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여행, 나들이2016. 8. 24. 11:53

보은할머니 생신을 맞아 가족 식사 약속이 보은에 일요일 점심에 잡혔다. 덕분에 우리 휴가는 계획보다 하루 일찍 시작했다. (교회도 못 가고ㅠ)


보은 작은아버지댁에 가면 젖소들을 볼 수 있어서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

소들에게 먹이도 주고, 송아지한테 우유도 주고, 젖짜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사람들에 부대끼지 않고 시간에쫒기지 않고 편안하게 관찰할 수 있다. 어떤 체험학습에 가도 이런 경험은 할 수 없을 꺼다. (소들이 낯선 사람이 있으면 겁을 먹어서 젖이 평소보다 안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개방이 어려울 수도) 


심지어 암탉이 낳은 알을 가져와 바로 계란후라이를 해서 먹기도 했다. 수민이는 그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나 보다. 수시로 닭장에 가서 알을 낳았는지 체크를 했다.


수현이는 예전에 와본 기억이 가물가물한데도 익숙해보였다. 가까이 가는 것도 무서워하지 않지도 않고 심지어 괜찮다며 송아지 입에 손가락을 넣어 쪽쪽 빨게 하기도 했다. (송아지는 우유가 안 나오자 다시는 빨지 않았지만 수현이는 간절하게 손가락을 내밀며 기다렸다)


소 혓바닥도 무섭지 않아~

소 젖이 모아지는 모습 구경- 신기해하는 수현이 눈썹...ㅋㅋ

(어느정도 통에 차면 진공상태가 되어 우유만 빨려 들어감)


청소도 열심히~

우리가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데도 무서워하지 않고 잘 다가가는 아이들/ 작은아버지께 바둑배우기~      

근처 강 기슭에서 물놀이도...


여기에 오면 장난감이 없어도 아이들은 참 잘 논다. 작은어머니가 농담으로 아이들에게 "엄마,아빠 가라고하고 너네만 여기서 세밤만 자고 갈래? 세 밤 자고 엄마가 데리러 오라고 할까?" 했더니 아이들은 반색하며 좋아했다. 

작은어머니가 허리가 아프신데, 우리가 있으면 아무래도 신경 쓰일 것 같아 우리는 하루 일찍 다음 일정으로 가기로 했는데, 수민 수현이는 여기서 세 밤 자고 가기로 했다며 안 가겠다고 운다. 아무리 더 재미있는 곳에 갈 거라고 이야기 해도 진정이 안된다. 정말 좋은가보다... 


보은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역시 아이들은 시골에 이렇게 풀어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휴가에서 돌아온 뒤에 서천 시골에 갔을 때, 아이들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논, 밭,산이 펼쳐져 있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었는데... (한 낮이라 덥기도 했겠지만) 아이들 관심의 차이는 살아있는 동물이 있느냐 없느냐였던 것 같다.


놀아본 사람이 놀 줄 안다고 도시에서 티비와 게임, 놀이터, 키즈카페에 길들여져있는 아이들이 여기서 뭘 하고 놀겠나... 무엇보다 문제는 아이들에게 자연을 소개시켜주고 싶은 나의 마음과 달리 내가 지천에 널려있는 식물들 이름을 모른다는 것이다. 

길가에 보라색, 흰색 꽃이 함께 피어 있었는데, 무슨 꽃이고 왜 색이 다르게 피는지 궁금했는데 설명해 줄 수가 없었다. 나중에 엄마한테 물어보니 도라지였고, 더 알아보니 꽃에 따라 도라지 종류가 달랐다. (흰꽃은 백도라지.. 꽃이 겹으로 되어 있으면 겹도라지)


알아야 아이들한테 설명을 해 줄 수 있을 텐데, 도시의 편안하고 깨끗한 삶에 익숙해져있는 나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동기가 생기니 관심도 생긴다. 


어쨌든 일주일의 휴가 중 첫번째 목적지를 뒤로 하고 다음 목적지- 서천으로 출발했다.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