 먹이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 미안하고 죄책감이 많이 든다. 마음이 너무 무거웠는데 한편으로는 수민, 수현이는 이런 적이 없고 지금까지 잘 안아프고 잘 컸는데... 하면서 스스로 위안하고 있다. 


이번 일 외에도 수민이 하나만 있었더라면, 수민이가 고기 편식을 할 때마다 내가 채소 음식을 잘 못해줘서 그런게 아닐까 싶었을 테고...(수현이는 고기를 잘 안 먹고 야채를 좋아한다) 

또 아이가 어딘가 아프거나 행동발달이 느리면 내가 뭔가 잘 못 하고 있는게 아닐까.. 항상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셋이 있으니 이런 아이도 있고, 이런 아이도 있구나... 하면서 유연성이 커진달까.


요즘 어린이집 상담기간이라 며칠 전 수민,수현 어린이집 선생님을 만나고 왔다. 

내가 내 아이를 제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아이들에게는 나에게 안 보이는 다른 면들이 있기 마련이다.

상담을 통해 또래 집단이나 선생님과의 관계를 전해 들으니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던 두 아이의 성향 차이를 확실히 깨달았다.


예전부터 수현이 선생님은 수현이가 여자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셨다. 왜 그런걸까? 궁금했는데 선생님과 이야기 해보니, 답이 나왔다. 남자 아이들은 싸움놀이 등 활동적인 놀이를 좋아하는데, 수현이는 물론 그런 놀이도 좋아하지만 다른 남자 친구들이랑 다르게 여자 친구들이랑 소꿉놀이나 병원놀이 등 역할놀이를 잘 한다고 하셨다. 여자 친구들은 대화가 통하는 남자 친구가 있으니 좋았나보다.

 

반면에 수민이 선생님은 수민이가 놀 때 주변에 여자친구들이 있는 경우를 거의 못 봤다고 하신다. 항상 남자친구들이랑 어울린다고... 집에서는 형제끼리 어울려 노는 모습만 보기 때문에 잘 몰랐던 부분이다.


생각해보니 수민이가 교회를 가기 싫어하는 이유가 그거였다. 어린이집에서는 잘 한다던 율동을 예배시간에는 항상 구석에 귀찮다는 듯 앉아서 바라보기만 하던 이유가 이거였구나... 태권도에는 혼자 다니면서 형들도 잘 사귀던 수민이가 5년째 다니고 있는 교회를 왜 항상 가기 싫어하는 지가 고민이었는데, 교회에는 6살 친구들이 거의 여자친구들이라 그런 거였다. 여자친구들과 공감대 형성이 잘 안되서 잘 끼어 놀지 못했나보다.


한편 수현이는 감성적이고 세심한 성격이다. 

뭔가 작은 부분이 바뀌는 것도 쉽게 알아채고, (어린이집 하원할 때 신발을 바꿔 신고 가면 왜 신발이 바뀌었냐고 묻고, 여자 친구들이 예쁜 모자나 치마를 입고 오면 누구 예쁘지~ 하면서 이야기 한다) 

내가 조금만 화난 표정을 지어도, "엄마 화난 거 같아..." 하면서 우는 수현이 떄문에 유난히 수현이는 혼을 못내고 꾹꾹 눌러담는 일이 많다. 작은 표정이나 말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그래도 화를 낼 때면, 수현이는 울면서도 "엄마 사랑해요... 엄마 사랑해요..." 하면서 운다. 

수민이가 무뚝뚝한 거에 비해 수현이는 애교도 많다. 어린이집에서 새로운 동요를 배워오면, "엄마 이 노래 알아?" 하면서 노래를 불러주고, "엄마 찐~하게 뽀뽀해줄까?" 하면서 뽀뽀도 잘 해준다. 

세 아이들 중에서도 매력이 철철 넘치는 수현이...


수현이가 노래부르는 모습 (2015-8-26)


막내 수빈이는 더 커봐야 성격이 드러나겠지만, 한마디로 정의하면 조용한 장난꾸러기다. 

울음이 거의 없고 짧다. 넘어져도 우는 일이 없고, 조금 다쳐도 두 번 크게 소리내서 울고 끝이고 겁도 없다. 경사가 높은 미끄럼틀이도 거꾸로 올라가서 잘 타고, 바다에 처음 들어가던 날도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고, 심지어 병원에서 피검사 한다고 피를 뽑을 때도 울기는 커녕 찡찡거리지도 않는다. 


같은 뱃 속에서 태어나 같은 부모 아래에서 함께 자라는데도 이렇게 다르다.

한 명에게서 완벽함을 기대하는 것보다, 셋이라 키우기는 조금 힘들더라도 이렇게 서로 다르고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주니 좋다.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관대해지는 부분이 있고 그런 면에서 스티레스가 적은 것 같다. 

셋이라 더 마음이 벅차고 뿌듯한 일도 많다.


아빠랑 셋이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다가, 탁자에 부딪혀 이마가 살짝 찢어져 돌아옴..

엄살 심한 수민이 형이 소독하는데 따갑다고 울자 두 동생이 따라 운다.

기분 좋은 아침 등원 길..

엄마 손은 뿌리치고 형들 손 잡고 가려고 하는 수빈이와 잘 돌봐주는 의젓한 큰 형


아이들도 형제들이 있어서 사랑을 독차지 하지 못하고 매일같이 싸우면서 속상해 하는 모습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자라면서 서로 의지가 되고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