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빈이가 우리나라 나이로 세 살이 되니 말귀를 어느정도 잘 알아듣는다.
아이들에게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먹은 그릇은 설거지통에, 벗은 옷은 빨래통에 갖다 놓게 하고 있는데, 수빈이에게 시키면 무조건 쓰레기통 넣었는데 지금은 어느정도 구분을 해서 심부름을 한다. 아직 성공률이 100%는 아니지만...ㅋㅋ
어제는 저녁을 아빠 기다렸다가 같이 먹으려고 형들에게 "배고픈 사람!!" 하고 불렀다. 형들은 티비에 집중하느라 대답을 안하는데 수빈이가 오른쪽 팔을 들고 나를 쳐다본다. 순간 '쟤가 왜 저러고 있지?' 했는데, 내가 배고픈 사람 불러서 손 든 거였다. ㅋㅋㅋ 그 뜻을 정확히 알아서 나를 보며 밥 내놓으라고 손가락으로 주방을 가리키며 강력하게 어필한다.
수민이가 또래에 비해 조금 늦은 편이었던데 비해 동생들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눈치도 행동 발달도 확연히 빨라짐을 느낀다. 아무래도 형이 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하면서 배우는 영향이 큰 것 같다.
형이 책을 보면 따라서 책을 읽고,
수현이가 전등 스위치에 키가 닿지 않자, 토마스기차를 디딤돌 삼아 불을 켰더니 그새 수빈이가 쫒아와서 따라한다.
(동생 넘어질까봐 받쳐주고 있는 수현이...♡)
"나 발이 이정도까지 올라가요"
수현이가 색칠하고 있었더니 수빈이가 또 자기가 하겠다고 뺏고 방해를 한다.
둘째는 동생 피해 벽에가서 색칠을 하고, 수빈이에게 아무 종이나 줬더니 같이 벽에 붙어서 따라하고 있음..
그리고 수현이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 이름을 써서 나에게 보여주었다.
손에 힘이 없어 꼬불꼬불 그림 수준이지만... 큰 아이 6살 때 어린이집 상담에서 친구들은 다 자기 이름을 쓸 줄 아는데 수민이는 못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그에 비하면 놀라운 발전이다.
하지만 내 아이 셋만 비교대상으로 삼아 빨라졌다고 생각하는 거지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도 빠르다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빠른 게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오늘은 수빈이 어린이집 입소서류때문에 영유아 건강검진을 다녀왔는데, 수빈이가 또래에 비해 말이 많이 늦는다고 했다. 나는 수빈이가 빠른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ㅋ
하지만 수빈이는 아직 두 돌도 지나지 않았고, 형들이 두 돌이 한참 지나서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는데도 지금은 말을 너무나 잘한다. 자기 의사표현도 다 하고 말귀를 알아듣는 걸 보면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다. 병원에서는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지만 이제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다.
이런 게 셋 키우면서 생긴 여유인 것 같다. 수민이 때만 해도 또래보다 조금 늦다고 하면 조바심이 나고 걱정이 됐었는데 지금은 다 자기 속도에 맞춰 성장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그래서 그런지 셋을 키우는 게 남들 생각보다는 힘들지 않다. 물론 이제 막내가 어느정도 컸으니 하는 소리지만.ㅋ
어떤 면에서는 1타 3피인 것 같은 느낌도 드니.. ㅎㅎ
알아서 잘 자라주는 아이들에게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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