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특별한 날2015. 11. 7. 01:01

9월 초에 구청에 주차를 하러 갔다가 엘레베이터에서 UCC 공모전 포스터를 발견하고는, 한 번 내보기로 했다.



평소 우리 구는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작은도서관들이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과거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찍은 사진들을 정리해서 영상을 만들었다.



일주일 간 애써서 고퀄리티로 만들었는데, 은상을 받았다. 은상은 30만원... 솔직히 말하면 내 성에 차지는 않았다.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나? 대상과 은상의 영상을 보니 심사하신 분들은 이곳 저곳을 발품을 팔아서 찍은 영상을 좋아한 것 같다. 그래도 상 주는 게 어디인가.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구청장님도 만나보고.. ㅋㅋ 



그리고 구 영상을 제출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수민이네 어린이집에서 참가한 구 행사가 있어서 구청에 갔다가 이번에도 역시 우연히 발견했다. 구청 구석에 붙어 있던 걸 남편이 "저거 해봐" 하면서 나를 불렀는데, 나는 보는 순간 '이건 나를 위해서 만든 공모전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운명의 만남이었달까... ㅋㅋ



구청 UCC는 아이들 몇 년간 도서관 다녔던 사진으로 컨셉만 있었다면, 이번에는 내용을 담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이건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이번엔 기술적인 것보다는 나의 진심을 담기 위해서 내용을 구성하고, 고쳤다.



새벽에 잠자다가도 좋은 문구가 생각나면 벌떡 일어나 메모를 하고 잔 적도 있다. 결혼하던 해부터 6년 간의 수많은 사진을 뒤져서 고르고 또 골랐다. 내용이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1분 이내 영상으로 제출해야해서 아까운 내용을 잘라내고 속도를 빨리해서 돌리고 또 수정하길 몇 차례... 

딱 일주일 걸렸는데, 그 주가 지난 블로그에 올렸던 힘들었던 주였다. 남편은 야근하고 11시 넘게 들어와서 나를 보고 너무 컴퓨터에만 매달려 있다고 그럴꺼면 하지말라며 가시돋힌 말을 뱉었다. 애들 다 재워놓고, 내가 내 잠 쪼개서 하는 건데 왜? 남편한테도 화가 나기도 했고, 이러면서 내가 이 영상을 왜 만들고 있나 혼란스럽기도 했다.


이런 저런 상황 속에서 힘들게 마감일에 겨우 맞춰 제출했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만드는 내내 뭔가 1등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구청 UCC처럼 설레발이었으면 어쩌지? 구청 시상한 날이 수요일이었고, 시청 발표가 같은 주 금요일는데, 어쩐지 한번 실망한 이후로 의기소침해져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까봐 걱정이 됐다.


어제가 발표하는 날. 

나도 아이들도 늦잠을 자고, 오늘 따라 세 아이가 번갈아가면서 똥을 싸는 바람에 다같이 지각... 그 와중에 발표했나 궁금해서 폰으로 검색을 하다가 못 찾았는데, 어린이집 가는 길에 시청에서 전화가 왔다. ('후후' 앱으로 모르는 번호는 출처가 뜸)

아, 되긴 됐구나! 기대감에 전화를 받았는데, 입선하셔서 연락을 드렸다고 했다. 

'입선? 제일 낮은 상?' 나도 모르게 거대한 실망감이 몰려왔다. 그런데 바로 뒤에 "그런데 최우수로 입선을 하셨어요." 라고 했다. 최우수요? 와~ 감사합니다! 

나의 전후 목소리톤이 너무 달라서 나의 속마음이 들켰을 지도.. 하지만 상관없었다. 

꺅~~~!! 공중에 붕 뜬 느낌이었다. 너무 좋았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수빈이와 길가에 서서 결과를 확인했다.


(http://mediahub.seoul.go.kr/award/931064)


나도 모르게 나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굉장이 큰가보다. 아님 날 너무 과신하는 걸까? 아니면 상금 때문에? 치열하게 살아온 것에 대한 보상심리인가?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무엇 때문에 내가 이 상이 이렇게 간절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나는 유난히 성취욕이 강한 편인데, 이걸로 스스로를 테스트한 것 같다. 이 영상은 지난 7년간 내가 매달려있던 육아와 일의 집약체였기 때문에...  


어쨌든 좋은 소식 덕분에 하루종일 구름에 탄 기분이었다. 보람되고 보람되도다... 

시상하면 시장님도 만날 수 있는 건가? 기대된다. ^^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