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수현이에게는 아주 특별한 매력이 있다.
어느 날은 수현이가 과자 두 개를 양손에 가지고 있길래, 엄마에게 주는지 안 주는지 보려고 하나 주면 안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너무 쉽게 준다. 순간 장난기가 발동해서 나에게 주지 않은 오른 손에 있는 과자를 주면 안 되냐고 다시 물었다. 양손에 쥐어진 건 똑같이 생긴 과자인데, 내가 그걸 먹고 싶어하자 수현이도 갑자기 그게 좋아보이기 시작했다. 잠시 고민을 하더니, 어떤 거 먹고 싶냐고 나에게 다시 묻는다. 그래서 오른 손에 있는 거 먹고 싶다고 했더니, 왼 손에 있는 걸 주면서 "원래 반대로 주는 거야" 하면서 웃는다. 그래도 내가 그래도 오른 손에 있는 걸 먹고 싶다고 했더니... 수현이는 엄청난 고민에 빠졌다.
그러더니...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 이거 한 번, 이거 한 번씩 먹기. 어때?"
자기 나름대로의 평화적인 해결방법을 찾았다. 솔로몬의 지혜를 보는 듯 했음... ㅋㅋㅋ
'그럼 이렇게 하는게 어떨까?' 라니... 수현이의 귀여운 목소리로 들으면 얼마나 예쁜지...!
수현이의 "이렇게 하면 어떠까~?"
말도 예쁘게 하는데다, 수현이는 다른아이와 똑같은 행동을 해도 그 움직임이 특별히 더 귀여워 보이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어제는 내가 아이들이랑 노느라 팽이를 돌리는데, 팽이를 날리다가 오른 팔로 수현이 뒤통수를 세개 쳤다. 아뿔사.. 울기 시작할까봐 조마조마해 하며 미안하다고 사과했더니, 수현이가 아픔을 넘기고 나서
"엄마, 내가 더 미안해. 엄마 팽이 돌리는데 내가 앞에 있었잖아. 그래서 미안해." 라고 했다....
헐... 이런 생각을 어떻게 다섯 살 아이가 할 수 있는거지? 도대체 이런 아이가 어디서 나왔을까?! ♡.♡
하지만 어떻게 좋은 점만 있으랴...
언젠가부터 수현이는 밤에 쉬를 가리지 못하고 있다. 2돌 넘어가면서 분명 기저귀를 잘 뗐던 것 같은데, 그 언젠가가 수빈이가 태어난 이후였던 것 같다. 기저귀 떼는 연습 한다고 기저귀를 안 채우고 잤는데, 매일 밤 이불에 쉬를 했다. 쉬를 하면 차갑고 찝찝해서 깨겠지 했는데, 이 아이는 쉬를 한 채로 아침까지 그대로 잔다. 거의 반 년 정도 매일 쉬한 이불 빨래를 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반 년 전부터는 밤에도 기저귀를 채우기 시작했다.
야뇨증을 검색해보니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경우가 많고, 방광기능이 약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수현이에게 스트레스라...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우리는 부모로서 더이상 어떻게 더 잘해줄까 싶을 정도로 잘 해준다. 동생과 형 사이에 껴서 생기는 스트레스는 어쩔 수가 없고... 이 정도 스트레스도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나?
그래서 방광기능이 약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었다. 실제로 형제들과 놀면서 갑자기 나오는 쉬를 참지 못하고 그대로 쉬를 해버리곤 한다. 어린이집에 가려고 집을 나서는데 형이 간지럼을 태우다가 잠바가 다 젖게 쉬를 한 적도 있다. 멀리 기억할 것도 없이 오늘도 수빈이를 피해 도망다니다가 갑자기 방바닥에 쉬바다를 만들었다.
언젠간 고쳐는 지겠지만은 이대로 막연히 방치할 수만은 없어서 한의원에 갔다.
그런데 맥을 짚어본 한의사는 수현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수현이가 스트레스를?? 그 뒤로 수현이의 감정 상태를 분석해봤다.
사실 수현이는 감정적으로 예민한 부분이 있다. 기분 좋을 떄는 너무 사랑스럽고 예쁜데, 한 번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옆에서 아무리 달래줘도 기분 좋은 상태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 결국 달래주던 사람의 성질을 있는 대로 긁어서 결국 화를 내게 만드는 상황이 생긴다.
예를들면 외출하려고 할 때, 양말을 신으라고 하면 안 신는다고 떼쓰고, 그럼 신지 말라고 하면 신는다고 울고, 그럼 신으라고 하면 안 신는다고 울고... (무한반복)
이 상황을 분석해보면 수현이는 외출하고 싶지 않아서 양말을 신고 싶지 않은데, 신지 않으면 엄마가 화를 내니 신긴 신어야 겠고, 또 신으려니 신기는 싫고... 이런 상황인거다.
왜 이러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문제는 수현이가 착하다는 데 있는 것 같다.
맛있는 간식이 있으면 형은 절대로 나눠주지 않는데, 수현이는 조그만 곰돌이 젤리 하나도 반으로 나눠준다. 할머니집에 갔다가 할머니한테 자기 목도리를 주면서 "할머니 추우니까 이거 쓰세요. 우리 집에 가면 또 있어요." 라고 말하는 수현이...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가 굉장히 크달까?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수민이처럼 먹고 싶은 것 혼자 먹으면 스트레스가 덜 할텐데, 수현이는 자기가 먹고 싶은 욕구보다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주는 게 더 좋은가보다. 그래서 상대방의 기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어쨌든 성격이야 내가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엄마가 기분이 좋으면 수현이 상태도 좋으니 내가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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