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벼룩시장을 좋아한다.
일단 가면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득템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한 때 나는 어디서 어떤 벼룩시장을 하는 지에 대해서도 빠삭하게 알고 있었는데, 이런 저런 핑계로 일부러 찾아 가보지는 못했다. 실속있는 벼룩시장은 집에서 멀고, 좋은 물건을 찾으려면 일찍 나서야 하는데, 아이 셋을 채비하고 나오려면 이미 지각이기 때문에...
그런데 교회 집사님이 동네 아파트에서 녹색장터를 한다는 정보를 주셨다.
최근에 대학 선배가 TV에 나왔다고 해서 KBS 미니 다큐 <사람과 사람>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미니멀라이프에라는 주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볼 계기가 되었다. 특히 쓰지 않는 짐들(언젠간 쓰겠지 하고 보관하고 있으나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물건들)을 보관하기 위해서 큰 집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비합리적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달에 이사가기 전에 남편과 많이 버리고 가자고 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에 마음먹고 버릴 물건을 찾아 모았다.
팔 물건들을 찾아서 쌓아놓으니 큰 이마트 가방이 네 개나 됐다. 찾으면 찾을 수록 더 있겠지만 일단 처음이니 이 정도만...
다음 날 아침, 10시까지 아이 둘을 데리고 남편과 장터 장소에 나갔다.
돈 좋아하는 수민이 경제관념도 알 겸 같이 왔으면 좋았을텐데, 하필 이 날은 태권도에서 소풍가는 날이라 수민이가 빠졌다. 하지만 내가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팔아보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기 때문에 그냥 나온 것으로도 좋았다.
돗자리 두 개를 깔고 물건을 펼쳐 놓기 시작했다. 처음 물건을 꺼낼 때는 약간 부끄러운 마음도 있었다.
과연 사람들이 살까?
하지만 기우였다. 물건을 꺼내놓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몰려들어 불티나게 팔렸다. 우리 집에는 남편이 직장에서 가져온 판촉물들도 많았는데, 이런 새 상품들이 특히 잘 나갔다.
대부분 오백원~삼천원에 팔았고, 몇 가지 좋은 물건들은 오천원으로...
우리가 안 쓰는 물건을 돈을 받고 처분을 하는데다 필요한 사람들이 기분 좋게 사갈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
그런데 팔다 보니 사람이 욕심이 생긴다. 조금 더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마음이 자꾸 생겼다.
특히 남편이 오천원은 받아도 됐을 고급 수저세트 상자를 이천원에 팔면서 독서용 전등(새것)을 얹어서 주는 것을 목격하고, 남편을 나무랐다. "그렇게 싸게 팔면 어떻게 해!?" 그러자 사려고 했던 아주머니는 이미 남편이 말한 거니 그대로 달라며 가져가셨다. 남편은 엄청 큰 소방차 장난감도 이천원에 팔았다. 이것도 오천원에 팔아도 되는 거였는데...
어쩐지 찜찜한 마음이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이천원, 삼천원씩 더 받아서 뭘 하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날 우리가 번 오만원에서 2~3만원 더 생긴다고 해서 내 인생이 얼마나 달라질 것인가.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팍팍하게 구는 걸까.
눈 앞의 작은 이익을 쫒으며 살다가 얼마나 많은 것을 잃고 살고 있는 건가?
*눈앞의 작은 이익: 2~3천원
*내가 지금 잃고 있는 것: 사주는 사람에 대한 감사, 상대방이 나의 물건을 싸게 샀을 때 얻는 기쁨,
필요 없는 물건을 처분하고 돈을 버는 재미
평소 스스로 돈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도 이렇다. 벼룩시장에 갔다가 진지하게 자아성찰을 하고 왔다. ㅋ
한 시간 동안 열심히 팔고, 남은 물건은 싸게 더 싸게~ 다른 물건도 얹어서 팔아서 대부분을 처분했다.
이 날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앞세워 안쓰는 장난감을 팔러 나온 집들도 많았다. 수현이는 그동안 그렇게 사고 싶었던 요괴워치(시계 비슷한 장난감)를 5천원에 득템했고, 나는 못 온 수민이를 위해 포켓몬스터 카드 10장에 백원을 12묶음을 샀다.
수현이는 며칠 동안 잘 때도 요괴워치를 차고 잤고, 뜻밖의 선물을 받은 수민이의 기쁨은 1200원과 비교할 수 없었다. ㅋㅋㅋ
소풍에서 돌아온 수민이에게 오늘 벼룩시장에서 아빠가 물건을 너무 싸게 팔았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수민이가 "어휴........" 하면서 너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짓는다. ㅋㅋㅋ 그런 수민이에게 내가 얻은 교훈을 이야기 해줬는데, 아직은 이해하기 어려운 듯... 나도 어렵다.
이사가기 전 한 번 더 기회가 있는데, 그 때는 수민이랑 같이 가서 팔아야겠다.
그 떄는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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