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6. 3. 20. 20:14

가끔 나는 아이들이 말을 안 들을 때마다 아들만 있는 엄마의 비애(?)를 느낀다.

아이들이 말을 안 듣는 다는 건 나의 말을 거역하기 위한 것은 아니고, 자기들이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느라 무의식 중에 내가 하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걸 말한다.


예를 들면 눈이 많이 오던 날 지하주차장에서 '눈이 녹았으니 미끄럽다' '뛰지 말아라' 몇 번을 당부했는데, 수민이가 금새 잊어버리고 뛰다가 주르륵 미끄러진다. 이럴 땐 화내기도 짜증이 나서 눈빛으로 쏘아본다. 

항상 이런 식이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잘 놀다가도 장난이 점점 심해지다가 누군가 한 명이 울음이 터뜨리는 패턴이 반복된다. 

하도 반복되니 이젠 왠만한 울음소리에는 놀랍지도 않다. 그런데 어느 날은 저녁 후에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터진 수빈이 울음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방으로 뛰어들어갔더니 수빈이 오른쪽 콧구멍에서 새빨간 코피가 주르륵 흐르고 있다. 침대에서 셋이 뛰어놀다가 수민이 머리로 수빈이 코를 들이 받았던 것... 일단 흐르는 코피를 닦고 지혈을 시키면서 두 형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니까 그만 하랬잖아!!!" 

놀아주다가 그런건 줄 알지만 이 상황을 초래한 수민, 수현이한테 손을 들고 있으라고 벌을 세웠더니, 벌 서는 와중에도 깔깔거리고 난리다.


이 녀석들을 어떻게 키워야 되나?


차가 다니는 길에서 까불까불 거리며 뛰어다니면 나도 모르게 "이자식이!!!" 이런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온다. 이럴 때마다 사람들이 나에게 "애들한테 소리 안지르죠?" 라고 물어보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사실은 내가 이렇답니다...ㅋ


나처럼 아들 셋 있는 매제의 누나집은 어떤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우리 집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사돈 집은 애들 군기를 확실히 잡아서 엄마가 한 번 소리지르면 아이들이 바로 말을 듣는다고... 


내가 아무리 소리를 지른다고 해도 혼을 내는 데도 저렇게 장난을 치는 걸 보면 우리집이 자유로운 분위기인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이 장난꾸러기들이 내 통제 아래에 놓여지길 원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건 그 사이 사이 아이들 덕분에 깔깔 거리고 웃는 시간이 꼭 생긴 다는 거..

혼을 내다가도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진다. 그러니 내가 벌서는 아이들한테 누가 웃으래? 해도 소용이 없다. "엄마도 웃었잖아~?"


태권도 시범 보이는 형 따라하는 수빈이가 웃기고,

스티커 책에 김밥 재료를 붙이다가는

스티커를 팔목에 붙여 화살과 총이라고 싸움 놀이를 하다가 

이번엔 눈썹에 붙여서 그게 웃기다고 깔깔대며 노는 것도 귀엽다.

수빈이가 혼자 걸어가려고 하자 수현이가 따라가서 손을 잡는다.

차가 위험해서 형아 손을 잡아야 된다며.. ㅋㅋ

           동생을 웃기기 위해 얼굴 망가뜨리며↑         "뚜뚜뚜밥빠~" 노래 흥얼거리며 혼자 손 씻는 수현이

             최선을 다하는 수현이ㅋㅋ                                  똥꼬에 팬티가 낀 엉덩이도 귀엽고,

                                                                           마냥 좋은 수빈이도 웃기다.

수민이가 어린이집에서 요괴워치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자기가 요괴메달을 나눠주기로 약속했다며...

어린이집에 장난감을 가져가면 안되니까 봉투에 넣으라고 했더니 봉투에 저렇게 편지도 썼다.

"시우야 이거 밥고(받고) 나랑 친하개 지내자 수민이가"

"현수야 선물이야 이거받고 잘 지내자 수민이가"


같은 성의 또래 아이들이라 오히려 키우기 쉬운 점도 있고, 둘이 아니고 셋이라 더 좋은 점도 많다. 둘이 있으면 서로가 경쟁상대가 될 수도 있는데, 셋이라 그런지 서로 미워하는 마음이 거의 없다. (물론 이건 집집마다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수민이는 한 밤 중에 쉬가 마렵다고 화장실에 가는 동생이 무서워할까봐 따라가서 불을 켜주기도 하고, 수민 수현이에게 스스로 얼굴에 로션바르고 오라고 했더니 서로 손바닥에 로션을 짜고는 서로의 얼굴에 문질러 주기도 하고... 


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이 있을까... 시간을 잡고 싶지만 그래도 앞으로 더 재미있는 시간이 더 많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니 또 기대도 된다. 


사이좋게 잘 자라라!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