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특별한 날2015. 10. 20. 14:44

어린이집 학기 초에 학부모 재능기부 수업 참여에 관한 공문이 왔다. 

학부모가 아이 반에서 1시간동안 수업을 하는 건데, 나는 뭔가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들면 수민이 친구 아빠는 특공무술 관장님인데 그 정도면 아이들과 재밌게 놀아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몇 달 전에 수현이네 반 재능기부 수업을 했던 사진을 봤는데, 주제는 바로... 유부초밥 만들기!

내가 너무 어렵게 생각했었나보다. 하긴 아이들 수준으로 놀아주는데 무슨 특별한 재능보다야 마음만 있으면 가능할 것 같다. 다른 부모님들도 나처럼 어렵게 생각했는지, 선생님께 여쭤보니 그 뒤로 신청한 사람이 없었다고 하셨다.


수민, 수현이도 엄마아빠가 어린이집에 와서 선생님이 되어 수업하면 재미있어 할 것 같고, 기도 살 것 같고... 이런 마음도 있었지만, 은근히 나도 입시 때 교대를 세 군데나 썼을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을 꿈으로 생각했었기 때문에... 한 번 해보고 싶었다.

남편에게 우리 수민, 수현이네 한 반씩 맡아서 해볼까? 했더니, 흔쾌히 하겠다고 하더니 결국 일이 생겨서 못 하게 됐다. 어쩐지 이렇게 될 것 같더라...


어쨌든 하겠다고 하긴 했는데, 막상 1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 지 고민이 많았다.

주제를 뭘로 할까? 뭘 해야되지?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재미있어할까?

그러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주제는 '장수풍뎅이'


"내가 수민이 엄마인거 아는 사람?"                                                저요! 저요!            

먼저, 우리 집에서 장수풍뎅이 키우던 사진을 순서대로 정리한걸 보여줬다.

애벌래가 성충으로 변태했을 때 놀랐던 이야기하는 중~

다행히 재밌게 들어주고 있다 ♡

장수풍뎅이 책으로 다시 한번 알에서 성충으로 변화하는 과정 설명~

집에서 가져간 애벌레 두마리 만져보기~

장수풍뎅이 다리가 몇 개일까? 저요! 저요! 네 개요! ^^

장수풍뎅이는 이렇게 날개가 두쌍이고 다리가 여섯개야~

장수풍뎅이 이렇게 만들어보자~

      완성된 장수풍뎅이... 전날 급하게 만들었지만 나름 고민한 결과물.. ㅋ    


재능기부수업하기로 한 다음부터 몇 달 동안 어떻게 해야되나 고민이 많았었다. 그런데 참여수업 날짜는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어느새다음날이 되었다. 


하루 전날,

급하게 도서관에 장수풍뎅이 책을 상호대차 신청해서 겨우 받았고, 

준비물로 빵끈을 사러 갔다가 수현이가 또봇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쓰는 바람에 한 시간 동안 애를 먹었고,

장수풍뎅이 사진모아 정리하고,

빨대가 부족해서 퇴근하던 남편한테 스벅에 가서 공수좀 해달라고 부탁하고,

샘플 장수풍뎅이 눈도 없어서 집에 애들이 만들어 놓은 문어 눈 떼어냈고. ㅋㅋ

남편 도움을 받아 새벽1시까지 빨대랑 종이컵을 잘라 만들기 재료를 준비했다... 


심지어 사진 보여주고 책 읽어주는 것도 수민, 수현 앞에서 프리젠이션도 했다. 끝나고 수민이가 

"그렇게 하면 되겠어" 한다. ㅋㅋㅋㅋ


아.. 한 시간 수업하는데 너무 준비가 많이 필요했다. 

다음날 수빈이도 친정엄마한테 부탁을 해야했고... 


여러가지 어려움 속에서 했는데, 준비를 잘 해서 그래도 기대 이상으로 좋은 시간이었다. 

장수풍뎅이 만든 것도 애들이 유치하다고 할까봐 내심 걱정했는데, 의외로 아이들은 너무 착하고 순수했다. 자기가 만든 장수풍뎅이를 보며 "아~ 귀여워" "나는 집에 가져가서 키울거야" 한다. ㅋㅋ

선생님도 너무 유익하고 좋은 시간이었다며 만족해하심... 나중에 또 부탁드리고 싶다고 하셨는데, 당분간은 힘들 것 같다. 

아... 너무 신경을 많이 썼나봐... 힘들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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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